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김장축제 둘째 날!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20-11-26 22:21
조회
831
둘째 날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소금물에 절여둔 배추를 씻어 말려야 다음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학교의 젤 큰 형님들이 먼저 나선다.



“오늘도 또 안전교육 해요?” 올 해는 코로나19로 많이 못했지만 그래도 칼 좀 써 본(?) 어린이가 무슨 안전교육이냐 질문한다. 교통안전, 재난안전, 화재안전등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많이 배웠다고 내세우지만 생활 속에서 그 때 그 때 차근차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일이 안전인 것 같다. 오늘은 채칼, 부엌칼, 미끄러운 바닥등 오늘 일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안전교육의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칼을 든다.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안전>을 위해 기회를 <단절>하지 않는다. 차근 차근 일어주면 누구보다 더 조심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 내는 어린이들이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칼 써봤어.”

“나는 톱도 쓸 수 있어.”

“무슨 말이야. 톱은 그 뭐지? 목공살림 해야 쓸 수 있는거야. 오 학년 부터야.”

“나 망치도 잘 쓴다.”

한 시간 걸려 무사히 갓을 썬 1학년 어린이들~



2학년 어린이가 와서 “우와 1학년 부럽다!” 외친다.

2학년 어린이들 눈가가 촉촉하다. 양파-대파 한 바탕 씨름하고 나니 복도까지 매캐한 파 냄새~ 2학년 교실에서 탈출 하듯 나오는 어린이들 눈가가 모두 벌겋다.



3-4학년은 강당에 자리를 폈다. 정교한 기술과 힘을 요구하는 무 썰기다. 김칫소가 될 무, 깍두기가 될 무, 김치 사이에 박아둘 꼬투리 무 쓸 모에 맞게 잘라내야 한다.

미끄러워 가위까지 챙겨든 아이들이 꺼내고 꺼내도 자르고 잘라도 줄지 않는 쪽파를 썬다.

올 해 최고의 일꾼 상을 준다면 조**어린이를 추천합니다!

넓은 강당에서 일머리가 어찌나 밝은지 소쿠리가 나오면 씻어 말려두고, 크기에 맞춰 다른 일에 방해되지 않게 모아두고, 씻어둔 칼을 베이지 않게 조심하며 행주로 물기를 닦아 바구니에 담아둔다. 없는 상이라도 만들어 주어야겠다.

또 올 해 최고의 부지런 상을 준다면 4학년 삼인방을 추천합니다!

오후에 은행 알 줍기로 했는데~ 다들 달아난 자리에 삼인방 어린이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어찌된 일이었을까? 고약한 은행냄새도 아랑곳없이 참 고마운 일 손 이다.



이른 점심을 먹고 한 시부터 점심시간을 반납한 형님들이 마지막 김치 속 넣기를 한다. 꼬박 한 시간 둥지층 바닥에서 거리 두어 앉은 모습이 낯설다. 바닥을 걸레로 닿고 도구를 다 씻어 반별로 나누고 이 틀 간의 일들이 얼 추 마쳐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 배도 넘는 양을, 전 학년을 아울러 모둠으로, 도란도란 모여 했던 일이었는데, 거리 두어 하려다 보니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잘 익은 김치가 조만간 우리들 모두의 입 속으로 들어오면 아마도 김치 맛은 변함없으리라!

수고한 어린이들을 위해 김치 한 쪽 올린 고구마가 오늘의 진짜 마무리!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300인 이하 작은 학교 방역수칙을 기준으로 진행했습니다. 공간의 밀집도와 개인위생을 철저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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