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7일] 원피스 언제 입어요? - by 산

작성자
teacher
작성일
2016-05-18 11:03
조회
1794
5단지 근처에 체육관이 생겼어요. 이름은 '서수원칠보체육관'이예요.

가까이에 이런 시설이 생겼으면 했는데, 드디어 생겨서 참 좋아요.

멀리 만석공원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늘어서 더 좋아요.

한 시간 대여 하는데 3만원인데 3월 한 달은 홍보기간이라 무료라고해요. 참, 참 좋아요.^^

그래서 지난 주 수요일부터 축구부 또는 가고 싶은 어린이, 교사가 하교 후에 이곳을 찾아요.

가보니, 넓고, 마구 뛸 수 있어서 자꾸만 가고 싶어졌어요. 그곳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비단 저뿐만은 아니었나봐요.

어제 아침 윤00이가 평소와 달리 학교에 오자 마자 알림장을 펼치고 메모가 적힌 부분을  보여 줬어요.

"선생님, 엄마가 뭐 써 줬어요. 보세요."

살펴보니 오늘도 서수원칠보체육관 인조구장을 가는지, 만약 00 이 따라 가게 된다면 오늘은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어쩌면 좋을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엘지 빌리지에 산다면 함께 갈 수 있도록 형들과 짝을 지어 줄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일단 답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말했어요.

"같은 방향의 차를 얻어 탈 수 있는지 선생님이 찾아 볼게. 그런데 만약 차편이 없다면.. 이럴 경우 평소대로 방과후를 하고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야"

대답을 들은 아이는 아무런 대꾸없이 돌아서서 교실 뒷 쪽으로 걸어갔어요. 뒷 모습이 무엇가를 말하는 듯, 나도 모르게 시선은 아이을 따라 갔고, 분명 눈물을 훔치는 듯한 동작이 보였어요.

돌아선 아이의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보였어요. 아이는 조르지도, 때를 쓰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조용히 눈물로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고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윤00 어머니와 메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머님이 말했어요.  평소 뭘 해달라고 하거나 뭐 하고 싶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데, 처음으로 그렇게 표현하더라고.

학교에서도 축구와 탁구에 관한 아이의 관심이 높았어요. 축구하는 날은 언제인지, 탁구는 어떤 시간에 칠 수 있는지.

결국 부모님이 가능한 빨리 인조구장으로 오시기로 했고, 아이는 형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인조구장에서 축구를 할 수 있었어요.

형들 틈에 낀 막내 학년이라 공을 건드려 볼 기회도 적고, 달리다가도 힘들면 그물망에 기대거나 구장에 대자로 누워있거나 어쩌면 지루했을 때도 있었을 텐데 아이는 그곳에 형들과 함께 가는 것이 참 좋은가봐요.

축구장에 도착한 윤00.

자전거 탄 형들이랑 졸업한 형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바다별 선생님과 아이가 이야기를 나눴어요.

바다별 - "윤00 축구 좋아해요?"

윤00   -  " 네! "

바다별 - "지난 주에 보니까 누워 있던데요?"

윤00   - " 네 "

바다별 - "앞으로 축구 열심히 하세요!"

윤00   - " 네 "

잠시 후.....

윤00   - " 그런데 바다별 선생님 "

바다별 - "왜요?"

윤00   - " 원피스는 언제 입어요?"

바다별 - "뭐라구요?"

윤00   - "원피스요"

바다별  -  " ...... "

당황한 바다별 선생님 머리 위로 말풍선이 떠올랐어요. '원피스가 뭐지?'

잠시 후.....

바다별  -  "윤00, 지난 주에 입었던  팀조끼가 많이 컸어요?"

윤00    -  " 네 "

바다별  -  " 좀 있다가 축구시작하기 전에 다같이 입을거예요 "

윤00    -  " 네 "

잠시 후 자전거 타고 온 형들과 은기 형, 규빈이 형, 산하 형, 학유 형이 도착했고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때 바다별 선생님이 아이를 불렀어요.

" 윤00!!  원피스 입어요! "

소나기, 바다별, 산은 아이의 '원피스'란 표현  덕분에 배꼽 한 번 잡아 봤네요.

아이의 표현에 따르면 큰 사이즈의 팀조끼는 민소매 원피스 쯤 될 것 같아요.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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