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4학년의 '존중의 약속'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06-15 01:49
조회
2978
안녕하세요. 그루터기입니다.

벌써 한 학기가 한 달 가량 남았네요.

오늘은 4학년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는 비법!

‘존중의 약속’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과 나누려합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하루를 심심할 틈 없이 만들어 줍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대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 ‘그루터기 반’은 저의 기운으로 매일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즐기고 있답니다.

존중의 약속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일을 함께 고민하고 지키는 약속입니다.

12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그루터기 반’은 교사를 포함해 13명이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곳이지요. 정확히는 13가정이 만나는 장소가 된답니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친구를 존중하는 자세가 평화로운 교실에 첫 걸음이 되지요. 이런 노력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듭니다, 서로가 장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경계하는 문화를 만들 때 행복한 공동체가 되겠지요.

지금까지 1차, 2차, 3차로 진행된 약속들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존중의 약속 기본 형식은 이렇습니다.
① 교사->학생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교사는 학생에게 어떻게 존중받고 싶은가?

② 학생->교사

-학생은 선생님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학생은 선생님께 어떻게 존중받고 싶은가?

③ 학생<->학생

-나는 다른 친구들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아는 다른 친구들에게 어떻게 존중받고 싶은가?

④ 반 약속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나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 어떻게 존중받고 싶은가?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의논한 후 모둠별로 의견을 모아 교실에서 나누었습니다.

1차 결과는!



짜잔! 아이들의 말투가 살아있는 약속들이지요.

개인적으로 ‘장난치면서 친절하게 대해줘요.’ 의미가 이해가 안됐지만 아이들이 원해서 넣어놨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자극에 예민하고 상처받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들과 매일 아침열기를 돌아가며 반약속을 읽고 기억하는 시간으로 쓰지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난 후 2차로 수정에 들어갔답니다.

2차 결과는!



일단 늘어난 폭발적인 양에 놀라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이게 지켜지는 건지 구분이 안 되지만 아이들 마음에는 지켜야하는 행동으로 잘 남아있나 봅니다.

3차 수정은 6월 14일 학교살이와 함께 했답니다.

형식과 방법에 변화를 줬지요.

형식은 기존의 4가지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수업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과 반약속과 학교에서 전체가 지켜주면 좋을 약속까지 5개로 나누었어요.

방법은 아이들이 사용했던 ‘않아요’, ‘않기’ 등의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문장을 ‘해요’로 끝나도록 바꾸었답니다.

이렇게 형식과 방법을 바꾸니 이어지는 아이들의 질문들이 있었어요. 역시 짧은 기억력(?)에 교사는 말하는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나 봅니다. 금세 ‘왜 우리가 존중의 약속을 해야 해요?’라고 물어봤어요. 중요한 질문에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생각을 모아 발표하자’라고 하자 아이들이 자기들 생각을 꺼내보고 모둠별로 발표했어요. ‘약속을 잘 지키기 위해서.’라고 약속을 만들지도 않았는데 미래를 내다보며 결심을 다지는 아이들도 있었지요.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서로 잘 지내려고’ 등의 의견이 나왔지요. 순간 큰 감동을 받았어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의미를 알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서로’, ‘사이’ 두 단어를 두고 관계와 연결시켜 나누었어요.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도 어떤 것보다 관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봅니다.

바뀐 방법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의견을 들으니 양은 더 늘었고 아이들의 약속은 ‘않기’로 도배가 되어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반성의 마음이 들었어요. 교사가 ‘하지마세요.’, ‘안 돼요’ 등의 언어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아이들도 그런 언어가 숙달돼 버린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생각을 확장하니 사회의 법도 ‘~하면 ~처벌을 받는다.’의 인과응보의 형태가 떠올랐습니다.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문화로 굳어져가는 머리로 아이들의 문장을 고치려고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답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아이들과 공유했어요. 아이들도 모두 좋아했습니다. 자신의 불편한 부분을 멋지게 드러내는 아이들, 이제는 그 힘을 건강한 행동 에너지로 바뀌어 가길 기대해 봅니다.

3차 결과물입니다.
수업시간

수업시간에는 알아듣기 쉽고 재밌게 설명해요.

수업시작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지켜요

수업시간에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귀기울여 들어요,

쉬는시간

사이좋게 놀고 친절하게 말해요.

수업하는 교실 배려해요.

지나가는 친구를 살피며 놀아요.

점심시간

밥 먹을 때 듣기 거북한 이야기를 줄여요.

밥 먹는 데 집중해요.

밥 늦게 먹는 친구를 배려해요.

반약속

기린말을 사용해요.

과격한 몸놀이를 피해요.

불편함이 느껴지면 “하지마!”라고 정확히 표현해요.

친구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 들어요.

친구의 기분이 상하면 살펴줘요.

학교에서

기린말 기린행동을 해요.

청소 맡은 구역을 깨끗하게 해요.

여유가 된다면 다른 청소구역을 도와요.

놀이는 학교 안에서 해요.

다툼은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해요.

도서관에서는 걸어요.

배식에서 집게는 용도에 맞게 사용해요.

음악시간에 노래는 악보의 가사로 불러요.
4차는 2학기 시작과 함께 시작예정입니다. ‘그 때는 아이들이 만든 긍정적인 문장을 만나 볼 수 있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왜 우리가 존중의 약속을 해야 해요?’라고 또 물어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조금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다운 모습이겠지요.

사회의 작은 형태인 학교의 평화는 교사의 독단적인 카리스마가 아닌 아이들이 서로를 향한 관심에서 시작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시민의식이 살아날 때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듯. 아이들이 학교에서 건강한 사회구조를 배우고 자신의 의견과 배려 그 미묘한 중간선을 잘 아우르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크길 바랍니다.
전체 2

  • 2017-06-15 13:58
    하면 안되는 것은 안하기보다 해야하는 것을 애써서 하며 지키는 약속. 존중하는 마음이 꽃피며 아이들 마음에 평화가 꽃피겠지요.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 2017-06-23 21:12
    정말 존중의 약속이 점점 다듬어지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선생님의 고민과 노력이 보여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