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11월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7-11-27 21:22
조회
1784
인디언 어느 부족은 11월을 이렇게 부른다지요.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한 해를 잘 살아온 나무들이 잎을 하나하나 떨구고, 그 잎은 물 위로 흘러흘러 다음 탄생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빛은, 자연에서만큼은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빛깔인 듯해요.

우리 학교의 11월은 뭐라 할까요.
아래 사진 속 모든 풍경이 11월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펼쳐진 거라니 놀랍지요!
이토록 다채로운 장면을 다 품었던 11월이 사흘 남았네요.
내일, 모레, 글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가을과 겨울 사이의 계절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으니
아이들이 데려올 사사건건을 기대해봅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로다가~



바람에 노오란 은행잎비가 내리던 날
땅바닥에 조각조각 부서진 노오란 햇살을 줍던 날




우리가 키운 배추에 진딧물이 새까맣게 모여 월동준비를 합니다.
며칠 후면 김장을 앞둔 우리는 진딧물 김치를 먹게 될까 기겁하였지요!
진딧물이 어서 배추를 떠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겨울을 알리는 비가 내린 다음날이었어요.
눈도 오지 않은 칠보산 자락이 하얗게 바뀌었어요.
학교 앞 초록 풀잎이 하얗게 두른 서리꽃!




물방울이 그대로 얼어붙었어요.
아무리 나무를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 얼음구슬~
아이들이 투명한 얼음구슬을 따먹습니다.
2학년 몇몇이 쓱 훑고 간 자리,
1학년도 손을 내밉니다.




다음날이었나요, 싸락싸락 첫눈이 내렸지요.
첫눈이 올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을 꺼낸 아이가 있었지요.
그 아이 소원을 물었더니, 비밀이랍니다.
비밀을 지켜야 이뤄진다는 첫눈 소원.




우리는 중학교 마당에 놀러가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한 아이가 '배종빈 아버님'으로 여긴 원배샘이 1학년 아이들에게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나눠주십니다.
동방예의지국의 체면과 염치의 화신 1학년들은 절대로 절대로 주전부리 따위를 바라고 중학교에 가는 게 아닙니다!
순수한 마음에~ 첫눈이 왔으니 마냥 기뻐서~




눈사람 기초작업인 줄 알았던 머리와 몸통 눈덩이는.... 잠시 후 눈싸움을 할 때 휙휙 날아다닙니다.




겨울바람 날카롭던 날, 교실에서 다정하게 책을 보는 아이들.
참 정겹다^^
전체 12

  • 2017-11-27 21:58
    슬기가 가볍게 들고있는 저 눈덩이사진.. 얼마전 방과후 사진에 올라왔던 멋진 스메싱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후덜덜~~^^;;
    칠보산 자락의 초겨울 풍경이네요^^

    • 2017-11-27 23:33
      슬기라면... 가능했을거에요

  • 2017-11-27 23:33
    병찬이 멋지네요 !

  • 2017-11-28 21:07
    최근에서야 고구마를 먹게 된 저희집 아들은 이 눈오는 날의 감상평이 "눈놀이할때 배종빈아빠가 주신 고구마가 너무 맛있었다" 였으니, 이건 배종빈아버님과 원배샘(?) 두분중 누가 더 억울한 걸까요? ㅜㅜ

    • 2017-11-29 14:49
      아.. 모꼬지때 야구 놀이하고 계셨던분일까요? 두 분을 나란히 보고싶은 쓸데없는 호기심이 듭니다. ㅎㅎ
      마무리 잔치때? ^&^

    • 2017-12-01 14:35
      규백이가 기분이 엄~청 좋았나봐요~^^ 이렇게 젊고 멋지신 분이랑~~ㅎㅎ

  • 2017-11-28 21:32
    고맙습니다.가야.11월이 가네요.부모들이 상상한 학교의 일상으로 이끌어지지말고 아이들이 상상하고 꿈꾸는 학교의 일상으로 펼쳐나가길...스스로 서는 힘 자유와 칠보산을 중심으로한 생명의 신비한 힘으로 자라고 있음을 잠시 잊었네요.그리구~노병찬쌤 고맙습니다!

  • 2017-12-01 16:11
    요엘 아버님, 나눠주시는 옆 자태가 두툼하니 따뜻해 보여요.
    가야선생님, 사진까지도 잘 찍으시는거예요?
    자유와 생명력이 넘치는 현장이네요. 저 아이들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 2017-12-03 20:53
    눈물은 하품을 할때만 나는건줄 알았는데 글을 읽다가도 나는거였어요..

    배종빈아버님이 진심 궁금해지면서.. 원배쌤과 비슷하시다면 어마어마한 미남이신건데... 칠보산 얼굴 패권주의를 어찌한답니까!

    • 2017-12-03 21:12
      칠보산 얼굴 패권주의는 전통인가봉가! 재서 다섯살때인가? 그땐 아이와강을 상촌성당에서
      열어주어 몇번 가봤다가 청년 최원배쌤을 뵈었을때 얼굴에 빛이..
      에효.. 고생을 많이 하셔서뤼.. ㅎㅎ

      • 2017-12-05 22:05
        아버님댁에 보일러...가 아니라

        원배쌤께 보약한재 해드려야하는거 아닌지요..

  • 2017-12-04 19:43
    서리꽃도 아이들도 고구마 나누어 먹는 풍경도 너무 예뻐서 울컥합니다. 감사합니다.
    얼마전 지나가다 병찬선생님의 어머니를 만났어요. 인사하라고 하니 머뭇거리는 수정이. "병찬선생님 엄마야." 하니 바로 배꼽인사 하더군요.
    저는 여기에서 병찬선생님에게 배꼽인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