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산울학교 성교육 연수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08-01 00:19
조회
1421
 

7월 28일 금요일 성교육 연수가 있는 날이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방학이 시작되고 늦은 잠에 적응된 내 몸을 힘겹게 이끌고 해님 선생님의 도움으로 산울학교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빠른 한국 문화의 변화의 물결 속에는 성에 대한 인식도 포함되어 있다. 교사회에서 가장 젊은(?) 그루터기가 어렸을 적만 해도 성은 폐쇄적인 요인이 강했다. 하지만 성에 관한 이슈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면서 인식과 관점이 많이 변했다. 이런 변화에 맞추어 아이들을 만나고 발달단계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 기대감을 안고 연수에 참여했다.

 
  1. 섹슈얼리터 점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언변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닙니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옷을 입은 ‘진실’입니다.

때론 어눌할 지라도 당신만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대화의 거리와 말(言)의 벽을 넘어

그 사람의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가장 첫 시간은 나의 셀슈얼리티를 점검하는 시간이다. 섹슈얼리티란 사회적 과정에서 얻은 성역할, 성행위, 성적 감수성, 성적 지향, 성적 환상과 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가리킨다. 강사님이 교육에 활용하시는 동영상을 보고 교육 내용과 불편했던 장면을 선정했다. 내용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결과가 달랐다. 원인을 찾아보니 자라난 환경, 문화, 가정 상황, 경험 등이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런 원인들이 자기의 성 정체성을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진 선입견은 결국 내가 속한 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결과에 닿았다. 강사 선생님과 교사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생각하는 성이 결국 사회의 역사와 추구하는 바에 따라 달라짐을 되돌아 봤다.

성과 권력(힘)은 상관관계가 있다. 힘을 과시하는 용도로 성을 사용된다. 우리는 성을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회의 권력과 안보의 문제에 부딪히면 뒷전으로 밀려난다. 아직 우리는 성이라는 아름다움을 쫓아가는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문화가 뒷받침 되어주지 못한다.

 
  1. 발달단계에 따른 성교육과 안전한 학교


아이는 태어나기 전 모태에서부터 부모와 교류한다.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은 발달 단계에 따라 배워야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정리가 된 이론이다. 정리가 되었다는 것은 이미 세대를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아이들은 더욱 역동적이고 빠르게 인지하고 변한다. 자료를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내용이 많아 이곳에 다 쓰기보다 궁금해 하실 초등시기의 부분을 나누겠다. 초등은 청소년기를 들어가기 전 기본 학습을 배우는 시기다. 근면함(성실성)의 연습이 큰 과제이다. 초등시기에 성교육은 크게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눌 수 있다. 저학년은 성적 욕구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유는 대상이 동성과의 우정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성적인 경향을 이해하고 역할에 관심을 보인다. 몸 접촉이 적어지기 시작한다.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을 배우기에는 이른 시기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것이 발달하지 못하면 자기 방어가 생긴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학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따로 있다. 이 시기에는 어느 곳에 누구와 속해있냐가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이 동의가 되지 않더라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교는 얼마나 좋은 곳인가. 1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계시고 다들 자신의 색들이 다르시다. 이런 다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경험과 공부가 된다.

고학년이 되면 성적인 욕구가 시작된다. 이전까지는 6세 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전혀 없었다면 저학년이 되면서 여자와 남자의 정체성이 생기고 이제 이성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사랑의 꽃이 피는 시기가 온다! 청소년 시기를 강사님은 ‘신과 대화하는 시기’로 가장 고결하다고 표현하셨다. 성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욕구가 생긴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가 발현되면 저학년으로 기운이 흐를 수 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변호하고 어른들을 보며 배운다. 그렇기에 성숙한 성인 모델을 만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초등시기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를 배우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민주적인 시민이 되는 발판이 된다.

그럼 안전한 학교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몇 년 사이 여러 이슈들을 보았다. 섣불리 외부인을 들인다면 문제가 확산된다. 내부에서 해결되면 좋겠지만 사정이 어려울 수 있다. 대안교육에 대한 이해와 현재 학교에서 벗어난 3자의 입장을 가진 지원군이 필요하다. 연대나 학교에서 이런 구성에 힘을 쏟는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함 없이 대처할 수 있겠다. 기본에는 부모와 교사가 예상되는 일들과 상황에 행동 가능한 대략적인 매뉴얼이 있으면 좋다. 그 후 사건이 생긴다면 미리 구성된 사람들이 문제해결에 나선다. 너무 많은 사람이 문제해결에 나서면 의견을 모으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강의를 들으며 아이들과 나누어야 할 부분이 조금은 명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지식이 아니다.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고 존중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교사라면 아이들이 의식하지 못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많은 반성과 되돌아 볼 지점이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행동과 말을 모방한다. 아이들 앞에서 내가 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스며든다.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일에 교사만의 힘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 아이들은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반 모임에서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1. 몸 그리고 소통


저녁을 먹고 마지막 몸으로 소통하는 시간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 짧아 아쉬웠다. 춤을 익히는 것에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남녀가 손을 잡고 V자를 만들고, O모양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서로의 몸의 균형을 익히는 것이다. 활동을 하고 상대를 바라보니 몇 분 전까지 느낄 수 없었단 믿음, 신뢰, 친밀감이 느껴진다. 성취감을 몸으로 공유한 것이다. 다음은 ‘자동차 놀이’를 했는데 한 사람은 자동차가 되어 눈을 감는다. 운전자는 목과 양쪽 어깨, 등을 두드려 상대를 움직인다. 두 명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자동차는 상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운전자는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등을 치는 것은 후진이다. 등을 두드릴 때는 심장의 뒤를 친다. 그곳은 여성의 가슴 가리개가 있는 곳이다. 남성은 여성을 배려해 손바닥이 아닌 손등을 이용해 신호를 전달한다. 작은 놀이 안에서 문화에 적응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익힐 수 있다.

개인적으로 초등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를 익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놀이를 통해 자기의 역할, 위치, 규칙, 관계, 장단점 등이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하지만 몸을 부딪치는 과정에서 오는 긍정적인 면을 앎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 이런 놀이들이 성교육에 좋은 도구가 된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깨닫는다.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겠다.

 
  1. 마치며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발달단계를 제시할 수 없지만 아이를 살피며 적절한 성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중요하다. 자료는 함께 첨부하도록 하겠다. 성교육에 있어서는 교사의 재량만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함께 의논하는 과정에서 안전한 공동체, 건강한 관계를 이룬다.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첫 걸음이다.
전체 2

  • 2017-08-02 10:34
    방학에도 늘 공부하는 그루터기 선생님, 엄마 저녁 민들레에서 성관련 주제를 다루면서 저도 많이 깨우쳤습니다. 기회되면 함께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 2017-08-07 19:38
      네 어머님! 함께 배워가는 학교라서 좋습니다!!
      2학기 반보임때 한 번 기회잡아 나누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