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학년 제주도 성장 여행 #2

작성자
소나기
작성일
2021-06-29 12:17
조회
772
610일 목요일 한라산

새벽 4시.

알람과 함께 눈을 떠서 날씨부터 확인합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습니다. 여행 떠나기 며칠 전부터  일기 예보를 주시했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이 컸지만, 최종적으로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목표 하산 시간이 4 ~ 5시라서 우비를 꼭 챙깁니다.

4시에 눈이 쉽게 떠졌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찾는 한라산, 그 길고 지루했던, 그리고 힘들었던 기억이 가득한 산이라서 긴장이 됩니다. 아이들을 깨우는데, 이미 일어나서 준비를 마친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긴장이 되었는지, 3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서 미리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조금은 과한 것 같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도시락을 받습니다. 얼려두었던 물을 꺼내고, 도시락통에 하얀 쌀밥을 채웁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버스에 탑승합니다. 버스에 탑승한 시간은 정확하게 4시 30분. 일사불란하게 척척 준비를 마칩니다. 여기서 성판악 출발지점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아직 어둠이 가득한 제주도, 조금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말똥말똥 눈을 뜨고 한라산으로 향합니다.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성판악으로 향합니다.

아침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전세 버스를 타고 한라산으로 갔다. 가는 길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쬐~금 울었다. 도착했는데 새벽이라 너무 추웠다, 올라가는 사람들이 꾀 많았다. 외국인들도 있었다, 외국인들 중에 오렌지 모자를 쓴 언니 2명이 있었는데 모자가 귀여웠다. 올라가기 전에 아저씨가 설명을 해주셨는데 죽은 사람들도 있다고 해서 겁이 났는데 막상 올라가니까 칠보산 보다 경사는 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과장이구나 싶었다.

진달래 밭을 1시까지 찍어야 되는데 우리는 8시40분에 찍었다, 진달래 밭에서 올라갈때는 경사가 조금 있었다, 올라가다보니 정상이 눈에 보였는데 너무 높아보여서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는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근데 올라가 보니까 금방 올라갔다, 옆에 나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을 올라갈때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다, 사람들이 날아다녔다, 바람때문에 날아가본건 처음이었다, 정상에 올라갔는데 처음에 본 와국인들이 있었다, 여자 언니들은 거의다 반바지를 입고있어서 엄청 추워보였다, 내려갈때는

바람이 많이 불던 곳 에서 손이 너무 시려웠다, 내려가다가 다리에 힘이풀려서 한 번 넘어졌다, 그래서 창피했다. 그래도 조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인증서를 받아서 뿌듯했다. - 조이룸

오전 5시 10분.

성판악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수많은 사람과 차들도 성판악 주차장이 북적입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선, 관리하시는 분의 안전과 산행에 관한 일장연설을 들어야 합니다. 제주도 방언이 섞인 이야기는 귀로 듣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여러 단어들은 무시무시합니다.

평소에 운동하지 않았다면 올라가는 건 안된다.

지병이 있으면 큰 일날 수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건 안된다.

절대 혼자서 산행하면 안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구조를 요청하라 등등

그리고 귀에 강하게 꽂혔던 실신, 장애, 죽음까지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5분 가까이 들었습니다.

아직 어둠이 가득한 새벽, 산행을 시작 하기 전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버스를 타고갔다. 입구에 어떤 아저씨가 서있었다. 안내원 이었다. 근데 아저씨가 너무 무섭게 말했다. 잘못하면 다죽는다고 병있는 사람이 올라가면 죽는다고 올라가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은 몸이 아픈데 그냥 올라갔다. 상우형이 한라산은 길고 지루하다고 했는데 진짜로 길고 지루했다.정상에서 바람이 엄 청 불었다. 모자와 내가 같이 날아갈뻔 했다.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세게 불었다.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거다.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 황찬우

오전 5시 30분.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끝나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계속해서 몸을 풀어줍니다. 아이들은 소백산, 태백산, 태안여행까지 다녀온, 게다가 혈기왕성한 13살 청춘들이고, 저는 이제 불혹에 다다른 나이이기 때문에 두세 배는 더 스트레칭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이 정해졌고, 사전 신청을 꼭 하고 가야합니다. 그리고 발급받은 QR 코드를 출력해서 인증을 받고 산행을 시작해야 합니다.  굉장히 꼼꼼하게  확인한 후에야 산에 오릅니다.

오늘은 비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 아침이 밝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어둡고 안개가 자욱합니다. 아이들에게 주변 풍경을 최대한 많이 보면서 걸으라고 이야기했는데, 풍경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디뎌야 할 땅과 돌을 찾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걸어야 합니다. 모두들 한마디도 없이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걷기 시작합니다.

오전 6시 30분.

속밭 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4.1km로 굉장히 깁니다. 게다가 거의 평지수준이라서 속도가 빠릅니다.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정도가 되었을 때 속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겉옷을 벗는다고 잠깐 멈춰던 것을 제외하면 잠깐의 휴식도 없이 계속 걸었습니다. 백록담까지 9.6km인데, 벌써 4.1km를 걸었습니다. 거의 평지 길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다음 대피소인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거리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여기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오늘의 도시락 통은 2개입니다. 둘 다 흰밥만을 넣어왔습니다. 자신이 준비해온 고추장과 김을 곁들여서 먹습니다. 이 조합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건, 이곳이 한라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컨디션이 제각각입니다. 밥을 든든히 먹고 간식까지 먹은 후에 노는 아이도 있고, 걱정과 긴장으로 컨디션이 나쁜 아이도 있습니다. 여행 첫 일정의 긴장감과 낯선 환경, 이른 시간에 이동 등으로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속이 안 좋다는 아이,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까지, 정상까지 어떻게 올라갈까 싶었는데 밥을 먹고 나서 금방 괜찮아집니다. 역시 한국사람은 밥힘입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산을 올랐다. 오르기 전에 공무원 아저씨가 겁을 엄청 줘서 긴장을 했었다. 뭘 안 하면 죽고, 안 죽으려면 어째야 된다며 죽음을 계속 얘기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그냥 계속 쉬라는 말을 한 거였다. 혹시 말을 안 들을까 봐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닐까 싶다.

초반에 아침을 먹기 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았다. 속이 뒤집히고 진짜 토가 나올 뻔 했다. 아침 먹기 전에 쉴 때, 물을 마시고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청포도 사탕을 물고 갔는데 최악의 선택이었다. 때문에 아침 먹는 시간에 사탕을 녹이고 밥을 먹었다.

쉬는 시간엔 꼬박꼬박 물을 마셨다. 전에는 매번 마시진 않았는데 오늘은 목이 엄청 말랐다.

체력이 되게 안 좋아졌다. 계단이 너무 힘들었다. 스틱 아녔음 세현이랑 같이 4족 보행으로 갔을 거다 아님 울었을 수도.

백록담 가는 길은 진짜 너무 추웠다. 바람 때문에 날아갈 뻔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적어도 내 기억으론.). 힘든 건 그렇다 쳐도 넘 추웠다.

땅만 보지 말고 주변도 보라고 하셨지만 땅이 우둘투둘해서 한눈 팔면 무조건 넘어졌을 거다.

그래도 가끔씩 보는 경치는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아름다웠다.  -이수연

오전 7시 20분.

아침과 간식까지 든든히 먹고 다시 산행을 준비합니다. 이제 날이 밝아졌고 해도 비칩니다. 다시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몸풀기를 합니다. 초록샘과 저는 아이들보다 두 배는 더 해야 합니다. 근육과 관절을 꼼꼼하게 풀어줍니다.



겉옷을 다시 배낭에 넣어두고, 이제 속밭 대피소를 떠납니다. 다음 대피소는 진달래 대피소, 여기서부터 거리는 3.2km,로 대략 2시간 정도 걸릴 듯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라고 마음을 다지며 첫 단체사진을 남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입니다. 모두들 화이팅!!



초록샘이 진달래 대피소까지 쉬지 않고 이동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설마 그게 가능할까, 생각하면서 걷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이동 속도가 엄청납니다. 오후3시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도를 올렸는데도 뒤처지지 않고 따라옵니다. 예상밖입니다. 속도를 올리면 애들이 못 쫓아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옵니다. 쉴 틈 없이 올라옵니다. 다급합니다.

처음에는 설마 진달래 대피소까지 쉬지 않고 한번에 가겠어, 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 진심입니다. 7시 20분에 출발해서 정확하게 1시간 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놀라운 속도입니다.

오전 8시 20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꿀맛 같은 휴식을 가집니다. 날씨가 생각보다 시원했습니다. 걸을 때는 좋았지만, 쉴 때는 겉옷을 챙겨입어야 합니다. 밖에서 쉬다가 추워서 실내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제 막바지 백록담을 향하는 길만 남았습니다. 여기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간식을 든든히 먹고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를 준비합니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거리는 2.3km, 게다가 오르막이 심하고 계단이 많아서 힘든 코스입니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릴 듯합니다. 진달래 대피소 기념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정상으로 향합니다.

오전 8시 40분. 

이제 진달래 대피소를 출발해서 백록담으로 향합니다. 이곳의 입산통제 시간이 13시인데, 이곳을 9시도 안 돼서 통과했습니다. 3시 전에 하산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 속도를 높여서 백록담으로 향합니다.  

이제 고도가 높아지고,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굉장한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몰아칩니다. 아이들은 한 발을 뗄 때마다 몸이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거셉니다. 저는 예전 몸무게였다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버틸만 합니다.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바람에 배낭 끈이 끊임없이 춤추며 제 뺨을 때립니다. 모자가 날아가고, 배낭 커버가 날아가고, 가벼운 아이들은 몸도 날아갈 듯합니다.

정상을 가고 있는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거의 사람이 날아갈 거 같다. 내 작고 작고 작은 소원을 해보려고 했다. 먼저 물과 바람이 필요하다. 바람이 불 때 물을 뿌리면 신기한 형상이 된다. - 김세현



강력한 바람에 구름까지 몰려오면서 급격히 기온이 내려갑니다. 너무 추워서 겉옷을 입고 싶은데, 옷을 입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강합니다. 게다가 정상 부근에는 돌로 이루어져있고, 안전 끈을 잡고 올라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 몸도 가누기 힘든데, 스틱이 있는 상태에서 끈을 잡으며 힘겹게 올라갑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춥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열을 유지한 채 오르는 아이들이 대단합니다. 이제 정말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입니다.

오전 9시 45분.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고 드디어 정상에 오릅니다. 풍경이 예뻐서 감동하거나 감탄할 정도의 성취감은 없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빨리 겉옷을 챙겨입어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옷을 챙겨 입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정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비석에서 사진을 찍거나 거센 바람을 피해 쉬고 있었습니다. 비석 사진은 줄을 서서 찍어야 합니다. 먼저 온 아이들부터 정상의 추억을 남깁니다.



민규는 아빠가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똑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다음에는 아빠와 민규가 함께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록담 정상을 맑았습니다. 4년 전에 왔을 때는 안개가 자욱한 백록담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맑게 개인 하늘과 적지만 물이 있는 백록담을 봤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오늘 3시59분 일어나서 한라산을 갔다. 한라산 올라가보니 돌길이 많아서 다리가 아팠다. 백록담 거의 다온 것 같은데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마스크 와 모자가 날아갈  뻔 했다. 강한바람이 너무 심했다. 드디어 백록담을 도착했다.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백록담은 크고 넓었다. 화산이 폭발한 것 같고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하하하   - 유동균

이곳에서 다같이 기념사진을 남깁니다.



한라산 백록담!!



한라산을 무사히 올랐습니다.

정상까지 안전하게 대열을 맞춰서 올라온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정상에서 사진을 충분히 찍고 정상을 만끽하면 좋을 텐데, 바람이 거세고 체온이 떨어져서 더이상 지체하는 게 어렵습니다.

정상에 오른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서 다시 하산을 준비합니다.

오전 10시 10분.

하산을 시작합니다. 힘겹게 올랐왔던 길을 반대로 내려갑니다. 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불어서 쉽지 않습니다. 한걸음씩 조심히 내려갑니다. 정상에서 계속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손이 굉장히 시렵습니다. 손을 쥐었다 펴고, 박수를 치면서 손에 온기를 불어 넣습니다.

3시부터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험난한 길과 바람이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바람이 잦아들길 바라며,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물건들을 잘 챙깁니다.

바람이 강하긴 하지만 한라산에서 이곳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없지만 그 순간을 추억해서 그림으로 남깁니다.

오전 11시.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강한 바람과 추위에 떨었더니, 대피소가 정말 반갑습니다. 따뜻한 곳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간식으로 체력을 회복합니다. 화장실도 다녀옵니다. 하산을 시작하니, 이제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체중이 느니, 무릎이 힘들어 합니다. 쉴 때마다 계속 근육과 관절을 풀어줍니다. 민규는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그동안 성장여행 준비하면서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짧지만 소중했던 휴식을 만끽하고 다시 하산을 이어갑니다.

오후 12시.

드디어 오후가 되었습니다. 1시간을 부지런히 걸어서 사라오름에 도착했습니다. 진달래 대피소부터 끊임없이 내려오다가 다시 오르막을 맞닥뜨리니, 체력이 한계에 다다릅니다. 허벅지와 무릎이 아프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립니다. 세현이는 두 다리가 너무 안쓰러워 두 손이 도와줍니다.

항상 백록담까지만 다녀오고, 사라오름은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지친 상황에 추가로 오름을 하나 더 오르는 게 마음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계획한 대로 1초의 고민도 없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서 사라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예쁜 사라오름을 기대하며..

바~짝 마른 사라오름.

힘겹게 올라왔지만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물이 찬 사라오름, 백록담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그곳에 힘들게 왔는데, 바짝 말랐습니다.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쉬면서 아픈 다리도 달래줍니다. 사라오름에 왔다는 흔적을 남기고 다시 하산길을 이어갑니다.

오후 12시 20분.

하산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이들이 웅성웅성 거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주 작고 예쁜 새끼 고라니가 풀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고라니도 사람이 낯설지는 않은지 개의치 않고 풀을 뜯습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교사들은 사진을 남기고, 아이들은 그림으로 남깁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귀가 뿔처럼 보였나 봅니다. ^^

짧고 강렬한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하산길을 이어갑니다. 아침을 6시 30분에 먹었는데, 슬슬 배가 고픕니다. 비가 올까봐 걱정이 되고, 다리는 무겁고, 빨리 숙소에 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합니다. 아이들도 지쳤는지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도 합니다.

오후 12시 45분. 

다시 속밭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을 먹었던 곳입니다.  이곳을 출발한 지 거의 6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이곳까지 1시간 정도 걸려서 왔기 때문에 이제 거의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듭니다. 도시락을 꺼내서 밥을 마시듯이 급히 먹습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천둥이 칩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만 같은 하늘입니다. 서둘러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마지막 구간을 내려간 채비를 합니다. 재윤이는 미리 우의를 꺼내 입습니다. 1시, 마지막 하산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남은 거리는 4.1km, 아침에 1시간 걸려서 왔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1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사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수월할 거라고 생각하고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날 걸었던 구간 중에 가장 힘들었습니다. 일단 지칠 대로 지쳤고, 거리가 너무나 길었습니다. 비가 올까봐 마음도 조급합니다. 빠른 속도로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표지판에 남은 거리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습니다. 다리와 발바닥이 아프고 주차장과 버스가 그립습니다.  2시간 같았던 1시간을 부지런히 걸어서 드디어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오후 2시. 

하산했습니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그것도 비를 만나지 않고 도착했다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몸을 풀면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한라산등정인증서를 발급 받습니다. 힘들게 다녀온 곳인데, 증서를 받으니 아이들이 보람을 느낍니다. 커다란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 합니다. 1950m의 높은 산을 이렇게 빠른 시간이 다녀왔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5번 정도 백록담을 다녀왔는데, 그중에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13명이 속도를 맞춰서 함께 걷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서로가 서로의 보폭에 맞춰서 걸었습니다. 그 누구 하나 불평 불만 없이 안전하게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라산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4시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한라산에 도착했다. 설명해 주시는 아저씨가 엄청 무섭게 ‘막 죽어요’ 하셔서 좀 쫄(?) 았는데, 어쩔 수 없지. 그냥 출발했다.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오르막길이 나오.....지는 않았고 처음에는 완만했다. 돌이 좀 많았을 뿐이지. 발은 좀 아팠다. 그래도 참고 올라갔다. 아저씨 말대로 죽을 순 없었으니까. 계단이 나왔다. 그냥 계속 올라갔다. 속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의자에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좀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쭉 걸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왔다. 심지어 돌이었다. 또 ‘우와아~아주 완만해요~~~~’ 하면서 올라갔다.

소나기 선생님과 장기두는 생각을 하며 올라갔다. 또 계속 올라갔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8시 20분이었다. 선생님께서 ‘빠르면 10시’라고 하셨는데 말이다. 다행히 컷되지 않았다. 20분 쉬고 또 출발했다. 계속 걸었다. 정상에 도착했다. 어떤 아저씨가 몇 살이냐, 어디서 왔냐,(고정 질문이다. ㅋ) 등을 물어보셨다. 정상엔 바람도 엄청 불었다. 추웠는데 바람막이 꺼내기가 귀찮아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근데 선생님께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입어야 했다. 다시 내려와서 속밭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었다. ‘혹시 몰라서’우비를 입고 내려왔다. 한라산등정인증서를 발급받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친다. - 배재윤

한라산에 도착했다. 한라산에 도착해서 어떤 아저씨의 설명을 약 10분 정도 듣고 한라산 산행을 시작했다. 쭉 올라가다가 속밭 담방로에서 7시에 아침을 먹고 화장실에 갔다. 갔다가 출발해서 사라오름을 지나친 후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해서 물좀 먹고 쉬다가 다시 출발해서 백록담까지 쭉 갔다. 

백록담까지 가는 길은 대체로 모두 좋았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서 올라가는데 날아갈 뻔 했다. 그리고 내려올 땐 너무 추워서 손이 얼 뻔 했었고, 내려가다가 스틱이 사람에게 부딪힐뻔도 했었다. 그래도 한라산은 꽤 재미있었고, 끝에 사라오름도 신기했었다. 한라산은 많이 힘들었지만 다음에 또 가자고 한다면 또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증서도 받아서 좋았다. - 문채원
전체 9

  • 2021-06-29 19:23
    오후 2시에 하산이라니.. 대단하네요! 그것도 모르고 시간 날때마다 한라산 날씨를 보고 또 봤... ㅋㅋ
    하루에 한편씩, 아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2021-06-29 22:35
      나도.. 비 올까봐 날씨를 보고 또 보고... ㅋ

      • 2021-06-30 16:13
        검색하다 한라산 실시간 cctv까지 발견한 건 안비밀! ㅎㅎ
        카메라에 물방울 몇개가 묻어 있어 걱정하고 있을 시각에 애들은 버얼써 하산하고 내려갔더군요. 멋진 타이밍!

        오자마자 한라산 같이 가자는데 거절할게~ 했지만 사라오름은 가보고 싶어지네요.

  • 2021-06-29 22:38
    이 아이들이 참 잘 걷는군요. 지난번 태안에 갔을 때도 아이들과 그루터기쌤이 달리기하듯 걸었다하던데. 안그럴것 같은데 애들이 보기보다 체력이 좋은 듯 합니다!
    우리 쌤들의 훌륭한 글솜씨로 읽는 여행기는 항상 재미지고, 두근두근 합니다.
    영상보다 훨 재밌어요! (나 옛날사람?? @.@ )

    • 2021-06-30 12:53
      옛날사람 하나 추가요~~ ㅎㅎ

    • 2021-06-30 16:38
      졸업할 때가 다 됐어요~~ ㅎ

  • 2021-06-30 12:56
    여행기를 저도 읽고, 재윤아빠도 읽고, 재윤이도 읽고, 소윤이도 읽어요. 연재소설 읽듯이 읽는 재미가 있네요.
    너 거기 읽었냐며 서로 재미있었던 대목도 나누고, 신이 난 재윤이는 이 그림은 누구 그림인지 그때 실제 상황은 어땠었는지 목에 힘주고 이야기하는데 자신감 뿜뿜입니다.

    • 2021-06-30 16:18
      새벽 3시반에 일어난 어린이 배재윤군 같은데..? ㅋㅋ

  • 2021-07-10 23:20
    소나기 선생님의 여행기는 정말 흥미진진하고 아이들과 같이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어떻게 저런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을 하시는 거죠????
    아이들의 성장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여행기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