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학년 성장여행 지리산종주-비맞으며 산행했던 둘째날

작성자
dala
작성일
2016-07-03 17:06
조회
1791
둘째날.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산지기님이 오늘 비는 영 그치지 않을 기새라고 하신다. 아침을 먹고 비맞으며 산행할 채비를 단단히 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비를 입고, 낮은 기온에 대비하여 바람막이도 챙겨입었다. 치원이는 배낭 커버가 없고 신발이 방수가 되지 않아 태백선생님이 우비와 비닐, 비상약에 있는 테이프로 배낭커버와 신발커버를 즉석에서 만들었다.

산행 내내 비가 오니 안개가 자욱하여 지리산의 아득한 풍경은 볼수가 없다. 우비를 입었는데도 모두 옷과 신발이 젖어버렸다. 조금 쉬면 체온이 떨어져서 금새 추워졌다. 토끼봉에서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는데 그래도 맛있다. 덜덜 떨며 점심을 먹는 아이들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혹시나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걸으며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가 주제다. 온천에 들어가고 싶다, 뜨거운 물에 사워하고 싶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말만 들어도 좋을 상상이다.

길이 미끄럽기도 하여 긴장이 많이 되었다. 신발이 오래되어 밑창이 미끄러웠는지 병희가 몇번 미끄러 넘어진다. 미끄러운 바위가 있으면 "미끄러우니까 조심해!"라고 몇번을 소리쳐 알려주게 된다. 다치지 않게만, 안전하게만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치기를.. 감기에 걸리는 아이가 없기를...  뒤쳐지는 아이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7,8시간 예상했던 산행이 10시간이 되었다. 많이 지쳤다. 준영이가 많이 힘들어해서 태백선생님이 준영이와 함께 가겠다고 다른 아이들과 먼저 가라고 했다. 준영이는 태백선생님의 스틱을 짚으며 걸었다 쉬었다 하며 와야했다.  벽소령까지 1시간 30분 가량을 남기고는 밧줄을 잡고 가거나 높은 바위를 지나야 하는 등 어려운 구간이 많아서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는 느낌이었다.  준영이와 태백선생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 있으니 더 속이 탄다. 이 험한 길을 준영이가 잘 걸어올 수 있을까... 걱정이 너무 커져서 길이 더 아득하고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어서 가서 짐을 풀고 내가 돌아가서 준영이 배낭이라도 메어야 겠다 싶다. 끝까지 잘 가던 병희도 추위에 지쳤는지 눈물을 보이고 만다. 그래도 또 금새 일어나서 다시 걷는다. 높은 바위를 지나... 드디어 나올 것 같지 않던 벽소령 산장이 보인다. 아, 안심이다. 아이들에게 얼른 젖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좀 따뜻하게 하라고 했다. 온 길을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 우비를 입고 준영이가 산장 문앞에 서있는데 눈물을 날 것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한 것이다. 준영이를 보자마자 안을 수 밖에 없었다. 태백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쉬자고 해도 안쉬고 끝까지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힘들었던 오늘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에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렸다.

저녁 준비는 아이들이 스스로 척척 잘 한다. 식사 당번이 아닌데도 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벽소령 산장은 샘터가 멀다. 봄날선생님의 조언대로 저녁은 전투식량을 먹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전투식량이라 헤매기도 하고.. 군필자인 태백선생님이 방법을 천천히 알려주었다. 산행을 준비하며 전투식량의 맛을 기대했던 아이들인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별로라고 실망을 한다. 무거워도 밥을 해먹는게 낫겠다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어렵게 도입한 전투식량이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며 그래도 그동안 처럼 해먹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이렇게 배운다.

빠르게 저녁을 먹고 소금으로 양치를 하고 물티슈로 대략 씻고 잠이 든다. 고단했던 하루였기에 모두 푹 잠들었다. 내일 산행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잘자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 혹 아픈 아이가 없어야 할 텐데... 컨디션이 좋아야 할 텐데... 또 하루 안도하며, 걱정하며, 감사하며... 산에서의 두번째 밤이 지난다. 부디 내일은 날씨가 좋기를....

 

 

전체 5

  • 2016-07-03 22:32
    지리산 종주 후기는 언제나 참 뭉클해요
    오늘도 어김없이 눈시울이 촉촉해지네요

  • 2016-07-03 23:21
    비 많이 와서 고생했다던 그 때 통화가 생각나네요. 달아 선생님~
    태백 선생님도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있다면 올려주세요^^

  • 2016-07-04 15:53
    그날 종일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리길래 강릉으로 간 5학년이나 지리산에 간 6학년이나 걱정이 되었더랬는데, 든든하게 잘 해주었네요.
    선생님 여러 아이들 살피고 신경 바짝 쓰셨을 모습이 선하네요. ^^

  • 2016-07-04 16:14
    아.. 짠해라. 비오는 날 고생한 이야기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남을꺼에요. 건강하게 무사히 와서 참 다행~~

  • 2016-07-11 10:41
    모두 대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