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옷날 아침열기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7-05-30 21:56
조회
1616
음력 5월 5일 단옷날이라 호랑이띠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신식 단오잔치를 소박하게 열었다.
이슬 선생님이 정성껏 말린 쑥을 우려낸 향긋한 물로 머리를 감고(창포물 대신!),
남은 쑥물을 옷을 입은 채로 막 들이붓고(활기찬 천연염색!),
이 가뭄에 속편하게 물놀이를 하는 그런 잔치였다.


아침열기 시간, 고맙게도 초록샘이 아이들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며
1학년들과 15분쯤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셨다.

단옷날에 옛사람들이 무얼 했는지 두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아이들은 그림이 잘 안 보인다며 스르르 앞으로 모인다.
반짝거리는 눈의 아이들 말이 어찌나 많은지
교사의 설명과 아이들의 품평 겸 질문의 비율이 일대일이다.
일대일이 아니라 일대백이어도 좋다.
아이들 입에서 튀어나오는 엉뚱한 말은 교사에게 활력을 주고
그 맛에 살아가므로.


기억나는 몇 장면 옮긴다.
그 교실에 앉아 있던 세 교사들만 즐거울 수도 있겠으나^^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다.


교사 : 여자들이 왜 옷을 벗고 있을까?
아이 : 옛날에는 수영복이 없어서요.

교사 : 이 그림에서 그네를 뛰는 사람들이 누구예요?
아이1 : 여자요.
교사 : 옛날에는 남자가 그네를 뛰면 얼레리꼴레리 했어요.
아이2 : 그만 좀 하자요.





김홍도 <씨름>


교사 : 이 그림에 여자가 있어요?
아이1 : 저기 머리 긴 사람이요.

교사 : 사람들 머리 위에 이렇게 올린 걸 뭐라고 할까요?
아이2 : 상투요.

교사 : 와~ 그걸 아네요. 옛날에는 상투를 누가 틀 수 있었나요?
아이3 : 머리 긴 사람이요.
교사 : 맞아요! 대머리는 상투를 틀 수 없네요!



그러다 9시15분이 되니 목소리가 또랑또랑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쉬고 싶어요!"


초록샘이 15분쯤 쓰겠다는 말은 1학년 담임교사에게만 했는데
대체 그걸 어찌 알았는지
놀라워라, 1학년의 참을 수 없는 정확함이여!
전체 1

  • 2017-06-01 08:39
    와~~~ 넘 귀여워요. 저래서 1학년 담임을 하면 얼굴이 피는거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