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2016 겨울방학 공부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7-02-07 17:29
조회
1689
2016 겨울방학공부 by 해님

 

 

이 월의 꽃샘추위가 지나면 시작되는 새 학기. 2017년은 왜 이토록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1년 조금 못 되는 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며 더 실감나는 책임감, 책에서 읽은, 언젠가 담아두었던 지식으로는 온전하게 가르칠 수 없음을 알아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체험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 모든 생각을 동원해 작은 실천을 하나라도 옮기는 것, 앞으로 더 깊이 배워야 함을 마음에 새기며 저의 필요에 의해 공부했지만 우리의 배움으로 풍성해 질 두 개의 연수를 기록합니다.

 

* 하나 송순재 교수와 함께 하는 학교교육이야기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

 

바다별, 산, 달아, 이슬과 함께 작은 차에 몸을 싣고 경남 산천으로 향했습니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 덕분이었을까요? 2박3일 내내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으로 하여금 삶의 운동이 되게 하라!


봄꽃들이 피어나듯, 바람이 불 듯, 소리도 없이 곡식이 익듯,


변화가 홀연히 찾아오게 하라!”



이 번 연수를 연 곳은 학교교육연구회로 우리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사랑방, 교육연구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치원부터 대안학교, 공립학교, 대학까지 우리 교육에 관심 있는 많은 이가 함께하여 풍성했습니다. 해마다 그 시기에 꼭 필요한 주제로 열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구성원은 내년에 참여해도 좋겠습니다.

주제는 덴마크의 삶을 위한 교육, 덴마크 교육형태와 체계, 자유학교의 형태와 체계, 자유교육 사상의 선구자 그룬투비와 콜입니다. 덴마크는 19세기부터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공립학교인 폴케스콜레를 도입하였으며 또한 별도의 상반된 입장의 자유학교 폴리스콜레, 청소년을 위한 애프터스콜레, 성인을 위한 평민대학 폴케호이스콜레의 초기 형태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공립학교와 자유학교가 즉 공교육과 자유교육이 대결과 논쟁을 거쳐 상호영향을 주고받고 때로는 협력하며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학교를 열거나 스스로 수업할 수 있으며, 국가 재정의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고 자유교육 기초가 성인을 위한 평민대학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1학년부터 9학년까지 프리스콜레(자유학교)의 교육이념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 학교는 아이가 사는 가정의 연장이다.

-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 손은 마음의 자궁이다.

- 배우는 법을 배운다.

- 살아있는 말(구술언어)을 중시한다.

- 종교와 기독교적 가치를 근간으로 한다.

- 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나 서로 자유롭게 친밀한 관계를 가진다.

- 교육에서 자유를 핵심가치로 삼는다.

- 민주주의 전통 즉 경청하는 태도와 소수자를 포용하는 태도를 갖는다.

우리 학교 철학과 같은 부분도 있고, 교육과정 또한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말과 글을 쓰는 것, 손을 움직이며 직접 하는 살림 수업, 즉 살아있는 말과 살아있는 삶을 바탕 둔 교과 체계가 왜 그러한지 왜 가르치는지 정리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까요?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수업에서 본 영상, 읽기자료, 송순재 교수님 강의 후 모둠으로 솔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때로는 아프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고, 약간의 희망의 싹도 보였지만 아직 학교는 답답합니다. 민주적 학교조직,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 열정 있는 교사는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학교는 반쪽입니다. 왜냐면 학교에 학생과 교사만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소비자이거나 교육대상, 학교가 필요할 때 함께하는 존재라면 반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덴마크의 자유교육이 가장 먼저 평민대학에서 시작되었듯이 학교에는 학생, 교사뿐 아니라 부모도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있는 우리 학교에 감사합니다. 개개인의 요구와 관점도 다양하고 때로는 갈등도 감춤 없이 드러나는 곳이지만 학생, 교사, 부모가 서로 존중되는 곳, 차이를 생산적으로 만들어내는 곳, 이런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좋은 선생님도 만났지만 더 좋은 우리가 함께 해 더욱 풍성한 연수였습니다. 연 초부터 두 밤을 지내다 보니 그날 배운 덴마크 이야기가 어느새 칠보산 이야기가 되어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어느새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가 새벽까지 꼭꼭 씹어 나눈 것들이 함께 풍성하게 펼쳐질 올 해를 기대합니다.

둘 비폭력대화 기초 NVC1

 

"말은 마음의 창? 아니면 벽?“


우리는 참으로 많은 말을 하고 살지만 조리 있게 말하여 펼치는 법, 상대와 토론하는 법만 배우려 들지 정작 상대가 잘 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폭력대화는 대화법이지만 잘 듣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학기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한 <회복적써클> 시간에 공감하는 듣기가 매우 부족함을 느끼고 찾은 연수입니다. 판단하고 평가하는 듣기의 고수에서 상대방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와 필요를 잘 듣는 공감하는 듣기의 고수가 되길 바랍니다. 일 주일동안 하루 꼬박 8시간 비폭력대화에 푹 빠져 있느라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마음은 평화로웠습니다. 이 연수는 무엇보다 학교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총알이 된 연수라 의욕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제 욕구와 느낌을 온전히 들어주는 구성원이 있어 스스로 돌봄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겨우 기초 입문 단계 듣고 떠들기에 앞으로 깊이, 깊이, 더 깊이 있는 배움이 되어야 하지만 당장 학교생활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짧게 적어봅니다. 학교에는 이미 비폭력대화를 깊이 있게 공부한 동료가 있고 꼭 비폭력대화라고 드러내지 않아도 학교 문화에 많은 부분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내 것으로 우리 것으로 재해석한 비폭력대화 ~

- 비폭력은 평화교육입니다. 우리 사회, 학교에 속해있는 것으로도 무의식중에 젖어있는 폭력에 대해 민감해 지려합니다.

- 학교 회의 문화에서 비폭력 대화를 실천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존중하고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협력하려 합니다.

- 어울림 수업시간에, 장애이해를 포함한 인간에 대한 만남과 이해, 나와 친구와 공감의 활동으로 펼쳐냅니다. 6학년 말과글 시간에도 한 꼭지 펼쳐지니 형님과 동생이 함께 수업 한차 시 열어보고도 싶습니다.

글로 남기는 것은 민낯으로 나선 길에서 누군가를 만난 것 같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 참 부끄럽습니다. 올 해 더더욱. 이 년차의 부족한 경험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자유학교 교사는 학생, 부모와 함께 성장해 가는 존재이기에 이 부끄러운 짓을 계속해야겠습니다.

2017.2.7


 

 
전체 1

  • 2017-02-09 11:09
    소중한 연수후기 잘 읽었습니다. <학교교육연구회>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미 충분히 훌륭하신데 늘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방학도 다 끝나가는데 좀 쉬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