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모둠 아달나기소 여행 셋찌날-물놀이 후엔 돌찜질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8-07-03 20:36
조회
1488


여행 셋째날 아침.

전날 수산나 선생님이 주먹만큼 잡은 올갱이로 국물을 미리 내셨다.   여행에 와서도 전체가 먹을 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할지 미리 살피고 챙겨주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계획된 식단은 올갱이 미역 된장국이었는데 현실은 올갱이로 육수 내기 정도가 되었다.  미역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국물을 휘휘 젓다 보면 겨우겨우 올갱이 몇마리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은 아이들은 올갱이 건더기 한두개 들어 있는 국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밥을 어찌나 잘 먹는지 지난해 보다 쌀을 더 많이 챙겼다고 하는데 쌀이 부족하다. 여느 해보다 밥 잘먹는 일학년들 덕분인걸까. 바다별 선생님은 장에 가서 쌀을 두포 더 사와야 했다.



올해는 부모님 편지를 학년여행에만 받기로 하고 이번 전체 여행때는 여행 수첩에 부모님들께 편지를 썼다. 밤에 부모님 편지를 읽으며슬픔에 젖은 여행이 되지 않도록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도 좀 아쉽다 싶었는데 편지를 보내주신 부모님이 있어 모두 함께 편지 내용을 나누었다. 그리고 낮에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모둠별 뽐내기 대회는 준비부터 거의 일급 비밀이다. 교사가 잠깐 다른 모둠 방에 들어가도 뽐내기 대회 회의를 하거나 연습을 하고 있으면 당장 쫓겨난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강당이 비어 있어 무대에서 뽐내기 대회 연습을  해본다.  이번 숙소가 옛 학교를 되살린 공간이라 뽐내기 대회 하기에 딱 좋은 강당이 있다. 늘 자연을 배경으로 야외 무대에서 뽐내기 대회를 했는데 실내에서 하니 소리 전달이 잘 된다.

뽐내기 대회 연습이 어땠냐 물으니 한 아이가 "꽤 흡족한 연습이었어요." 라고 평했다. 객관적인 평을 하는 아이의 말이라 "오~ 잘됐네." 하고 안심했다. 연습 후에 나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00이가 연습이 흡족하게 잘 되었다고 하던데? 기대할게!" 라고 했더니 "네? 00이만 연기 잘했어요." 라고 말해 한참 웃었다.  뽐내기 준비 까지 끝내고 점심을 먹은 후에 물놀이를 하러 다시 나섰다.



 

 



 

날이 푹푹 찐다. 어제 보다 더 좋은 물놀이 터가 있다고 하여 물길 위쪽으로 올라갔다. 백사장 처럼 모래도 있고 어제 보다 큰 돌이 적어 더 안전해 보였다.  수영 잘 하는 소나기 선생님이 먼저 들어가 물 깊이를 확인한다. 건너편 까지 가 보는데 허리 이상 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낮은 학년 아이들은 선뜻 들어가기 무서웠는지 선생님 손을 잡고 혹은 대롱대롱 매달려서 물과 조금씩 친해졌다. 물찬 제비같은 아이들은 신나게 수영하며 놀았다. 높은 학년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소나기 선생님은 아이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야 했다. 소나기 선생님을 둘러싸다 못해 아이들이 소나기 선생님 위에 쌓였다.

한참 아이들과 온몸 바쳐 놀고 난 후 소나기 선생님은 한참 돌 찜질 하고 밤에도 꿀잠을 잤다고 한다.

무차별 공격을 한 아이들에게 88수영장에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물놀이 후엔 돌찜질

 

햇살은 뜨거운데 바람이 차다.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오돌오돌 떨린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너무 추워지니 물 밖으로 뛰어나온다. 바람이 휘잉 몸을 지나가면 더욱 추워진다. 햇살이 뜻뜻하게 구운 돌을 안고 있으면 포근하고 따뜻하다. 물놀이 후엔 돌찜질이 최고다. 하나둘 돌 위에 모여들어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평평하고 적당한 무게의 돌을 배 위에 올리면 그만이다. 돌찜질방은 어느새 손님들로 가득해진다. 자리잡고 누운 손님들이 돌 좀 올려주세요. 하고 주문한다. 네네 갑니다 가요. 여기저기 손님 대접하느라 바빠진다.

 



 

수산나 선생님만 따라다니면 굶을 걱정은 없다.

 

늘상 관심이 열려있으면 눈이 그리 밝아지나 보다. 같이 산책을 다니다 보면 희안하게 수산나 선생님은 먹을거리를 발견하신다. 그 고운 목소리로 “어머 오디가 열렸네! 큰 오디네!” “오디가 오디 열렸어요?” 숙소 둘레로 오디, 앵두, 보리수, 산딸기까지 잘도 찾아내신다. 덕에 아이들과 신나게 열매를 따다 먹었다. 높은 가지에 있는 열매는 따기가 어려우니 가지를 내려 주면 아이들이 바삐 열매를 딴다. 하도 많이 따 먹어서 나중에는 가지를 붙잡았던 팔이 결릴 정도였다. 보리수를 많이 먹어 목이 따갑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매력이 넘치는 최모 양은 여행 내내 입술에 오디 립스틱을 칠하고 다녔다. 그 모습이 하도 재미나서 볼 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내가 웃으니 최모양도 자기 모습이 웃긴지 웃음보가 터진다. 최모양 덕에 여행 내내 우리는 한참 웃었다. 그녀를 가까이서 만난 선생님들이 말하는 그녀의 매력이 무엇인지, 이제 알아버렸다. 한번 빠지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여행의 꽃은 뽐내기 대회

 

여행의 마무리이자 꽃은 뽐내기 대회!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전문 사회자 대안돌 길섶 선생님의 사회로 뽐내기 대회가 시작되었다. 매해 뽐내기 대회는 작은 연극제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참 연극을 좋아았다. 연극이 어렵지 않다. 아이들끼리 대본을 쓰고 뚝딱 연습해서 뽐내기 대회에 올린다. 지난해 도깨비 패러디로 명장면이 나왔는데 올해는 어떤 명연기, 명장면이 펼쳐질지.

올해는 개인 뽐내기 대회로 나온 아이들도 연극을 했다. 세편의 연극이 공포여서 1학년 아이들이 무서워 했다. 해님 선생님이 책읽는 소녀 동상을 보고 들려준 이야기가 공포 연극으로 올라왔다. 아이들에게 많은 흥미와 이야기꺼리가 되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학교 여행을 함께 한 중식 선생님의 냉철한 평가로 우리 모둠이 신선도 점수를 높게 받아 1등을 하고 다른 모둠은 모두 2등을 했다. 바다별 선생님이 장에서 사 온 네가지 과일을 모둠장이 나와 골랐다.  우리 모둠은 가장 비싸 보이는 수박을 골랐다. 나중에 이야기 나누어 보니 교사들은 모두 껍질 까지 쉬운 바나나를 고르기를 한마음으로 바랬다고 한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내일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짐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든다.

 

 

 



 
전체 2

  • 2018-07-05 13:14
    이렇게 재미있었던 날 태훈이가 함께하지 못해 아쉽네요ㅠㅠ
    체력관리 더 열심히 해서 다음 번엔 모든 활동을 함께 하는 걸로!!^^

  • 2018-09-18 10:49
    계절학교에서 만난 올해 1학년들이 야무지고 똘똘하다 했더니 밥을 잘 먹은 내공이었던가요? ㅋㅋㅋㅋ
    2학기 학년여행에서 3학년보다 쌀을 더 많이 가져갔다길래 의아했는데 이제 알겠어요 왜 그랬는지.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됐는데 아이들 돌찜질하는 모습을 보니 제 등도 따땃해집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