[2022]해바라기 서산여행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2-05-27 22:31
조회
528

@여행 첫 날 @해미읍성 @햄이 가득 부대찌개


배낭 메고 집을 나섭니다. 설레는 마음 안고 "영차!" 힘을 냅니다. 식재료까지 넣었더니 어깨와 다리가 묵직합니다.어린이를 배웅하는 부모님의 얼굴 표정도 다릅니다.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핸드폰을 들고 떠나는 뒷모습까지 쫓는...칠보산 부모 연차가 딱 나오네요.


모둠 교실에 모여 간단히 짐 점검을 하고 안전교육을 합니다. 물병에 물이 가득 찼는지 확인합니다. "옛날에 어떤 우리 학교 선배님이 글쎄 성장여행을 가는데 물통에 물을 깜박 안채우고 와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아이고~" 누군지 알려줄까 말까 하는데. 한 어린이가 외칩니다.


"앗! 도시락을 안가져왔어요. 선생님" 캬~ 앞으로 두고 두고 동생들에게 들려줄 여행 에피소드가 되겠네요.



첫 도착지는 해미읍성입니다.돌 담을 따라 들어가며 "와~" 소리지릅니다. 여행지 공부할 때 읍성은 평평한 곳에 돌로 쌓은 성이라 알려주었는데 넓게 펼쳐진 돌담이 상상했던 것과 꼭 같습니다. 우리 동네 화성은 착착 큰 돌을 쌓고 높은데 이 곳은 뭔가 삐뚤삐뚤 하면서도 착착 쌓여있다 합니다. 수원의 어린이들 답게 보는 눈이 매섭네요.


넓게 펼쳐진 잔디는 푸르고 하늘은 더 푸릅니다. 맛나게 점심을 먹고 (아까 점심 안 싸온 어린이도 잘 나눠 먹었어요.) 풀밭을 뜁니다. 여기 저기 볼거리도 많고 놀잇감도 풍성했어요. 그런데 어린이들은 잔디밭 스프링 쿨러 물줄기를 따라 온 몸을 적시며 논 것이 가장 재밌다 합니다. 모둠 마다 재밌는 사진 찍기를 했는데 해바라기 모둠은 머리에 칼을 차고 사진을 찍겠다 합니다. 오늘 여러 어린이들의 목에 묵직한 칼이 채워졌네요. 하하~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합니다. 공놀이 할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있고 방도 깔끔합니다. 무엇보다 숙소 바로 옆에 계곡 이랍니다. "와! 와! 와! 계곡이다~" 오늘은 발만 담그며 놀자 해 놓고 무릎...어깨... 결국 온 몸을 흠뻑 적시는 어린이들을 말릴 수가 없었네요.



배낭에 가득 담았던 식재료를 한 곳에 모으고 정리합니다.제일 먼저 한 알 씩 조심해서 가져온 달걀의 생사부터 확인~ 두 알 사망! ㅠ.ㅠ 높은 학년이 알아서 착착~ 쌀은 쌀대로 반찬은 냉장고에 담고 가져온 재료를 확인합니다. 고맙게도 첫 저녁까지 담당합니다. 우리 여행의 첫 메뉴는 해미읍성에는 없지만 우리에게는 가득 햄 가득 부대찌개! 밥 한 톨~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싸악 비웁니다.




스스로 몸을 씻고 젖은 옷을 잘 널어 말립니다. 양말과 속옷도 빨아 넙니다. 하루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둥글게 둘러앉아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흑흑 흐르는 눈물을 쏘옥 넣어두고 싶은데 코끝이 빨개진 어린이를 친구들이 위로합니다. 막상 누우니 잠이 안 온다는 동생곁에서 언니가 등을 토닥여줍니다. 여행 와서 볼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멋진 모습... 안녕 ~ 잘자요!



 


@둘째 날 @퉁퉁고개@물놀이가 완전찐이야!


고맙게도? 일찍 일어난 어린이도 이부자리에서 가만히 누워 옆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눕니다. (여자 방 풍경)


눈뜨자 마자 계곡물이 어떤가 살피러 가고 다른 방 친구와 선생님을 깨우러 나섭니다.(남자 방 풍경)


식빵 굽는 냄새가 고소합니다. 딸기 쨈을 발라 골고루 나눠 먹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우리가 먹진모인것을 깜박했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점심은 계곡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으니까요~




작은 가방에 물 가득 담은 물병, 여행수첩, 휴지나 손수건을 챙겨넣고 <서산마애삼존불>을 만나러 갑니다. 백제의 미소를 담은 여래불이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경이롭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불공을 드리는 스님과 불자들이 계셔 우리는 조용히 곁에 머뭅니다. 가까이에서 처음 본 불공 드리는 모습은 새소리와 어우러져 잊지 못할 장면을 하나 더 마음속에 새깁니다. 불공을 마치고 스님께서 조용히 머무른 우리들을 칭찬하시며 떡과 과일을 나눠주셨어요. 고소한 콩떡과 청포도가 참 맛있네요. 해미읍성에서 챙겨온 종이에 인증 도장을 꽝~찍고 둘레 길로 나섭니다.



분명 등산로를 알리는 번호 기둥이 군데군데 서있는데 길이 좁고 구불구불합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 한적한 것이 무서운 마음도 듭니다. 낙엽 사이로 길이 보일랑 말랑~ 한 걸음만 잘 못 디뎌도 주루룩 미끄러질 듯한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앞으로 칠보산에 오를 때 절대로 툴툴 대지 않을 것 같습니다.)한 참을 오르고 나서 너른 공간에서 잠시 쉽니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참 고맙고  달아 쌤이 나눠주신 청포도 사탕 한 알이 또 고맙습니다.1학년 친구들이 발을 잘 못디딜까 걱정하며 오르는데 이럴 때 어린이들도 생명감각을 집중해서 세우는 것 같습니다.


한 어린이가 "이런 길을 왜 오르는 거에요?" 질문합니다.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힘을 낼 수 있는지. 목이 마르면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 필요할 땐 몸을 숙이고. 남들은 덜 가는 길이지만 내 곁에는 친구가 있는 길. 더 이상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 내는 우리...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 산 중턱에 다다라 지도를 살피니 이 길의 이름은 "퉁퉁고개"입니다.자칫 잘못 길 들면 발이 퉁퉁 붓도록 걷는다는 뜻인지, 길고 길어서 퉁퉁 다리가 붓는 길인지 오늘은 이 '퉁퉁고개' 를 넘었습니다.




덕분에 계곡 물놀이가 더 시원하고 신납니다. 너른 평상이 우리 차지입니다. 가져온 라면의 반을 큰 솥에 넣고 끓입니다. 퉁퉁고개를 넘어서 그런가 평상에서 먹는 퉁퉁 불어진 라면도 맛있습니다. 오늘은 후다닥 지나가 벌써 하루 닫기 입니다. 재밌는 일을 이야기 나누며 일기를 씁니다.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 조릅니다. "해님이 고등학생 때~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연필을 손에함께 들고 분신사마 분신사마 하고 주문을 외웠는데~" 한 참을 이야기하는데 "으앙" 지민이와 보미가 울어버립니다. 옆 방에서 무서운 이야기 들으러 놀러 온 동생들에게는 제 이야기가 너무 너무 무서웠답니다.


"지민아 보미야 정말 미안해. 그런데 해님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있었던 일이야. 너희도 중,고등학생 되었을 때 너무 분신사마 같은거 많이 하지 말아라. 귀신이 쫓아다닌다."


이야기는 제가 했는데 달래는 것은 옆방 언니들과 산 선생님 몫이네요. 무서운 이야기를 지워버리려고 한 참을 재밌는 이야기 나누고 놀이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못 잤네요. 이제 그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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