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똥 빨리 눠요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0-07-03 16:27
조회
1138
 

실내화를 정말 무난한 걸로 바꿔야 했다.  누가봐도 누구실내화인지 모를 흔하고 평범하고 특징없는 실내화로 말이다.

손님실내화인지, 원래 있던 실내화인지,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그런 실내화였으면 좋았을 일이다.

신던 분홍 실내화가 떨어져서 급히 집에 있는 새 실내화를 가지고 왔는데 수영장용이어서 새하얗고 꽤 예쁜 실내화다.

누가 봐도 달아 실내화. 이름 안써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달아실내화.

우리학교에서 제일 무서운게 아이들 눈이 아니던가.  실내화 바꾼걸 고새 알고 소문이 났다.

실내화를 바꾸고 며칠 뒤였나...

유난히 아이들이 선생님을 많이 부르는 날이 있다.   아기새들 처럼 혀 짧은 소리 내면서 선생님 선생님 쫓아다니는 날이 있다.

분명 혼자 잘 하던 일이었는데 유난히 더 관심받고 싶어서 못해요 잘 안돼요, 하며 재잘재잘.  그런 날이 있나보다.

아이들 곁에 있다가 배가 아파와서 얘들아 잠깐만....

"선생님, 어디가요?"

"나.. 배아파."

"가지마요."

"나 배아프다고."

"그래도 가지마요~"

"나 똥 싸러가야돼."

(질질 매달려서) "가지마요~"

"나 급똥이야. 진짜 심각해."

"얘들아 문막아."

"진짜... 나 가야돼."

"알았어요. 빨리와야돼요."

"어........" (뛰어간다.)

실내화를 화장실 앞에 가지런히 두고 볼일을 보는데 한숨이 휴우 하고 나온다. 아이고 드디어 보내는 나만의 시간. 웬지 진정한 휴식시간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다. 일을 빨리 보는 편인데 천천히 느긋하게 봐야지 싶다.

"달아선생님 실내화다!"

"선생님, 아직도 똥 안눴어요?"

"선생님 빨리 나와요!"

"얘들아, 달아선생님 똥싸!"

"냄새 왜이렇게 지독해요?"

 

"얘들아.. 나 똥 좀 누자....."

"왜 이렇게 오래 눠요?"

"너네 너무해. 똥도 편하게 못누냐? 소문 다내고. "

"그러니깐 빨리 눠요."

"내 똥 누는 시간은 존중해줘. "

 

 

아침 커피를 마시면 활발한 장 운동으로 인해 징치는 시간과 겹쳐서 화장실에 가게 될때가 있다.

징....... 징........ 징..........

"선생님! 또 똥눠요? 징쳤어요. 빨리와요!"

 

 

 

 
전체 2

  • 2020-07-06 10:29
    ㅎㅎㅎㅎㅎ 달아 선생님의 음성이 지원되는 느낌이에요~~^^

    • 2020-07-06 13:23
      동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