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모둠 여행이야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06-08 13:56
조회
1618


 

몬스터!! 4모둠!!

짧고 간단한 구호 덕에 확실하게 목소리를 모을 수 있었다. 교사들은 구호가 정해졌을 때부터 내내 ‘몬스터’를 외치고 아이들이 모두 괴물이 되어 “으어~~” 소리와 함께 동작을 하면 좋겠다고 아쉬워했지만.

짝을 뽑는 날은 모두가 기대와 걱정으로 긴장감이 돈다. 1학기에는 더욱 그렇다. 칠보시장과 전체 여행 등 모둠활동을 하는 굵직한 행사들이 많은 까닭이다. 유난히 1학년들을 귀여워하는 6학년들은 1학년 동생들과 짝이 되기를 기대하며 쪽지를 편다. 인기투표는 아니지만 귀여운 1학년들 중에 더 더 귀여운 동생과 짝이 되면 무슨 복권 당첨된 마냥 소리를 지르며 기뻐한다. 좋든 좋지 않든 한 학기 동안은 뽑힌 짝과 함께 해야 한다. 모둠 발표가 되는 날은 복도가 시끌시끌하다. 무슨 방이 붙은 마냥 “모둠 발표났다!”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 게시판으로 우르르 모여든다. 우리 모둠에는 누가 있는지, 모둠 선생님은 누구인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감탄과 좌절의 소리가 들려오니... 처음에는 희비가 엇갈리지만 여행에서 3일 밤을 오롯이 함께 보내다보면 정이 들어 우리 모둠이 제일이다.

경기남부 체육대회가 취소되었지만 모둠별로 이동하고 함께 하는 연습을 위해 바깥 활동을 하고 칠보시장을 열었다. 티격태격 하는 짝이 있는가 하면 다정하게 서로를 챙기는 짝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동생이 형님을 더 챙기기도 한다.

여행은 담임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을 만나고 우리 교실 밖 다른 학년들과 만나며 관계를 맺는 시간이다. 모둠 교사들 또한 서로 호흡을 맞추고 다양한 학년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기회가 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1학년 아이들은 더 많이 살피게 된다. 처음에는 일부러 말을 걸지 않으면 목소리 한번 듣기 힘들던 아이가 날이 지날수록 재잘재잘 자기 이야기도 하고 잠든 교사를 깨워 볼일 보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장난을 걸어온다. 같이 먹고 자고 씻고 비우며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몸을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친밀한 연결이 되고 애틋함이 생긴다.

이번 전체여행은 경기도 양주로 가는 덕에 시내버스와 지하철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네모둠이 이동하기에 참 좋다. 우리 4모둠은 출발이 가장 늦어서 학교에서 뽐내기 대회 연습도 하고 여유롭게 출발을 한다. 수산나 선생님까지 모둠에 함께 하시니 더 없이 든든하다. 지하철을 탈 때는 세모둠으로 나누어 타니 더욱 여유롭다. 조그마한 1학년들이 큰 배낭을 메고 가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안쓰러워 어쩔 줄 몰라 하신다. “아이고. 무겁겠다. 어디로 가니?” 초등학생들이 배낭을 주렁주렁 메고 가는 모습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를 신기하게 보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꼭 물어보신다. 가방을 잠시 내려두었다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내릴 준비를 할 때면 1학년 아이들 가방 메는 것을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풍경이 익숙치 않은 어른들에게는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아이들은 제몫의 무게를 끝까지 감당하는 힘이 있다. 배낭을 메고 줄지어 이동할 때면 지난해 6학년 여자아이가 썼던 여행 후기가 생각난다. ‘선생님을 포함해서 아이들이 모두 큰 배낭을 메고 줄지어 걸어갈 때면 왠지 모르게 우리가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양주 천생연분마을 입구에 내리니 다리 건너 3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답사를 다녀온 대표교사의 말에 의하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했다. 조금씩 가까워지니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반가워서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드니 먼저 온 모둠 교사와 아이들도 손을 크게 흔들며 반겨준다. 여행 첫날은 숙소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고 짐을 잘 풀어 정리하고 첫 끼를 잘 챙겨먹고 잠을 잘 자면 성공이다. 가방 안까지 샅샅이 뒤져 간식이나 식재료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가끔 여행 마지막 즈음에 꼬리꼬리한 냄새의 출처를 발견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꼼꼼하게 식재료와 반찬, 간식거리를 모아서 분류하고 냉장고에 넣거나 주방에 정리 한다. 아이들은 자기 식판을 씻어서 말린다. 반찬통과 뚜껑, 도시락 통, 수저, 수저 통. 물통 등 하나하나에 이름을 써 두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교사들은 네임펜을 들고 다니며 이름이 없는 것은 이름을 다 쓰라고 하고 확인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꼭 잃어버리고 주인을 못 찾는 것들이 있다. 지난해에 물놀이를 여러 번 하면서 빨래를 엄청 했는데 여행 마지막날 교사들이 앞에 나와서 팬티와 양말을 들고 “이빤쓰 주인!” “이 양말 주인!” 하며 외쳐대던 장관을 잊을 수가 없다. 이번에는 기필코 빤쓰 주인을 찾는 일이 없도록 잘 챙기겠노라 다짐을 했던 차였다..... 다만....

“○○야! 빤쓰 빨았냐?!!!어서 들어와서 빤쓰 빨아라!!”

여행 내내 2층 창밖으로 우렁차게 들리는 나무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씻고 나면 꼭 욕실에 젖은 빤쓰와 양말가지가 놓여있어서 빨래는 했는지 속옷은 갈아입었는지 확인을 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속옷 갈아입었어?”

“아! 깜빡했어요?”

“응? 너 샤워했잖아?”

“아.. 샤워는 했는데 팬티는 깜빡하고 입은 거 다시 입었어요.”

“아....”

“선생님.. 양말은 어떻게 빨아요?”

“선생님. 샤워기 물은 어떻게 틀어요?”

당연히 알겠지 하고 넘어갈 뻔 했던 것들이 1학년은 당연히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 처음 경험을 하는 아이들이 많겠구나.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하는구나. 하고 교사도 배운다. 잠깐 깜빡하면 약을 챙겨먹지 못하기도 하고 가방 짐 싸는 것, 빨래 너는 법, 빨래 빨아서 짜는 법 까지.. 씻을 때는 높은 학년과 짝을 지어 함께 들어가면 고학년들이 동생을 잘 챙겨준다. 여행을 경험한 횟수가 늘어갈수록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늘어가고 교사가 챙길 수 없는 부분을 고학년들이 잘 챙겨주니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지 모른다. 함께 있어보니 학년이 올라 갈수록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여서 전체 여행이 참 좋다. 아이들이 참 잘 자라고 있구나 새삼 뿌듯함을 느낀다.

 

 



 

숙소 옆 공릉천을 따라 자전거 길이 나 있다.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공릉천을 따라 산책을 나선다. 수영을 할 만큼 깨끗하지는 않지만 돌을 주워서 물수제비를 뜰 수도 있고 물가에 사는 생물이나 새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숙소 마당 둘레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기에 좋았다. 쉬는 시간이 되면 낮은 학년은 모래놀이를 하거나 뛰어 놀고 높은 학년들은 옹기종이 모여 수다를 떨거나 춤을 추며 논다.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저마다 맞는 놀이를 찾아 노는 모습이 무척 편하게 보인다. 특별히 놀거리가 있지 않아도 넓고 안전한 공간이 있으니 아이들은 얼마든지 놀이를 찾아내고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낸다. 마당 가운데 정자에서는 바다별 선생님이 주인장처럼 자리잡고 앉아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핀다.

밤이면 가야선생님과 수산나 선생님을 따라 별빛을 찾아 산책을 나선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모아 산책을 나서며 특별한 밤 추억을 만들어 준다.



 

장옥진 미술관까지는 버스로 쭉 가기가 어렵다. 몇 정거장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가량 뜨거운 볕 아래에서 걸었다. 걷다보니 선녀와 나무꾼이라고 적힌 숙소가 보여 한참 웃었다. 힘들다고 주저앉는 아이 없이 참 잘 걸었다. 밤에는 일학년 한 두명 즈음은 엄마가 보고파서 울기 마련인데 우는 아이 없이 잠도 잘 자는 일학년 아이들이 고맙다. 더운 날 짝 손을 잡고 걷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찻길 옆으로 난 인도를 걷느라 동생 손을 꼬옥 잡고 미술관까지 걸어간 고학년들도 고맙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큐레이터로 변신한 초록샘 선생님이 미술관 안내를 해준다. 초록샘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니 그림이 더 잘 보인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그림이 많다.

점심밥을 먹고 미술관 앞에 난 물가에서 한참 놀았다. 처음에는 다리만 담그자 였는데 물에서 놀기 시작하면 어디 조절이 될 리가 있으랴. 많은 아이들이 젖기 시작했고 결국 과감하게 들어가서 신나게 논다. 여벌옷을 못 챙겨 왔으니 몇몇 아이들은 뜨끈뜨끈한 돌 위에 누워 옷을 말린다. 햇볕이 뜨거우니 걸어가는 길에 바짝 마를 듯하다. 돌아가는 길은 해가 더 뜨겁다. 버스를 기다리는 차에 나무꾼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오셨다. 아이스크림을 든 나무꾼 선생님에게서 광채가 난다. 아이들의 환호와 반짝이는 눈빛은 나무꾼 선생님을 향한 것일까. 선생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향한 것일까. 다른 모둠이 버스타고 가는 길에 볼까봐 비밀로 먹었는데 알고 보니 모든 모둠이 우리만 먹는 줄 알고 비밀로 먹었다는 사실. 집에서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달달한 맛은 여행 중에는 귀하게 누리는 기쁨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무니 더위도 싹 달아나고 마음도 달달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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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별로 준비하는 뽐내기 대회는 작은 연극제가 된듯하다. 옛 동화를 패러디 하는 것도 이제 고전이 되었다. 여행 전부터 열심히 쓴 쪽대본을 손에 들고 다니며 모둠장은 연출이 되어서 전체 장면 연출이며 연기지도를 하느라 바쁘다. 교사는 가급적 손을 넣지 않고 아이들이 온전히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켜본다. 옛날옛날에 백설기 공주와 백일 공주와, 백수 공주와 택배 공주 등등 온갖 공주들이 있었는데 왕자님이 결혼할 대상을 찾자 모여 들었다. 이래저래 하여 결국 왕비의 사과를 먹고 마법에 걸려 뱃살공주가 된 백설공주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발표 할 때보다 모둠끼리 준비 할 때가 더 재미나다. 연극인들은 한번쯤 꿈꾼다는 야외 자연 무대를 배경으로 네 편의 연극이 끝나면 해가 진다. 누구누구가 어떤 역학을 맡았었네 어떤 대사를 했었네 재미있던 장면은 다음 전체 여행까지 두고두고 꺼내어 같이 웃을 수 있는 얘기꺼리가 될 것이다.



잘먹고 잘자고 잘 놀며 지낸 일학년 덕분에 이번 전체 여행은 큰 어려움 없이 즐겁게 보냈다. 전체 여행 역사상 가장 좋은 숙소에서 아이들과 저마다 흐름에 맞게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었다.  집에서 떠나서 보내는 생활이 아직 몸에 맞지 않은 아이들은 경험이 늘어갈 수록 천천히 제 속도 대로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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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6 12:06
    아이성장보고서를 쓰면서 이제야 아이들 여행이야기를 찾아 보게 되네요.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