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리 와 봐요!”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2-04-14 16:47
조회
640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나선다.


봄이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냄새를 맡아보고 소리를 들어보고 고요히 둘레를 보며 산책을 할게요. 운동장 살구나무 아래에 모이세요.”


살구나무가 어디에 있어요?”


아직 겨울이 묻어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가지만 있어  얼핏 보면 같은 나무로 보인다.  창밖에 운동장 가운데에 있는 살구나무를 가리킨다.


저기 운동장에 가지를 크게 뻗고 있는 나무가 살구나무예요. 4월이 되면 나무에 가득히 정말 고운 꽃이핀답니다.”


아이의 눈이 반짝 한다. 신이 목소리로 아이가 묻는다.


그럼 살구도 열려요?”


그러네요! 꽃이 지고 나면 살구가 주렁주렁 열려요!”


! 맛있겠다! 살구 먹어도 돼요?”


살구가 툭툭 떨어지면 부지런히 먹어야 해요. 살구가 맛있어서 벌레들도 좋아하거든요.”


살구 많이 열리면 살구따야지!”


나도 살구 딸거야!”


꽃이 즈음에는 아이들은 살구나무와 친해지겠지. 꽃을 보고 감탄하고 기뻐하겠지.


천천히 준비해서 살구나무 아래에 모인다.


위를 보세요!”


자세히 보면 가지마다 작은 꽃눈을 찾을 있다.


선생님! 여기에 봉오리가 있어요!”


우와! 진짜다! 선생님 이리와봐요! 여기에도 있어요!”


학교 밖을 나가면 가장 먼저 느티나무를 만난다. 자목마을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참으로 멋진 나무다. 


나무가지가 균형있게, 멀리서 보면 둥글게, 마치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생명나무 처럼 여겨진다.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서 멈추어 선다.


고개를 높이 들어볼까요?”


우와! 멋지다!”


나무는 느티나무 예요. 잎이 나기 시작하면 시원한 그늘도 주고 정말 멋지게 변한답니다.”


아이들에게 느티나무 이야기를 해준다.  여린 연두 잎이 돋아나기 시작할 얼마나 아름다운지! 함께 보아야지 하고 마음 먹는다.


천천히 걷다보면 그림이 그려진 앞에 자목마을 할머니들께서 모여 쉬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하면 어린이들이 쪼로롬이 같이 인사를 한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새로 지어진 건물 사이로 아직 남아있는 자목마을의 옛집을 지난다. 감나무가 있는 집이다.


잠깐 멈추어 선다.


!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요? 가지를 자세히 보면 힌트가 있어요!”


나무는 감나무예요!”


어떻게 알았어요?”


저기 꼭지가 있잖아요!”


나무 가지에 꼭지가 붙어 있다.


감은 누가 먹었을까?”


진짜 좋아하는데. ! 먹고 싶다!”


나무 아래에 머물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눈다.


텃밭에 가는 길에 자작나무 선생님 작업장 곁에 있는 다리를 건넌다. 흔들 거리는 다리에서 신이 난다.


! 아래에 나무의 흔적이 있네요!”


한마디 덧붙여주면 아이들 눈이 바빠진다.


우와! 밤송이다!”


진짜 좋아하는데!”


같은 것을 보아도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 밤에 관련된 자기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서 들려주기에 바쁘다.


아직도 땅이 얼어있는 듯한 텃밭에 도착한다. 고랑과 두둑만 남아있어서 지금 , 텃밭을 신나게 뛰어다녀도괜찮은 자유를 누린다.


흙을 만져 보고, 냄새는 어떤지, 손에 느껴지는 느낌은 어떤지. 살펴보세요.”


흙이 딱딱해요.”


흙이 부드러워요.”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다가 저마다 발견이 시작된다. 이제는 아이들이 봄을 마음껏 발견하는 시간이다.


선생님! 이리 봐요!”


여기! 풀이 있어요!”


누군가 소리 치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간다. 쪼그리고 앉아서 겨울을 이겨내고 위로 올라온 이른 봄풀을자세히 본다. 머무는 김에 곳곳에서 봄의 흔적을 찾기로 한다.


선생님! 이리 봐요!”


아이들이 부르면 덩달아 쪼그려 앉아 가능한 낮게, 땅에 가깝게 몸을 낮추어 본다. 오래, 자세히 본다.


봄은 가장 낮은 곳에서 부터, 묵묵히,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발견이 시작된다.


선생님 이리 봐요!”


선생님!이거 봐봐요!”


여기저기 아이들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함께 본다.


아이들 시선으로 찾은 봄이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들 흐름으로, 아이들 시선으로, 만나는 봄의 흔적은 작고 섬세하다.


아이들이 감탄하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 누릴 있는 소중한 기쁨이다.


어른의 마음이 아닌 아이의 마음을 곁에서 느낄 있는 . 아이들이 나누고 싶은 감탄과 놀라움을 받을 있는 .


텃밭에서 놀다보니  자작나무 선생님께서 냉이가 많다고 캐라고 하신다.


냉이를 두둑 비스듬히 곳에, 햇볕이 오래 스미는 곳에 모여 자란다. 냉이를 캐어서 냄새를 맡아본다.


냉이가 자라는 땅에는 냉이와 비슷한 지칭개, 민들레도 자라나서 얼핏보면 구분하기가 어렵다. 


냉이를 구분하기에 알맞은 방법을 첫해에 3학년 아이들에게 배웠다. 냉이를 뿌리까지 캐어서 냄새를 맡아보며 된다고 했다.


뿌리까지 조심조심 흙을 파서 내어야 한다. 씁쓸하면서도 코에 오래 머무는 냉이 냄새를 이제는 분명하게 구분할 있다.


아이들도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아본다. 냉이를 캐본 아이는 냄새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냉이와 아직 친하지 않은 아이는 냉이와 흙냄새가 헷갈린다.


다음번에는 호미와 통을 들고와서 냉이를 마음껏 캐기로 한다.

전체 4

  • 2022-04-16 22:36
    아이들 생활과 목소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해요^^ 태오가 이렇게 신나게 노느라 저녁먹으면서도 졸려하나봐요~^^

  • 2022-04-16 09:47
    서준이에게 읽어주니 다 자기가 한 말인거 같다며ㅎㅎ좋아하네요. 봄을 알게 된 아이들은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온 몸으로 알게 되겠죠? 칠보산의 사계절을 느끼겠죠^^

  • 2022-04-19 06:52
    이제야 보내요... ;;;; 지균이는 산책도 학교도 친구들도 너무너무 좋다는데. 그 말에 안심이 되고 저도 좋네요^^

  • 2022-04-19 22:14
    아이들이 순간순간 느끼는 감탄과 감동의 순간을 놓치지말아달라는 선생님 말씀을 잊지않으려고해요.^^ 아이들의 작은 감탄에도 함께 감탄해주시는 선생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