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후기] 2019년 삶을 위한 교사대학을 다녀와서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9-08-12 16:03
조회
1035
[교육 불가능의 시대,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

 

한참 더운 여름날 교사대학에서 주최하고 대안교육연대에서 공동주관하는 교사연수에 다녀왔다. 장소는 경북문경에서 충남서산으로 터전을 옮긴 샨티학교에서 진행됐다. 제작년 연수가 샨티에서 진행되어 학교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다양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에 기대가 됐다.

 

첫째 날

*집단 연극

연극하는 선생님께서 강의를 이끌어 주셨다. 둘러앉아 놀이로 몸을 풀고 모둠을 정했다. 5개의 모둠이 됐다. 몇 가지 연습할 수 있는 연극 소재를 주셨다. 예를 들어 글자를 만들거나 단어를 생각을 모아 표현했다. 몸풀기가 끝나고 학교라는 주제로 연극 만들기를 했다. 모둠마다 다양한 연극을 했다. 교사회의 분위기, 부모, 학생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들이 재밌게 다가왔다. 대화로 풀 때는 자칫 불평하다 끝날 수 있었을 텐데, 연극으로 풀어놓으니 해학이 더해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또한 많은 학교들이 관계와 소통의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음과 동시에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이 느껴져 좋았다.

 

둘째 날

*분과별 선택 강의

4개의 분과가 있었다. 쓰레기, 에너지, 몸 치유, 성교육이다. 오전, 오후 모두 분과별 시간으로 꽤 긴 시간 강의를 들었다. 나는 지속적으로 인권이나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성 교육을 들었다. 중등 무지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시는 분이셨다.

성교육 분과는 숙제가 있었었다. ‘피의 연대기’, ‘서프러제트’라는 영화를 보고 오는 것과 성애사(자기의 성과 사랑의 역사)를 쓰고 추천도서를 생각해 오는 것이었다. 전반적인 성교육부터 페미니즘, 스쿨미투, 여성혐오 등 굉장히 넓은 영역을 다루시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셨다.

마음에 남은 몇 가지를 나누면.

*페미니즘은 관계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성교육은 4~5살 때부터 할 수 있겠다. 그 때부터 아이들은 몸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쉽게 교육하는 ‘너의 몸은 소중하기 때문에 스스로 잘 지켜야 한다.’에서 한 단계 더 뛰어 넘어야 한다. 절제하거나 숨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방적인 자세로 소통하여 가치관을 세우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페미니즘은 성평등이 아니다.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으로 성을 나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말이다. 서로의 섹슈얼리티나 젠더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범위가 워낙 넓어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남는 한 단어가 있다면 ‘이해’이다. 성을 떠나서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에 힘을 쏟는 일이다. 나는 아이들을 만날 때 어떻게 하는지, 성교육 시간에 무엇을 말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산울학교에서 들었던 성교육이 떠올랐다. 그때도 ‘초등시기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을 써놓았었다. 결국 중요한건 관계이다.

 

셋째 날

*교육과정, 이대로 괜찮을까?

올해 들어 연대에서 계속해서 토론하고 공부하는 주제이다. 중등에서는 산돌, 초등에서는 맑은샘이 현제 운영하는 교육과정 변화과정과 평가를 해주었다. 감사한 마음이 컸다. 대안교육이 20년을 넘기면서 아이들과 교사가 바뀌며 교육과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토론할 계획을 잡고 있다. 다음은 9월초에 산학교에서 발표를 한다고 한다.

‘철학과 관련된 고민은 많았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따갑고도 솔직한 고백이 마음 한 켠을 찌른다. 어떻게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을 만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혁신학교가 대안교육의 많은 부분을 배우고 바짝 따라왔다. 지금의 현실에서 대안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로운 운동과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도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시도와 축적된 노하우를 잘 모아 우리의 속도대로 잘 다듬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응급처치

적십자사 응급처치 강사 자격증이 있으신 샨티학교 선생님께서 진행해 주셨다. 다양한 상처와 화상을 치료하고 붕대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응급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CPR(심폐소생술)도 직접 했다.

 

그 외에

*쉬는 시간과 뒤풀이

대안교육 연수에서 가장 좋은 점은 여러 학교의 소식과 상황을 들을 수 있다. 다른 학교들은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려 노력하는지를 서로 나눌 수 있다. 이제 교사가 되기 위해 꿈꾸거나 신입교사 혹은 경력교사, 규모가 작거나 큰 학교, 오래되었거나 시작하는 학교의 고충과 고민을 듣고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처한 상황을 다르지만 교사회가, 그리고 부모가 함께 힘써 학교를 지켜가려 애쓰는 모습이 듣기 좋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라는 이름으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이것이 연대의 힘이 아닐까.

 

마치며

이번 연수는 꽤 너른 시간이 많은 편이라 여유로운 연수를 보냈다. 전에는 들어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 이야기가 점점 내 고민과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도 성장이라 하면 성장이겠다. 동시에 다른 현장의 선배의 모습을 보며 더욱 성장하고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학교들이 더욱 단단하고 지혜롭게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연수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어려운 때에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 대안학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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