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천국

작성자
길섶
작성일
2019-03-21 21:45
조회
264


 

"선생님~ 계곡에 물이 생겼어요!"

간만에 비가 많이 내려 학교 앞 천에 물이 흐른다.

천에 물이 흐르면 교사는 긴장을 한다.

'그래, 오늘은 물과의 전쟁이다!'

 

"자, 이제 쉬는시간이에요~"

말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계곡으로 향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용케도 장화를 신는다.

 

징소리가 나고 첫 번째 아이가 들어온다.

"선생님! 옷이 젖었어요. 갈아입어도 돼요?"

옷을 건내주자 바로 다음 아이가 들어와

"선생님~저는 양말만 말리면 돼요." 라며 해맑게 웃는다.

 

우리는 교실 한편에 자그마한 전기 모닥불을 피웠다.

발도 말리고, 수건도 말리고, 양말도 말린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쉴 틈 없이 계곡으로 향했다.

점심 전까지 8명의 아이가 옷을 갈아입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젖어도 웃고 있길래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

"계곡이 좋아요?"

교사의 한마디에 큰 소리로 다수가 말한다.

 

"물이 흐르면 배도 띄울 수 있어요!"

"물 옆에서 진흙놀이도 해요!"

"진흙놀이에 필요한 물을 힘들게 안 날라도 돼요~"

"다리도 만들어서 건너가요~"

"물고기도 찾아요."

"물이 흐르는 걸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계곡 탐험이 재밌어요!"

 

그렇다. 계곡은 아이들에게 친구이자 선생님이었다.

교사가 알려주기 어려운 여러 가지 놀이들을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낸다.

살아있는 학습, 창조적인 학습이 자연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점심밥을 먹기 전,

전기 모닥불 앞에 널려있는 양말을 보고 누군가 외친다.

"선생님~ 양말 천국이 됐어요~"

 

아이들에게는 젖은 양말이 천국이다.

 

 
전체 9

  • 2019-03-21 21:58
    신나게 놀았을 아이들 모습에 웃음도 나고 부잣집 때문에 속도 상하고 그러네요..^^;

  • 2019-03-22 10:56
    양말천국이 영원했음 좋겠네요^^

  • 2019-03-25 10:41
    저 양말중 저 유독긴 아가일패턴양말 ...진호가 아빠 양말 신고 난 날이네요. ㅎㅎㅎ

  • 2019-03-26 09:31
    양말뿐 아니러 신발도 젖어오는 날이 많았으면 해요~~~

  • 2019-03-26 09:34
    ^^신발이젖어있을때마다 ㅎㅎ 놀라지만기분은 좋아요^^

  • 2019-03-26 09:37
    와~~~
    아이들에게 계곡은 친구이자 선생님~ 영원한 친구이고 선생님으로 남겨주고 싶어요~
    오늘도 아이들 보니깐 4명의 아이들이 오손도손 앉아 놀고있던데....

  • 2019-03-27 20:28
    맞아요!~ 계곡이 친구이자 선생님이지요^^
    이 계곡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어요.
    이번주 금요일 전체 회의에 모두 참여 해서, 아이들의 계곡을 지키는데 함께 하자요^^

  • 2019-03-28 16:08
    이 글 그대로 시장님께 보내드리고 싶네요ㅠㅠ

  • 2019-03-29 14:01
    작년에 큰 아이들(?) 만나다 어떻게 지내실지 궁금 반 걱정 반이었는데,
    글 보니 꼬맹이들한테 마음을 홀랑 뺏기셨네요.
    역시 자유학교 1학년 아이들은 너무 매력적이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