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머리에서 가슴으로...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9-10-01 18:43
조회
1195
10년전 선종한 김수한 추기경님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종교를 초월해 이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받은 분의 이야기니 잠시 소개하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으로 여행이 어디인지?" 물으셨단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은 향기가 없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셨단다.
학교가 자리한 칠보산을 사랑하지만, 나의  짧은 지식과 머리로 하는 판단은 항상 뭔가 아쉽다. 앞 뒤 옆으로 음식점, 주차 된 차들 사이에 가리워져 번듯한 표식도 없는 등산로, 어디선가 쓸려온 것들과 물보다 돌이 더 많은 실개천... 뭔가 잘 정리되고 관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지난 해 부터 학교앞 도로를 정비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복개를 한다고...) 이 후 우리 구성원이 모여 구청직원이 설명회도 하고 운영위에서 발품을 팔아 함부로 덮어지고 파헤쳐지는 것은 일단 잠시 미뤄졌다.
그리고 곰곰히 다시 따져보고 있다. 득과 실을 머리로 따져보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한 동료가 말했다.
실개천이 정비된다면 그 때 살구나무는 괜찮은건가? 지난해 잘려진 마을 할머니들의 쉼터 은행나무 세그루, 그리고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메타세콰이어 숲... 그 땅에 있다고 땅 주인의 것이 아닐텐데...
뭔가를 더 하지도 보태지도 않고 그저 지켜내지 못했던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은 참으로 훌륭한 것이~ 머리도 가슴도 아닌 손과 발로 나아간다.
꼭 정했던 것은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 전체 아침열기로 쓰레기를 줍는다. 마을 연대분과에서도 주말에 몇차례 분과원들이 손을 더해 마을 청소를 했다. 손과 발을 움직이며 뿌듯했던 마음도 혹시나 먼 훗날에 너무나도 정비되고 정리된 마을 속 추억이 될지 덜컥 겁이난다. (내가 사는 아파트, 둘레 수변공원은 내 손이 아닌 누군가의 손길로 정돈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머리와 가슴을 반성하며...)그래서 공유도 할겸 사진을 몇 장 남겨본다.

전체 1

  • 2019-10-07 13:46
    머리에서 가슴으로 여행.. 진짜 먼 길이네요. 그 곳가지 가는데 시간과 노력과 사랑과 등등.. 많은 것이 필요한 듯 싶네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선생님. 더불어 함께하신 손길들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