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의 칠보시장을 마치며...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8-12-24 16:46
조회
56
2018년 칠보시장 이야기

 

안녕하세요. 그루터기입니다.

칠보시장은 매 년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했었습니다.

올해 시도한 칠보시장의 형태와 아이들의 생각을 나누려 합니다.

사진은 아라솔 선생님께서 사진방에 올려주셨습니다.

조금 긴 호흡의 글입니다. 내용이 덜 흥미롭더라도 아이들이 배운 경제이야기에 천천히 따라오시면 됩니다. ^^

 

<2018년 칠보시장 방향과 의도>

시장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물물교환으로 물건을 얻었습니다. 덜 쓰는 물건을 내놓고 필요한 물건을 얻었지요. 하지만 쉽게 구하지 못하거나 과정이 까다로웠습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장터를 열었고, 쉽게 교환하기 위해 화폐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의 첫 형태를 그리스 아고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광장에서 사람들은 정치, 예술, 재판, 상업 등을 열었습니다. 이런 활동이 모여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품질, 환률, 물량, 장소, 시간 등 여러 요소가 모여 시장을 형성합니다. 우리학교 칠보시장에도 특별한 요소가 있습니다. 화폐와 물건, 제한된 시간입니다. 특히 화폐는 나라에서 쓰이는 ‘원’이 아닌 ‘별’을 씁니다. 사용가능한 화폐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고,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올해 칠보시장에는 물물교환을 시도했습니다. 두 가지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규칙’과 ‘가치’입니다.

첫째 ‘규칙’, 물물교환은 예전에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자유롭게 다니며 교환을 시도했습니다. 올해는 가족과 함께 준비한 물건을 소개하고 교환했습니다. 모둠에서 교환하고 싶은 물건을 고루 탐색하고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도록 시도했습니다.

둘째 ‘가치’, 물건에 주관적인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허름한 물건이 나에겐 귀중하고 사연이 깃든 물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붙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가치를 잊고 쉽게 사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나바다의 성격이 강한 칠보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기본규칙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됐습니다. 등록한 물건과 음식에 가격을 매겨 은행에서 빌립니다. 빌린 별은 모둠원이 균등하게 나눕니다. 시장이 끝나면 별의 가치는 사라집니다. 즉, 시장이 끝나면 별은 화폐로서 힘을 잃고 적금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더 나누겠습니다. 올해는 삼 일의 일정이었습니다. 첫 날은 물물교환, 둘째 날은 시장준비, 셋째 날은 시장입니다.

 

<첫째 날: 물물교환>
언제 무엇을 하나요?
아침열기 -칠보시장 소개

-음식 정하기(제비)
1교시 -물건소개와 전시 작업

-물물교환
2교시
3교시
4교시 -가게등록증 작성
아침열기에 물물교환의 의미를 다뤘습니다. 가격의 차이가 큰 유리컵과 카메라로 설명하니 이해가 쉬웠습니다. 한 사람은 컵이 없고 카메라를 쓸 일이 없습니다. 한 사람은 컵이 있고 카메라가 필요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물건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모든 가게가 음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식혜, 팝콘, 쿠키, 오징어, 떡꼬치, 과일꼬치, 고구마 맛탕, 어묵탕 총 8개의 음식을 판매합니다. 음식의 종류는 제비뽑기로 정했습니다. 종이 하나하나가 열릴 때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교실은 만드는 음식을 고려해 배치했습니다. 6개의 교실과 강당에서 2개의 가게가 열렸습니다.

집에서 함께 준비한 물건을 들고 모둠교실로 갔습니다. 가져온 물건을 소개합니다. 사연이 다양합니다. 친척에게 선물 받은 공책, 한약을 다 먹고 받은 몰랑이인형, 가장 아끼는 토끼인형, 손수 뜬 수세미, 용돈을 모아 샀지만 지금은 안 쓰는 스크래치북, 연필과 공책 셋트, 기업에 방문해서 얻은 텀블러, 아버지가 만드신 카드지갑 등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물건에 담긴 사연을 들으며 교환하고 싶은 물건을 생각합니다. 종이에 물건이름과 사연을 적어 전시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다른 모둠에 전시된 물건을 구경하며 자유롭게 보냈습니다.

물물교환을 할 시간입니다. 기본 방법은 물건을 소개하고 교환하고 싶은 물건에 이름을 적습니다. 내 물건에 상대 이름이, 상대 물건에 내 이름이 적히면 됩니다. 모둠에 따라 방법의 차이를 뒀습니다. 3학년 아이들과 연습할 때 중요한 변수는 두 가지였습니다. ‘이름을 적는 횟수’와 ‘돌아가는 순서’입니다. 이름을 많이 적으면 물건을 교환하는 확률은 높지만 인기가 높은 물건에 몰리면서 혼란이 생깁니다. 적게 적으면 이름이 겹치는 혼란이 덜하지만 교환될 확률도 낮아집니다. 3학년 교실에서 연습할 때 앉은 순서로 물건에 적힌 이름을 밝히고 의사를 물었습니다. 교환의 횟수가 많으면 가치가 높은 물건에 사람이 모입니다. 가치가 높은 물건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의 물건을 고르면 겹치게 됩니다. 이때 말하는 순서가 빠르면 먼저 의사표현이 가능합니다. 즉, 순서가 힘이 되는 결과를 만듭니다.

교사회의 때 이런 점을 공유하고 모둠마다 다양하게 시도했습니다. 사랑의 작대기처럼 선택 후 눈에 보이게 칠판에 그리거나, 적는 횟수를 한 번, 적는 횟수를 처음에 한 번하고 다음에는 두 번 하는 등 여러 방법이 펼쳐졌습니다. 제가 들어간 모둠은 적는 횟수를 2번, 순서는 제비뽑기로 결정했습니다. 횟수가 두 번이니 물건을 살펴보는 아이들의 눈이 진지했습니다. 18명 중 8명의 아이가 교환에 성공했습니다. 2명의 아이는 아쉬웠는지 모둠활동이 끝난 후 물건을 교환했습니다. 결과도 다양했습니다. 어떤 모둠은 3명 빼고 모두 물건교환에 성공했습니다. 교환되지 못한 물건은 시장에서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물물교환이 끝나고 가게모둠을 발표했습니다. 한 모둠에 두 개씩 있는 음식 중 어떤 요리를 할지 정했습니다.

오후에는 가게별로 모였습니다. 가게등록증을 썼지요. 가게 이름과 1, 2차로 가게를 지킬 사람을 정했습니다. ‘이름 따위 없는 가게’부터 가게 이름이 ‘가게’인 곳, 편의점 이름인 ‘CU’, 다이소 이름을 딴 ‘다있삼’까지. 가게이름도 재미있게 나왔답니다.

 

<둘째 날: 가게 준비>
언제 무엇을 하나요?
아침열기 -물건의 가치와 화폐
1교시 -물건 등록과 가격 매기기

-역할 나누기

-간판 만들기

-음식 준비
2교시
3교시
둘째 날이 되었습니다. 어제 했던 물물교환을 기억해 봅니다. 장단점을 되짚으며 화폐가 왜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지식e채널’에 ‘얼마입니까?’라는 영상을 봤습니다. 한 박사가 희눈썹울새에게 가격을 붙이는 내용입니다. 구성 원소로 계산했을 때 210원, 기분 좋은 울음소리는 4만원, 일 년 동안 먹으며 잡는 해충 10만 마리는 6만원, ……8만원, 평생 무료로 제공하는 가격 150만원! 아이들은 점점 늘어나는 돈에 신기해했습니다. 5분 남짓한 영상에서 기준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돈으로 사거나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각 가게로 돌아가 장사 준비를 합니다. 저는 둘째 날부터 상도와 환전(은행)을 하며 아이들을 살폈습니다. 아이들이 이곳저곳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물건등록증에 가격을 매겨 붙입니다. 간판을 멋들어지게 꾸밉니다. A4용지부터 박스지까지 재질도 특색이 있습니다. 톡톡 튀는 내용도 눈에 들어옵니다. 식혜나 쿠키 모둠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팝콘과 오징어 모둠은 이면지로 음식 포장지를 만듭니다. 물건등록이 끝나면 팔 물건과 음식의 총액을 합해 환전에게 줍니다. 환전은 시장이 순환되려면 돈의 여유가 필요하기에 사람의 수와 비례해 돈을 더 빌려줍니다. 전에 비해 물건이 적어 생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오후(4교시)는 반별시간으로 썼습니다.

 

<셋째 날: 칠보시장>
언제 무엇을 하나요?
9:00-10:30 -지킬 약속과 질문

-가게 열기 마지막 점검
10:30~12:20 -1차 시장

-2차 시장

-깜짝 시장

-뒷정리
4교시 -정산과 돌아보기
드디어 칠보시장 당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의 상도와 은행의 역할을 알려주었습니다. 1차에 좋은 물건이 전부 빠져나갈 수 있으니 나눠달라 부탁했습니다. 질문도 받았습니다. ‘별은 50, 100, 500으로 단위가 나눠지는데 모둠원 수에 맞게 나눠지지 않으면 어떡하느냐?’ 등 꽤 고급스런 질문이 나옵니다. 어제 매긴 금액과 등록한 가게등록증도 함께 주었습니다. 어제보다 더욱 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가게 자리를 잡느라 책상을 옮기고 물건을 배치합니다. 환전에게 와서 모둠원이 나눌 돈과 거스름돈을 빌립니다. 모둠원이 두런두런 앉아 돈을 균등하게 나눕니다. 아침에 약속한 1,2차 물건을 분류합니다. 오늘 음식을 준비하는 모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10시에 상도가 가게를 돌며 가게등록증을 확인합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가게에서 대기합니다. ‘징~’ 소리와 함께 1차의 문이 열렸습니다. 아이들은 둥지층과 햇살층을 오가며 사고 싶은 물건을 구입하고 요리도 먹습니다. 홍보물을 들고 목소리 높여 가게를 홍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납니다. 약 30분의 시간을 보내고 징 소리와 함께 2차를 준비합니다. 숨겨놓은 2차 물건을 꺼냅니다. 빠르게 준비한 모둠은 2차 징이 울리지 않아 애가 탑니다. 이럴 때 상도는 참 곤란합니다. 하하하... 모든 모둠이 준비가 끝나고 다시금 징이 울립니다. 1차에서 물건을 샀던 아이들이 상인으로 가게들 지킵니다. 2차의 아이들도 빠르게 돌며 물건을 고릅니다. 시간이 지나 2차도 마감 징이 울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예고에 없었던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마지막 10분간 1,2차에 돈을 쓰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교사들이 모둠을 지켰습니다. 별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벤트가 종료되고 뒷정리 징이 울렸습니다. 책상은 돌려놓고 남은 물건은 모읍니다. 별은 수익과 쓰지 못한 돈을 각각 묶어 보관합니다.

오후에는 돌아보기를 했습니다. 돌아보기의 내용은 크게 4가지입니다. 정산(수익), 잘 혹은 덜 팔린 물건, 칠보시장 평가, 남은 물건 수습입니다. 환전에서 빌린 돈과 수익을 비교합니다. 보통 적자가 나야 정상입니다. 그럼에도 고구마 맛탕을 판 가게는 예상한 수보다 많이 만들어져 흑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평가가 궁금하시죠? 정리해 봤습니다.

 

<올해 아이들의 칠보시장 평가>

보기 쉽게 주제별로 모았습니다.
기간 (3일)

-3일이 시간이 넉넉했다.

-물건에 가격 매기는 시간이 넉넉했다.

-삼 일도 좋았지만 이틀도 괜찮겠다.
화폐(별)

-넉넉해서 좋았다.

-돈이 남는다. 물건보다 돈을 적게 하자 (시장이 끝마칠 쯤에 화폐 가치가 떨어짐.)
형태

-품목을 나눠 가게를 열자

-가게를 자발적으로 열자

-1, 2차에 장담점이 있다. 2차가 좋은 것 같다.

-2차에 나갔는데 물건이 별로 없었다.

-물물교환은 안 해도 되겠다.

-작년처럼 체험이 있으면 좋겠다. (예: 뽑기, 복불복)
판매와 구입

-물건이 더 많아야 한다.

-의류는 덜 가져와도 좋겠다.

-고학년은 살 물건이 많지 않다.

-짝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구경과 사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분위기

-지난번보다 떠들썩하지 않았다.

-복잡했다.

-모두 원하는 걸 사지는 못했다.
음식

-저번보다 먹을 것이 많아 좋았다.

-학생이 원하는 음식으로 하자

-양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든 모둠이 음식을 만들어 좋았다.

-맛있었다.

-뜨거운 것 먹느라 시간이 다 가버렸다.
아이들의 생각이 재밌지요? ^^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은 먹을 것이 있어야 좋다.

-별이라는 화폐의 한계

정도라 생각됩니다.

다음은 잘 팔린 물건과 덜 팔린 물건입니다.
*잘 팔린 물건

음식, 인형, 스노우볼, 문구류, 옷(어른), 만화책, 폼클레이
*덜 팔린 물건

책, 실내화, 의류, 액세서리, 신발, 크레파스
음식은 모든 모둠에서 나왔습니다. 잘 팔린 물건에 옷(어른)은 교사들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매기는 가치일까요? 조금은 의외이면서 수긍이 됩니다.

기억해 두시면 다음 칠보시장에 물건 내놓으실 때 도움이 되겠습니다.

 

<마치며: 어려운 경제, 끝없는 도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칠보시장을 진행하며 글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칠보시장은 아이들과 즐겁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아이들은 전 학년이 어울려 협동하고 수다도 떨며, 서로를 살핍니다. 생활미술, 수와 같은 교과목도 자연스레 베입니다.

칠보시장의 형태는 항상 바뀝니다. 방법이 아닌 철학에 중점을 둘 때 정답이 없어집니다. 시장을 열려면 자본주의를 끌어와야 하고 곧 자본주의의 딜레마에 부딪칩니다. 회장단 선거도 그렇습니다. 정해진 방법 없이 때마다 교사들의 고민이 닿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답은 명확해도 맞는 방법은 없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칠보시장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칠보시장에서 얻는 가장 큰 배움은 여러 경제 형태를 몸으로 겪는 일입니다.

알프레드 마셜은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을 ‘수요와 공급’을 애기한 경제학자입니다. “부자의 1실링과 가난한 자의 1실링은 같지 않다. 1실링이 주는 만족과 기쁨은 같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가치를 매기는 것도, 돈에 힘을 싣는 것도 사람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초등시절이 지나면 대부분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자연스럽기도 합니다. 산타클로스는 상업의 도움이로 내려않았으나, 본래 천주교의 성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남몰래 선행과 자선을 했던 니콜라스를 기억하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칠보시장의 목적은 돈 계산을 빠르게 하고, 좋은 물건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물건하나에도 가치를 찾고, 아나바다하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전체 2

  • 2018-12-26 07:52
    짝짝짝.. 너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훤히 보이는듯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2018-12-27 00:09
    3학년 반모임에서 이번 칠보시장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나왔더랬지요. ㅎㅎ .. 좀 어렵기는 하지만 그냥 넘기지 않고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대안경제에 대해 관심과 고민이 들고 있는데 초등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경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고 시도해보시고 계신 것 같아 반갑고 고마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