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들 역사를 따라 가는 여행 첫날-진주 남강을 따라 흐르다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8-09-30 09:31
조회
1199
4학년은 말과글, 생활미술, 학교밖학교 수업을 연결하여 조선시대 역사와 궁궐, 왕의 이야기를 공부했다.

1학기 배움을 더 넓힐 수 있는 여행지를 고민하다 서울로 좁혀졌으나 아이들과 먼 지역으로 오롯이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루터기 선생님의 추천으로  나라의 중심인 도읍 뿐 아니라 남쪽 바다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진주와 통영을 여행하기로 했다. 무척 더웠던 여름 여행지를 답사하며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름다운 풍경만 보면 감탄하는 우리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남해 바다를 보며 또 어떤 표정과 말들을 할까 생각하니 아이들이 참 보고싶었다. 아이들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여행이 무척 기다려졌다.

개학하고 2주만에 여행 준비를 하고 떠나게 되니 준비 기간이 빠듯했다. 담임교사가 맡은 수업은 거의 여행 준비로 꽉 채워썼다. 모둠 나누기, 모둠별 역할 나누기, 식단, 여행지 공부, 역사 공부, 여행 수첩 만들기, 여행 흐름 살피기, 교통편과 이동 방법 조사, 여행약속, 안전교육, 성교육, 여행 짐 점검 까지 시간을 알뜰히 써서 하나씩 챙겨나갔다.

1,3학년 때 다른 학년과 같이 여행을 떠난 터라 학년 끼리 온전히 꾸려보는 두번째 여행이다.  가장 멀리, 가장 길게 떠나 보는 여행이기도 하다. 여행 준비를 하며 아이들 마다 '제일 멀리, 제일 길게' 라는 의미가 다가오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너무 기대돼요, 빨리 가고 싶어요.' 하며 설레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 버스로 긴 시간 이동해야 하니 멀미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아이, 집을 가장 길게 떠나야 하니 두려운 아이... 그래도 조금씩 모이는 마음은 재미있고 기대되기도 한다였다.  자기가 가진 여행에 대한 마음 폭이 서로 다르니 여행 준비 기간 동안 마음 준비를 하는 과정도 달랐을 게다. 교사가 이끌어 가되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기를 바랐다. 모둠별로 길잡이, 아침열기와 하루닫기도우미, 셰프, 여행지 안내 역할을 나누어 역할 별로 중심이 되게 했다. 우리가 날마다 어디로 가며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지도를 보며 꼼꼼이 날마다 발걸음을 살펴보았다. 교사에게 기대오던 역할을 아이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면서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폭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 보도록 무게를 주었다.  조선 궁궐 공부를 하며 멀리 서울로 자주 나간 터라 틈만 나면 아이들끼리 버스를 기다리고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지하철 어디로 가서 타야하는지 연습을  했다. 여행에서도 교사만 따라 다니고 '어디로 가요? 언제 도착해요?' 질문하지 않고 스스로 알고 같이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랐다.

매해 아이들이 만든 습식 수채화를 활용해 여행수첩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초록샘선생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병풍형 여행수첩을 만들었다. 앞면은 여행 준비를 하며 기록하고 뒷면은 여행지를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시와 일기를 쓰기로 했다. 서로 도와 손으로 직접 예쁘게 만드니 아이들도 무척 뿌듯해한다. 여행 일정은 '날마다 흐름'으로 붙였다. 이렇게 여행수첩에 쓰고 나니 아이들이  곧바로 '날마다 흐름'이라고 말한다.  한마디의 힘이 참 크다. 가능하면 우리말을 잘 살려 쓰도록 애써야 겠다.



유난히 버스 멀미 하는 아이들이 많아 여행 전에 가장 큰 걱정은 4시간 정도 되는 이동 거리였다. 처음 이동부터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다행이 고속버스는 자리가 넓고 의자를 눕혀 눕기에 넉넉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버스를 타는 내내 즐겁고 편하게 있었다. 멀미하는 아이 없이 무사히 수원에서 진주까지 왔다. 가을 하늘이 참 곱다.  하늘도 우리를 둘러싼 공기도 너무 맑아서 산 구석구석 들판 멀리멀리 풍경이 시원하게 보인다.

진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무거운 배낭을 메고 숙소로 이동한다. 길잡이가 앞에 나서고 지도에서 미리 살펴본 대로 다리가 나오고 길이 나온다. 복잡한 골목은 교사가 안내하고 숙소에 가까워졌을 때 아이들에게 쭈욱 걸어 숙소를 찾아보라고 한다. 어디쯤일까, 얼마나 가야할까 배낭이 점점 무거워져서 투덜이가 나올 때 즈음 그토록 찾던 '환희빌'이 나온다.

"우와! 환희빌이다! 얘들아! 빨리 와! 도착했어!"

앞장 선 아이들의 외침에 뒤쳐진 아이들이 힘을 낸다.



진주는 자전거의 도시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공영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수영장을 갈 때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황구지천과 논길을 달리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 진주로 온 까닭 중 하나도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어서였다. 자전거 대여소 까지 가서 몸에 맞는 자전거를 빌리고 위생 때문에 머리에 하얀 부직포 캡을 덧 쓴다. 꼭 파마 한 머리에 안전모를 쓴 거 같은 아이들 모습이 재미나다.

남강 자전거 길을 따라 쭉 달린다. 소담한 꽃들이 한들거리고 강물이 빛난다. 진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더 신난다. 너덜 구간을 달릴 때 뒤에서 덜덜덜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외계인 합창 같다. 햇살이 한창 뜨거울 때 30분 넘게 달리니 덥고 엉덩이도 아프다. 처음 즐거움은 금새 사라지고 불편함에 투덜이가 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여행이 끝나고 '내 자전거가 구리다고 생각했는데 진주에서 자전거 빌려 타보니 내 자전거가 최고라는 걸 알게됐어요.' 라고 평을 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진주성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부모님 손길이 닿은 마지막 식사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한 한시간 정도 신나게 뛰어논다. 같이 움직일 때는 힘들다고 하더니 노는 시간이 되면 가장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힘은 재미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아무리 지쳐도 놀이만 하면 기운이 솟아난다.



이동하고 자전거 타고 점심 먹고 놀다보니 시간이 충분치가 않다. 진주성을 살펴보며 수원화성과 다른 점을 찾아본다. 진주의 지리조건이 천혜의 요새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본다. 이제 기와 위에 용마루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 볼 수 있고 그 까닭도 알고 있다. 기와를 타고 비스듬히 내려 선 곳에 잡상을 발견하고 '어처구니다!'하고 외치기도 한다. 의병의 이야기, 의암에서는 논개이야기 까지 우리가 공부했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배움을 눈으로 직접보고 발견하는 기쁨을 안다. 되새기듯,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는게 뿌듯하다는 듯 교사에게 다가와 자기가 발견한 걸 쉴새없이 들려준다. 또 같이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의암에서 바라보는 남강이 멋지다. 시간이 부족하여 그림과 시를 쓸 시간이 없어 아쉽다 했더니 그럼 있을 수 있는 시간동안 앉아서 그림을 그리자고 한 아이가 제안한다. 아이의 제안이 반갑고 고마워 넙죽 받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기가 그리고 싶은 풍경과 짧은 글을 여행 수첩에 담아본다.



 
  • 아이들이 쓴 일기를 덧붙여 본다.


<진주성>

오늘 진주성에 갔다. 진주성에 갈 대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계단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주위를 돌았다. 그러다가 어떤 구멍을 발견했다. 그쪽에 들어가서 스파이 놀이를 했다.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총 게임을 했다. 재미있었다. 선생님이 가자고 할 때 까지 놀았다.

<여행가기전 내 마음>

여행 가기 전 마음은 너무너무너무 걱정된다. 그대신 저번 여행에서 깨달았는데 내가 여행에 어느 정도 적응 된 거 같다. 그리고 이번 여행 때는 쫄라게임이 있어서 더 나을 거 같다.

오늘은 여행 첫째 날이다. 버스를 탔는데 너무 지루했다. 버스를 4시간 살짝 안탔다.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빌려탔다. 재미있었다.

<두근두근 설레임>

드디어 곧 여행이다. 기대된다. 빨리 버스에서 간식을 먹고싶다. 왜냐면 초콜릿 달콤해서 그리고 걱정반 기대반이다. 두 번째로 우리끼리 가는 거라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엄마가 보고싶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

 

<진주 가는 길>

드디어 진주에 왔다. 기다리던 여행이였다. 오는 길 버스가 너~무 좋았다. 산이 보였다. 산에 색이 진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예뻤다. 산이 커서 거길 다 걸을 수 없으니깐 그냥 거인이 돼서 걸어다니고 싶고 거인이 돼서 침대로 생각하고 나무에 누워보고 싶다. 자고 말하고 하니깐 벌써 진주에 도착! 기분이 정말 좋았다. 산도 예쁘고 금방 와서 운이 좋았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자전거 대여소>

수원에서 진주 숙소를 갔다. 숙소에서 짐을 놓고 보조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빌리러 자전거대여소를 갔다. 자전거를 타고 진주성에 갔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갔다.

 

<진주 온 날>

오늘은 기다리던 진주에 도착했다. 너무 재밌고 신났다. 일단은 숙소가서 짐 내려놓고 보조 가방만 매고 진주성에 갔다. 근데 시간이 없어서 반만 돌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버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여러 가지를 했다. 멀미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거의 안 했다. 멀미가 조금 나서 껌을 씹었다. 심심했다. 나는 여행 중에 짐 드는게 젤 싫다. 짐을 들면 어깨가 축 쳐진다.

<내일은 여행>

내일은 학년 여행이다. 걱정반 기대반이다. 그 전에는 3박4일이었는데 이제는 4박5일이다. 여행은 재미있게 갔으면 좋겠다.

 

<진주로>

드디어 오늘이 집에 가고 싶은 끔찍한 여행가는 날이다. 나는 가족여행은 정말정말 너무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왠지는 모르지만 학교 여행은 싫어한다. 버서를 타는데 멀미를 엄청 많이 했다. 다행이 사탕 덕분에 살았다. 드디어 진주에 도착했다. 짐을 메고 가는데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숙소로 갔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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