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학교살이

작성자
이슬
작성일
2016-10-10 20:53
조회
1937
여행을 앞두고 2학년 아이들과 학교살이를 했어요.

학교살이 하는 날 마침 3학년들이 함께 학교살이를 해서 덜 무섭고 재미있었죠.

1학기에는 2학년들만 학교살이를 했더니 밤에 무서워서 화장실을 잘 못갔는데,

이번에는 3학년들이 아래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더라고요. 3학년들도 마찬가지고요^^

 

용암반에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 5가지 중에서 선택해요.

다수결, 소수결, 만장일치, 제비뽑기, 이슬 마음대로.

이번  학교살이 식단은 소수결로 결정하기로 했어요.

오므라이스, 떡볶이, 라면, 볶음밥 등등 다양한 메뉴가 나왔는데

그 중에 가장 적은 표를 받은 김밥이 저녁 메뉴로 선택되었지요.

근데 문제는 아침 메뉴도 김밥!!!

 

'충무김밥'이나 '김과 밥'이 아닌 햄, 맛살, 단무지, 오이, 당근, 깻잎이 들어간 정통김밥이었지요.

요리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교사도 제대로 김밥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됐어요.

일단 아이들만 믿고 만들기로 했어요.



 

3학년들과 함께 주방을 썼는데 전기밥솥이 하나 밖에 없어서

저녁에는 3학년들이, 아침에는 2학년들이 쓰기로 했어요.

2학년들은 압력밥솥으로 밥을 했지요.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사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생소한 압력밥솥을 쓰려고 하니 참 막막했어요.

예전에 수산나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던 기억을 더듬어서 밥을 했어요.

아이들은 언제 추가 도는지, 냄새는 어떤지, 시간은 얼마나 흘렀는지.

계속 신경써야해서 밥솥 앞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약간 탄 냄새가 나긴 했는데 적당하게 누룽지가 생긴 밥이 되었지요.

수산나 선생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배워야겠네요.



 

드디어 밥과 재료가 다 준비되었어요.

아이들이 식판을 가져오면 밥과 재료들을 배식했죠.

김밥은 각자 말아서 취향대로 먹어요.

재료를 모두 넣는 아이, 김과 밥만 말아서 반찬을 따로 먹는 아이, 모두 따로 먹는 아이 등등



 



 

밥을 먹고 각자 맡은 일을 해요.

식판도 씻고 사용한 후라이팬도 씻고.

바닥도 쓸고 닦고.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했어요.



 

3학년들과 함께 하는 학교살이인데 그냥 자면 섭섭하죠.

눈 감고 술래잡기, 돼지씨름을 했어요.

3학년들과 시간 가는줄도 모르게 신나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놀았지요.



 

3학년들과 놀이가 끝난 뒤

2학년들은 원래 계획했던대로 밤산책을 나갔어요.

손전등을 들고 자목마을을 한바퀴 돌았지요.



귀신 하나도 안무섭다, 이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있냐 이러면서

다들 떨어지면 안된다고 붙잡고 다녔죠.

옛날 도토리교실 우물에 가보기로 했는데

누가 이사왔는지 불이 켜져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요.

다들 호기롭게 나왔다가 칠보산쪽으로 올라가보자고 했더니

빨리 돌아가자고 학교로 뛰어 들어갔네요.

 

드디어 취침시간.

씻고 누웠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느라 한동안 떠들썩 했어요.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모두 잠들었어요.



새벽에 모기소리 때문에 잠을 깼는데 아이들은 잘 자더라고요.

도저히 안되겠어서 손전등 비추면서 모기를 잡았지요.

모기 잡는다고 돌아다녔더니 교사 때문에 깬 아이도 있었어요.

 

다음날 아침

아이들 얼굴과 몸에 밤새 모기에게 뜯긴 자국이 있었어요.

연신 모기약을 바르면서 수업을 했지요.

 

2학년과 3학년 그리고 모기와 함께 한 학교살이.

여행과 가까워서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참 잘해냈지요.

이번 여행도 학교살이처럼 즐겁게 용기내보길 기대해봅니다.
전체 4

  • 2016-10-11 03:06
    2학년들 입학했을 때 너무들 의젓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역시나! 입니다. 자다 깨어 모기 잡는 그 마음, 너무 감사해요.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선생님~~

  • 2016-10-12 01:15
    오랫만에 올라온 아이들 이야기 너무 반갑습니다. 2학년은 척척 김밥 정도는 해먹는군요! 대단~ ^^
    재밌게 읽고 갑니다.
    아이들 이야기 자주 올려 주세요~

  • 2016-10-18 19:38
    올 해 뒤늦은 모기가 포식을 했네요~~~~
    압력밥솥 밥은 아직도 어려운 1인입니다^^*

    학교살이에, 여행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 2016-10-18 19:46
    렌턴으로 귀신놀이가 제일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만든 김밥맛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