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읽어주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09-14 17:10
조회
1387
아침 열기나 하루닫기 시간에 종종 아이들 일기를 읽어준다.

일기 지도를 따로 하기 보다는 친구들 일기를 들려주거나 다른 학교나 문집에 실린 좋은 일기를 들려주려 한다.

자기 일기를 읽는 것은 부끄러워하지만 친구 일기 들을 때는 까르르 배꼽빠지게 웃는다. 은근히 자기 이야기가 있는지 기대 하는 눈치다.

학교생활하며 아이들 글을 매일 볼 수 있어 참 즐겁다.

오늘은 아이들 일기 대신 어제 겪었던 일을 쓴  내 일기를 들려주었다.

내 일기나 시를 읽어준다는게 꽤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구나. 새삼 느끼며.

2017년 9월 13일

하늘이 푸르고  살랑살랑 바람이 기분 좋은 날씨
텃밭물놀이

일주일만에 배추가 많이 자랐다.
배추에 물을 주다가 아이들에게 물공격 받았다.
물조리개로 물을 주니 세현이가 무지개만들어 달라했다.
손을 높이 들어 힘껏 위아래로 흔들며 물을 뿌렸다.
그러다 물조리개를 두손으로 들고 빙글빙글 돌며
"물비 맞을사람!"하고 외쳤다.
신난 아이들 몇이 와서 물비를 맞았다.
아이들은 페트병에 물을 가득채워 뿌리고
나는 물조리개로 물조리개로 물을 뿌리니
도리어 내쪽으로 물이 튀었다.
옷이 흠뻑젖었다.
장화에도 물이 가득찼다
걸을 때마다 장화 속 물이 출렁거린다
물장화가 되었다.
머리부터 옷까지 추욱
속옷은 못갈아입고 옷만 갈아입었더니
몸에서 자꾸 물냄새가 난다.
물에 젖은 아이들은 옷갈아입으라하고
모두 바깥에 나가서 놀라고 내보냈다
햇볕가득 받고오라고.
교실정리 하고 보니 시간이 다갔다.
아이들은 햇볕에 뽀송뽀송해져서 신나게 노는데
나는 자꾸자꾸 추욱 늘어지고 졸립다.
햇볕에 누워서 낮잠자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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