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학년성장여행 지리산종주-하산, 마지막 밤

작성자
dala
작성일
2016-07-03 19:25
조회
1612
일출을 보고 장터목 산장으로 내려와 아침밥을 해먹는다. 이제 하산하는 것만 남았다.  오후에는 드디어 인정이와 태욱이가 온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언제 오냐고 묻기도 한다. 내려가는 길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몇번이나 당부한다. 가파른 길이 많이 있어 긴장을 놓칠 수가 없다. 더 천천히 내려 갔다. 이대로라면 하산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다. 조금만 내려가면 선생님 좀만 쉬어요 하는 아이가 있는데 속도가 더 늦어지면 영 시간이 늦겠다 싶어 "가자"하고 계속 길을 걷는다. 연녹색 나무로 뒤덮힌 산이 너무 예쁘다. 능선을 내려다 보기만 하다가 계곡을 따라 숲으로 들어오니 또 풍경이 새롭다.

비내릴 때, 안개가 자욱 할 때, 맑을 때... 모든 풍경을 다 보고 간다. 어린 잎의 빛깔이 싱그럽다. 힘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우리의 마음 같이.

중산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칼 바위 근처 계곡에 발을 담그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은 전투 식량을 먹어야 하는데 맛이 없었던 몇몇 아이는 그냥 쉬겠다고 했다. 물 수제비를 뜨는 아이들은 평균 다섯번은 튕기는데 솜씨가 아주 좋았다. 바위를 누비며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들도 있고 누워서 쉬는 아이도 있다. 10분 뒤에 출발할테니 준비하세요! 라고 몇번 얘기했는데도 노는 것을 멈출수가 없다. 몇번 이러한 경우가 있어서 안되겠다 싶어 태백선생님과 작전을 짠다. 이제 위험한 구간이 없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1분뒤에 출발한다고 말해도 준비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결국 태백선생님과 둘이 가방을 메고 먼저 출발을 해버렸다. 아이들이 보이는 정도의 거리에서 숨어서 지켜보니 준영이를 선두에 세우고 오기 시작한다. 산행 내내 선생님 얼마나 남았어요? 얼마나 가야 해요? 라고 물을 때가 많았다. 여행 준비를 하며 구간 공부도 하고 우리가 가는 길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 산행 하는 중에는 나도 긴장했던 터라 내가 가는 길을 스스로 알고 가는 연습을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다. 먼저 내려가서 바위 뒤에 숨어 기다리고 아이들이 보이면 다시 먼저 내려가고 그렇게 중산리 까지 내려갔다. 중산리 매표소를 앞두고는 취사장 뒤에 숨어서 아이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매표소 까지 찾아서 갈 것인가 지켜보는데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는 듯 했다. 긴장을 놓은 아이들은 그대로 놀고 있고 몸이 먼저 움직이는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왔는지 왔다 갔다하며 찾는 모습이다. 쭈그리고 앉아 숨어 있다가 민석이에게 들켰다. 더 숨어 있으려고 했는데! 하고 아쉬워하며 아이들과 함께 중산리 매표소로 내려간다. 마지막 숙소 사장님이 트럭을 몰고 오셨다. 모두 짐칸에 탔다. 아이들은 트럭 뒤에 탔을 때  가장 즐거워하고 신나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람을 맞으며 깔깔깔 웃으며 숙소로 향했다. 이대로 수원으로 가면 좋겠다 싶을 만큼 재미있었다.

지쳐서 쉬지 않을까 했더니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족구장이 있는 것을 보고 족구를 한다. 정말 아이들의 체력은 대단하다 싶었다.

시간이 지나니 인정이와 태욱이가 드디어 도착하고 저녁 재료들도 함께 도착했다.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더더 반가운 저녁 재료 고기와 쌈 야채를 방으로 옮긴다. 어둑어둑해지니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불판 두개를 준비하여 양쪽에서 고기를 굽는데 태백선생님이 고기를 정말 맛있게 굽는다고 얘기해 두었더니 아이들이 굽는 쪽과 양쪽을 왔다 갔다하며 저울질 하는 아이도 있다. 고기와 쌈 야채, 김치찌게, 밥까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고기보다 밥을 더 많이 먹었다. 내일 먹을 쌀이 부족할 판이다. 배가 부른 아이들은 남은 고기를 더 먹기 위해 소화시켜야 된다며 마당을 몇바퀴를 뛰고 경도 놀이를 했다. 정말 지리산 종주를 한 아이들이 맞는지... 다리가 아프다고 했던 모군과 모군은 정말 더 잘뛴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밝게 웃으며 내게 뛰어오며 "선생님 찍어주세요!" 라고 외친다.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 무언가 큰 일을 해냈다는 것이.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에 드러난다. 밝고 밝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덩달아 기쁘고 행복해진다.  이렇게 여행이 끝난 다는 것이 아쉽고 아이들과 더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전체 1

  • 2016-07-03 22:42
    날씨가 정말 예술이네요!
    어쩜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훨씬 힘들더라고요
    지리산 가서 그 사실을 알았지요ㅠ

    우리 어린이들 무릎은 무사하신지
    선생님들 무릎은 무사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