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졸업생들에게 띄우는 봄날의 편지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7-02-12 10:39
조회
1713
초고속 인터넷에 익숙한 우리와 달리 봄날 있는 곳에서는 인터넷 쓰기가 어렵지요.
게다가 은우 챙겨야 하고 공부하고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에도 너무 바쁠 텐데
그 틈에 졸업생편지 챙겨주셨어요.
이 아이를 거친 모든 담임교사들이(산, 봄날, 소나기, 초록샘, 최재혁, 달아)
먼곳에서 띄운 글로, 깜짝 등장으로, 정성스러운 준비로 모두가 함께 했네요.

이번 졸업생들!!! 정말 복받았어요.
나무꾼 선생님 덕분에 행사 당일 맞춰 편지 읽어서 다행이었고,
귀한 자리에 마음 담은 교사의 글이 있어서 감동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전하는 편지에 미리 담지 못해서 아쉽지만 출력해서 오래오래 두고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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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는 친구들에게

졸업을 축하합니다!
6학년이 되어서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잘 자라는지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가끔 학교에 가서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나를 내려다보는 몸이 되어 있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깜짝 놀라곤 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더 자라 있을까 궁금함이 몽글몽글 올라옵니다.
이번 졸업생들은 유난히 영혼이 맑고 순수해서
지켜보는 선생님들마다 참 이야깃거리가 많던 학년이었지요.
언제나 왁자지껄하고 늘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고 다툼도 많고 선생님들과 면담해야 할 거리들이 넘치던 아이들!
2학년 때 들어와서 새로 적응해야 했던 병희랑 한결이랑 태욱이가 유난히 또렷합니다.
칠보산과 학교를 참 사랑하는 칠보산의 아이들.
아이들은 자기 삶의 길을 잘 찾아와 주었고
주어진 곳에서 자기 보금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안전하게 자라온 느낌입니다.
이번 졸업생들은 궂은일에도 계산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돕고,
가장 맑은 눈빛을 하고 자기 관심사를 설명해주던 아이들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어수선해보이지만 가장 학구적이고 총명한 아이들이기도 했지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들이를 하고 글을 쓰고 함께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 어떤 아이들보다 보석 같은 글을 많이 썼지요.
또 아이들 글을 읽고 혼자 또는 선생님들과 좋아서 키득거리던 일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 그런 것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지금 또 새삼 너무나 그리워집니다.
아이들의 글씨체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납니다. 누가 무엇을 쓰고 그렸는지도요.
그 아이들이 이제 초등과정을 마무리하고
또 자기 길의 한 갈래를 찾아 떠난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눈물이 나려 해요.
하긴 졸업식 때마다 눈물바람을 해서 이번에도 혼자 좀 울어야겠습니다.
한 번 우리 아이면 영원히 우리 아이니까요.

인정, 서윤, 병희, 태욱, 준영, 한결, 민석, 치원, 강유, 재서, 태경, 민수, 준서.
모두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합니다.
한 공간에서 함께 하지 못하지만 진심어린 마음으로 졸업식에 함께 합니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에서 보낸 6년의 시간은 어쩌면 인생의 그 어떤 때보다 값진 시간일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이 시기를 얼마나 기억하느냐와는 다른 문제이지요.
졸업생들 모두 이곳에서 나의 뿌리를 내릴 힘을 키웠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나의 뿌리가 되는 시간들을 이곳에서 잘 보내고 이제 조금씩 흔들리지만 뽑혀나가지 않을 안정감을 가지고 더 큰 곳으로 한 발 나가는 것이겠지요.
보내는 마음 아쉽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 응원할 만합니다.

졸업하는 아이들, 동생들, 그리고 오래전 거쳐 간 아이들,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한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 간절한 그리움으로 불러봅니다.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독일 만하임에서 봄날 마음 담아
2017년 2월 졸업식에
전체 2

  • 2017-03-02 13:07
    멀리서 띄우는 봄날같은 따스한 편지.. 선생님의 간절한 그리움에 눈이 빨개집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다시 꼭 뵈어요..

  • 2017-03-08 15:32
    그리운 봄날 선생님,,
    그 봄날같은 사랑이 따뜻하네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