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우리 천천히 철들자~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1-04-08 18:43
조회
929
올 해 1학년 어린이와 <절기살이>를 배움의 큰 흐름으로 잡았다.

해를 기준으로 삼은 24절기가 농사짓지 않은 우리 삶, 땅과 멀어진 요즘 우리 삶과 동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알면 알수록 그렇지 않았다.

제 때에 맞지 않은 날씨는 그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함을 깨닫게 한다. 지난주가 춘분이었다.

 
밝아온다 햇살가득 아침온다 햇살가득

춘분은 아침봄이라 하늘산에 해가뜬다

밤낮길이 똑같은날 마음가짐 새로하고

목련처럼 단아하게 춘분아침 맞이한다

<통전교육연구소 펴냄, 김희동, 2021절기살이 봄 중에서>

 

김희동 선생님이 펴낸 책에서 절기소리를 우리 아이들과 때에 맞게 조절하여 함께 외고 있다.

입말로 외웠던 것을 일상에서 발견해 가고 있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때 “아침 봄” 춘분의 아침 해는 그 빛과 기운이 남다르고 새롭다고 한다.

아침마다 해보기를 기다렸는데 황사로 뿌연 하늘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한 밤 자고나니 마을 가득 벚꽃이 만개했다.

학교 뒤편 목련도 아침을 빛내주고 있었다. 아침이 반가워 사진기를 들고 나가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첫 나들이도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웅덩이의 올챙이가 잡힐 듯 말 듯 하다 한 번 놓쳐주니 손안에 쏘옥 담았다.

“꼬물꼬물 올챙이를 잡으려다가 놓쳐버렸어. 놓쳐버렸어. 올챙이야 제발 한 번만 잡혀줘~ 놓아줄게~”



부모님께서 힘내주셔서 학교둘레도 나무가 많아졌다. 지금은 "부지깽이를 심어도 싹 난다."는 청명이다. 운 좋게 <서울대수원수목원>으로 두 번째 나들이를 갔는데 숲쌤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봄나무를 많이 알려주셨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어린이들은 커튼 나무라 이름 짓고 봄이야기를 만든다. 두더지가 파놓은 흙을 살포시 만져본다. 하늘거울을 눈에 대고 걸으니 내가 한 마리 새처럼 날아오른 것 같다.



학교로 돌아와 재밌는 나무 타령을 외웠다. 뽕나무가 젤 인기 많다.

“우리 학교에도 뽕나무가 있는데 어디 있을까?”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다섯동강 오동나무

방귀뽕뽕 뽕나무 대낮에도 대나무 (원래 밤나무인데 제가 잘못 외워서...)

탱탱불어 탱자나무 팽글팽글 팽나무

앵도라져 앵두나무 잘못했다 사과나무

친구좋아 벚나무 잠을자자 자두나무

춤이라도 추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푸른나무 배움나무 나무처럼 살아가자


감자 심는 날 ~ 씨감자를 하나씩 챙겨들고 밭으로 달려든다. 맘이 급하다.

“잠깐~ 두둑이랑 고랑 기억나지? 할 일을 먼저 해야 감자를 심을 수 있단다.”

텃밭 갈 때 6학년 형들이 삽질 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부러워하더니 일 하라고 하니 성을 낸다.

“아니 무슨 선생님이 1학년한테 이런 걸 하라고 해요?”

구멍에 쏙쏙 감자 넣으면 싹이 쑥쑥 나는 줄 알았나보다.

때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때가 되어야 보이고 때가 되어야 안다.

우리 몸과 마음에 제 철을 가득 채운다.

아이들아 우리 천천히 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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