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학년 성장여행(강릉바우길 도보여행)이야기

작성자
나무꾼
작성일
2021-06-23 00:57
조회
828


 

*학교 부모님들께 안내드립니다.

본 누리집 '사진방'->5학년 성장여행이야기->링크주소

를 따라 가시면 5학년 바우길도보여행 사진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대절 버스로 이동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5학년 성장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15명의 아이들과 3명의 교사가 총 63km의 길을 걸으며 강릉 바우길의 재미와 노고, 동해 바다의 시원함을


가슴에 담고 왔습니다. 당장은 다시 가지 않겠지만, 언젠가 홀가분하게 다시 걸어보고픈 길입니다.


4박 5일 여정의 이야기와 사진을 올립니다.




2021년 5학년 성장여행(6/14~18) 여행 기록

 

 

*614/ 6구간 굴산사 가는 길/ 19km

7시까지 집합이라 바삐 움직여 학교로 왔습니다. 5학년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과 물병에 물 채우는 걸 확인하고 버스에 올라타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출근 시간대라 종종 차가 막혔습니다. 버스 안의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여행 기분을 냈습니다. 강릉에서 오래 걸을 걸 생각해 미리 잠을 자두라 하니, 하나둘 눈을 감았습니다.

학산 오독떼기전수관 도착 1시간 전 휴게소에 들러 잠도 깨우고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오독떼기전수관에 내려 버스 기사님과 금요일에 만날 것을 확인하고, 우리는 바우길 도보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출발한 지 5분도 안 되어 다들 ‘어깨가 아프다. 쉬었다 가자.’ 외치며 난리가 났습니다. 가만 보니 배낭 어깨끈이 헐렁하여 어깨에 더 무게가 지워진 것입니다. 어깨끈을 당겨주니 좀 더 낫다며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시골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고갯길 나무 그늘 아래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잠시나마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도시락을 먹으니 살 것 같습니다. 도시락을 먹은 후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후 몇 차례 화장실에 들른 후 한참을 걸었습니다. 산길 지나 마을, 들길 지나 산길을 걸으며 우린 눈에 보이는 저만치 쯤에 숙소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아이들은 쉴 때마다 몇 킬로 남았냐 묻고, 저는 ‘이제 18킬로다. 1/3 왔다, 3/5쯤 왔다.’며 끝나지 않는 이 길에 대해 아이들과 응답을 주고받았습니다.

낮 최고 온도 28도라 더웠습니다. 힘든 아이들이 뒤로 쳐지긴 했으나, 산선생님이 후미를 맡고 있어서 도보 속도가 느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중간 중간 쉬면서 힘을 냈습니다. 에너지바와 육포를 먹으며 길가에서 쉬고 농로에서 쉬고 산길에서도 쉬었습니다. 오래 쉴 때는 배낭을 내려놓고 쉬고 잠깐 쉴 때는 배낭을 멘 채 반쯤 드러누워 어깨와 발을 편하게 두었습니다. 마을과 모산봉을 지나 단오공원에 도착하니 길섶선생님과 규백이가 아이스크림을 선물처럼 건네주었습니다. 달고 시원한 수박바로 잠시 즐거운 기분이 되었습니다.

단오제가 시작하는 날이라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눈으로 단오제 풍경을 담았습니다. 강릉중앙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며 잠시 쉬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길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만 본다며 부끄러워하기에 괜찮다 말해주었습니다. 다시 숙소로 출발하면서 아이들은 희망에 찬 눈으로, 이제 조금만 가면 되냐며 묻기에 차마 말해줄 수 없었습니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그 말을 말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한 삼십 분만 가면 숙소가 보일 거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냐 물을 때마다 ‘응. 삼십 분만 가면 돼’를 반복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 말 안 믿을 거예요.’ 하는 것입니다. 그래놓고 또 얼마나 남았냐 물어봅니다. 아이들에게 15분 남았다는 말을 연발한 끝에 드디어 남항진에 도착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얘들아~ 진짜로 10분 후면 도착이다!’ 외칠 수 있었습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바다가 보이자 아이들은 ‘바다다!’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드디어 오늘 여정의 끝이 멀지 않았습니다. 십여 분 후 숙소에 도착해 아이들은 배낭을 시원하게 벗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에 출발하여 오후 7시 3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규백이도 체력을 보아가며 함께 걸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배낭을 풀고 밥을 먹으니 다시 힘이 나는지 아이들 표정이 밝았습니다. 설거지와 샤워를 하고 하루닫기를 한 후 잠자리에 든 아이들은 5분도 되지 않아 잠이 들었습니다. 첫날 가장 긴 코스를 완주한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615/ 5구간 바다 호숫길/ 16km

6시 30분에 뻐근한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다지 힘들지 않은 듯 평소 모습과 같습니다. 아이의 몸은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는 말이 이 말인가 싶기도 합니다. 참치마요덮밥을 아침으로 먹고, 점심 도시락으로 맨밥을 준비하는데도 9시가 다 되어갔습니다. 속히 숙소를 출발하여 5구간 도보를 시작했습니다. 강문해변, 경포호 둘레길, 사천해변을 걸었습니다. 해솔길을 따라 바다를 보며 걷다가 쉬었습니다. 강릉 바다를 원없이 눈에 담았습니다. 바다가 무척 깨끗해 산선생님과 아이들은 경포해변 바닷물에 발 담그러 모랫길을 달렸습니다. 한참 놀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자 돌아왔습니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한참을 걸려 판초우의를 걸치니 비가 멈추는 듯해 그냥 우의를 입은 채 길을 걸었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니 예행 연습 삼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몇 킬로 남았는지 얼마쯤 더 가야 하는지 수시로 물어봅니다. 오늘은 자신 있게 ‘얘들아, 이제 딱 1시간만 부지런히 걸으면 돼!’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안 믿어요. 어제도 30분 남았다만 하셨잖아요!’라며 응답을 해주었습니다. 그 후 쉬엄쉬엄 걸으며 숙소로 향했습니다. 어제보다 짧긴 하지만 다리와 어깨가 무거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숙소가 보이자 우리는 살아난 듯 안심을 했습니다. 오전 8시 50분 출발, 오후 3시 10분에 도착하였습니다. 6시간 동안 16km를 걸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덕에 여유 있게 씻고 빨래도 했습니다. 숙소 마당에서 뛰어놀며 여유 있게 쉬었습니다. 내일은 종일 비 온다 하여 세 명의 교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일단 고민은 접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때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616/ 12구간 주문진 가는 길/ 12km

7시까지 푹 자고 일어나 여유 있게 아침밥과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종일 비 예보가 있었는데 날씨만 흐려서 배낭커버만 씌워 주문진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12km의 비교적 짧은 길을 걷습니다. 더욱이 오늘 갈 숙소는 금요일까지 그대로 머뭅니다. 쌀도 최대한 소진하여 배낭이 조금 가벼워져 발걸음도 신이 납니다. 어선과 바다 냄새 진한 사천해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해변길을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친 돌다리로 연결된 큰 바위를 보고 아이들에게 건너보자 했습니다. 돌다리 옆으로 파도가 들이쳐 건너는 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아이들은 신나서 건넜습니다. 조심한다 했는데 신발과 옷이 살짝 젖기도 합니다. 그래도 건너는 재미가 납니다. 해윤이는 건너온 뒤 난간 끝에 이마를 부딪치고 넘어져 이마와 손날 부분이 찧이고 까졌습니다. 산선생님과 같이 다시 건너가 메디폼을 붙이고 다른 데는 이상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다행히 다른 데는 아프지 않았습니다. 괜한 욕심을 부렸나 싶어 해윤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산선생님과 해윤이가 다시 건너와 바위섬에서 파도와 바다를 구경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출발 전에 모래밭에서 파도와 잠시 노는 아이들이 신나 보이고 예뻐 보였습니다.

한참 길을 걷다가 바다별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산선생님과 더불어 아이들이 그리워 찾아오신 바다별선생님과 멀리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쯤 뒤 편의점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어른들은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행 중에 만난 반가움을 나눴습니다. 바다별선생님 역시 강원도 정선 쪽에 여행을 오신 참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주문진항에서 선생님과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길을 재촉했습니다. 주문진항에 가까이 갈수록 날이 개더니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햇볕과 만나야 빛을 발하는 ‘푸른 바다’를 보게 되었습니다. 걸으며 커피 마시는 사람, 해변에서 서핑 배우는 사람, 느긋하게 해변을 걷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바닷가 생활을 꿈꿔봅니다. 주문진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다 보니 드라마‘도깨비’ 촬영장소가 있어서 우리도 한 컷씩 찍었습니다. 걷다가 슬기의 교정기에 문제가 생겨 잠시 슬기 부모님과 연락을 취한 후 조심해서 금요일에 귀가 후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괜찮은지 물으니 슬기는 덜렁거리는 교정기를 나름의 조치로 다시 끼웠다며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주문진항 도착 전 바다별선생님과 다시 만나 손수 준비하신 맛있는 빵도 먹고 모래밭에서 점심 도시락도 먹었습니다. 바다를 바로 눈앞에 두고 도시락을 먹으니 오래 걸은 피로를 잠시 잊었습니다. 다 같이 파도와 술래잡기를 하며 한참 쉬었습니다.

주문진건어물시장에 들러 미역국을 끓일 식재료를 샀습니다. 이제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아 힘을 냅니다.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 높은 곳에서 먼바다를 보았습니다. 인어와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공중부양 사진도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긴 12km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3개 방에 나누어 짐을 풀었습니다. 그 중 한 방에는 아궁이가 있어서 바닷물에 젖은 신발도 말리고 난방도 할 겸 물을 지폈습니다. 숙소 옆에 마당이 있고 둘리와 누리라는 작은 개 2마리가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였습니다.

 

*617/ 13구간 향호 바람의 길/ 16km

드디어, 무거운 배낭을 벗고 작은 가방만으로 걷는 도보 마지막날입니다. 아이들은 출발할 때부터 날아갈 것 같다며 신이 났습니다. 이대로면 하염없이 걷고 또 걸을 수만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숙소를 출발하여 향호지로 향했습니다. 주문진 해변이 오른쪽으로 보였지만 도보를 마치고 신나게 놀기로 하고 호숫길을 걸었습니다. 첫 20분은 호숫길을 걸었고 이후로는 호수 주변의 산길을 걸었습니다. 16km인 만큼 향호지의 둘레길은 구불구불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낭이 없어도 발바닥이 아파올 때쯤 아이들은 ‘이게 정말 호숫길이 맞아요?’라며 역정을 냈습니다. ‘얘들아, 그래도 오늘은 배낭이 없잖아.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이야. 힘내!’ 답해 주자 그나마 위로가 되는지 아이들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13구간을 바삐 걸었습니다. 이전 날들처럼 특별한 풍광이 보이거나 에피소드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 시원하게 부는 향호 호숫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결국 다시 향호지 첫 출발점으로 왔습니다. 아이들은 걸음을 내달려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모두 모여 해변 한쪽에 가방과 신발, 양말을 벗어두고서 바다로 달려갔습니다.

 

*618일 수원으로!

10시 출발이라 여유 있게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정리한 후 숙소를 깨끗이 정리하였습니다. 어딜 가도 늘 내가 있었던 자리 깨끗이 하고 한 번 더 돌아보는 습관을 들이려 합니다. 다들 집으로 가는 설레임에 얼굴이 활짝 폈습니다.

여행 전, 힘들 것 같아서 또는 다른 이유로 꺼려했던 강릉 바우길 4개 구간 총 63km를 15명의 아이들과 3명의 교사는 완주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배낭을 메고 다음 숙소로 도보로 이동하는 것은 어른도 용기와 체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꿋꿋이 해낸 우리, ‘승리행비둘기호반’아이들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전체 6

  • 2021-06-23 09:20
    한층 더 성장한 아이들, 함께 해 주신 선생님들 모두 고맙고, 감사합니다.

  • 2021-06-23 09:45
    끝까지 힘내서 완주해준 아이들과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이끌어주고 지지해주신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생에 정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2021-06-23 10:21
    감동이예요~ 아이들 정말 훌륭하고 대견하네요!
    선생님들도 수고많으셨어요~^^

  • 2021-06-23 14:34
    힘든 여행중에 사진, 영상도 찍고 글도 쓰시고 아이들 투정도 받아주시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불어 힘든 길을 끝까지 완주하며 건강하게 돌아온 아이들에게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2021-06-23 16:30
    아 너무 멋있어요! 성장여행 다녀와서 "엄마도 한 번 가봐. 힘든데 갈만해." 라고 말하는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자라는 아이 옆 언제나 든든한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바우길을 완주한 우리 아이들도 고마워요. 사랑해요:)

  • 2021-06-24 07:00
    5학년들이 벌써 성장여행을 다녀오다니! 코로나로 기억속아이들 모습도 2년전에 머물러 있어요.^^;;
    대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