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어린이회장단 선거....그리고 첫 자치회의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8-03-21 06:57
조회
1332
꽃내음 달이 어느덧 중반을 넘었습니다. 꽃가마를 타고 등장한 1학년은 넘치는 에너지로 식사시간과 계곡을 점령했습니다. 물만 보면 달려드는 통에 방과 후 선생님과 가정에서 젖은 옷을 벗기고 입히고 말리느라 애쓰셨지요. 작년 이맘 때 한여름까지도 같은 일을 반복했던 2학년은 이제 신발과 양말 정도만 젖게노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신발 말리느라 두둑이 모아둔 신문지가 생활미술시간에 쓰였지요.)

고학년이 된 어린이들은 학교에 품을 냅니다. 언젠가 쓰려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창고의 물건을 초록샘의 진두지휘아래 열심히 정리했습니다. 살려낸 보물도 있고 버려진 것도 있습니다. 되살림을 실천하는 학교에서 꽤 많은 물건들이 움직여 놀란 분도 계시겠지만 때로는 비워내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공간이든 삶이든 빈 곳이 있어야 새로운 만남이 있으니까요.

3월 입학식 이후 어린이들에게 큰 이야기꺼리는 단연 어린이 회장단 선거였습니다. 차기 회장단을 꿈꾸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 회장단 선거 과정을 소개합니다.

어린이회장단은 자치회의를 이끌고 모임에서 인사 선창을 하는 회장과 그런 회장을 보필하는 두 명의 부회장 또 회의나 중요한 안건을 회의록에 꼼꼼히 작성하는 공책서기가 있습니다.

학교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주요역할은 회의진행입니다. 그리고 1학기 회장단은 전체여행을 1박2일 동안 사전답사하고 여행을 계획하는 역할과 2학기 회장단은 마무리 잔치 준비와 진행 역할이 있습니다. 이 역할로 어느 학기에 회장단 후보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름만큼 무겁고 학생들의 지지만 아니라 마음을 모아야 하는 회장 역할보다 의외로 공책서기가 많은 어린이들이 손꼽는 역할입니다.

올 해 회장단 선거는 둘 씩 짝을 지어 출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회장-부회장, 부회장-공책서기 둘이 짝을 이루는 순간부터 누구와 누가 짝이 되나. 누구를 짝으로 영입해야 유리한가. 자기 짝을 찾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됩니다. 이 때 훈수 두는 조력자들도 나타납니다.

후에 들어보니 **은 ##과 짝이 되어 “둘이 정말 기대된다.”라는 이야기부터 “##이라니 너 후회 할 꺼다.”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들었다고 합니다.

짝을 만나면 이제는 5-7명 지지자의 서명을 받습니다. 그리고 후보등록을 합니다. 등록한 순서로 후보자의 번호가 결정됩니다. 인심 좋은 **은 1번 후보도 3번 후보도 지지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과연 결정의 날에는 어느 후보를 선택했을까요?

후보등록을 마치면 이제 정식 선거운동~ 포스터, 공약, 후보검증 시간을 갖습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공약을 잘 실천할 수 있는지, 부회장 후보는 불러주는 말을 칠판에 잘 요약해 적는지 공책 후보는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지 살핍니다.

선거기간동안 배식을 돕고 저학년 교실에서 식사도 함께 하며 열심히 눈도장을 찍습니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버린 같은 학년보다 1학년 2학년의 표심이 당락을 꽤 좌우한다 합니다.

모 후보는 “동생들을 덜 놀리겠다. 지나친 몸 놀이는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를 공약하고 동생들의 마음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누군가 D-DAY라고 적어둡니다. 길섶 선생님께 선거의 의미와 투표용 선거 도장 문자의 변천사를 듣고 후보들의 최종 마음가짐을 듣습니다.

두둥~ 학생증으로 본인증명 후 선거인명부에 서명 하고 한 명씩 기표소로 들어갑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여해 실제 선거에서 사용되는 기표소와 투표함입니다.) 두 번 반듯하게 접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전체 투표가 끝나면 30분 후 개표가 진행됩니다.

전 회장단이 검표와 진행을 맡습니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불려지면 환호가 나옵니다. 올 해 부회장 후보는 마지막 20표전까지 한 표차-동점-역전-동점을 반복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고 학교일에 마음을 낸 서로를 격려합니다.

개표 내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던 어린이는 서운함에 눈물이 고입니다. 어젯밤 당선 소감을 준비했던 어린이는 오히려 시원하다며~ 마음과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일을 하겠다. 마음내준 어린이모두~ 평소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목소리가 떨렸던 어린이가 용기 내어 공약을 준비하고 즉석 인터뷰도 임하는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고맙습니다.

학교에서 이루지는 선거방법은 꼭 하나만은 아닙니다. 후보로 마음 낸 친구들이 미리 모여 경선을 펼쳤던 해도 있고, 4명이 짝을 이뤘던 해도 있습니다. 지지자의 표가 많이 분산될 경우 결선 투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어떤지, 같은 뜻을 가진 어린이들이 모임을 만들어 가장 많이 지지를 받은 모임에서 회장단을 제안하는 형식 등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투표의 방법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새 회장단이 이끄는 전체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안건은! <나들이 짝 정하기>입니다.

칠보산 어린이라면 선배가 되면 누구라도 동생들을 보살피고 이끕니다. 오늘은 떨리는 마음으로 고학년 어린이가 짝이 될 동생 이름이 적힌 제비를 뽑았습니다.

작년과 같은 짝이 된 어린이들도 있어 “환상의 짝꿍~”이라 합니다. 이젠 조금 컷 다고 손잡기 쑥스러운 어린이들도 동생 손은 꼭 잡고 길을 나설 것입니다.
전체 3

  • 2018-03-21 15:27
    ㅋㅋㅋ 동생을 놀리지 않겠다도 아니고, 덜 놀리겠다는 솔직한 공약에 빵 터집니다.

    해마다 똑같을수 있겠지만 칠보산자락의 3월 풍경을 살짝 엿볼수 있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8-03-21 22:21
    소현이도 회장단 선거 얘기하면서 굉장히 흥미있어 하더라구요. 우리 1-2학년 친구들이 표심을 좌우한다니, 적어도 2년 동안은 언니 오빠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겠네요^^;

  • 2018-04-27 13:30
    올해 후보 중 한 분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두통이 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룸이가 입학을 했던 첫 해에 보통의 학교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회장단 선거 과정이 놀라웠어요.
    실제 선거에 쓰이는 기표소와 투표함에 선거를 한다기에 한 번 더 놀랐었지요.
    1학년엔 그저 잘 놀아주고 말을 많이 태워주는 오빠를 뽑더니 해가 갈수록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잘 자라고 있구나 싶더라구요.

    입후보한 아이들의 전략도 재미나네요 ㅎㅎㅎ

    이룸이는 회장님이랑 나들이 짝아 되어서 늘 선발대에 서야 한다며...ㅋㅋㅋ

    마음이 답답한 오후였는데 선생님 글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 짓게 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