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들어보자 개구리 소리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8-05-27 16:20
조회
1488
학교살이이야기

5월 24일 3학년 아이들과 학교살이를 했지요. 4학년의 개구리 소리를 찾으러 3학년도 길을 나섰습니다. 일단 배가 불러야겠지요.



밥을 먹고 학교 텃밭에 물을 주고 상추를 솎았습니다. 모기가 벌써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모기잡기 삼매경에 빠졌고, 여자 아이들은 물리지 않기 위해 북극사람처럼 몸을 꽁꽁 동여맵니다. 텃밭 우물에 소리가 들려 숨어있는 맹꽁이와 두꺼비를 찾아봤어요. 손전등을 비취며 ‘어디에 숨었나?’ 찾아봅니다.



텃밭에서 경로당 앞 논으로 걸어갔어요. 음력으로는 4월 10일 반달이 뜰 시기이지요. 아이들과 반달을 구경하고 논으로 걸어갑니다. 토끼가 보인다는 아이들이 있어 생활미술 시간에 배운 10장생의 불로초를 토끼가 약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니 금방 논에 도착했어요. 장화를 신고 왔기에 논 사잇길로 걸어갔습니다. 심긴 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걸었어요. 중앙에 도착해 손전등을 끄고 개구리 소리를 들어봅니다. 수십 마리 개구리가 내는 소리는 아름다웠지요. 개구리 외에도 여러 소리가 들립니다. 좀 있으면 저 앞 아파트에 불이 켜지고 이런 어둠은 더 이상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아이들과 나누니 지금 풍경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손전등을 켜고 길을 걸어갑니다. 논둑과 논둑사이 길이 없는 구간이 나옵니다. 폴짝 뛰어넘는 아이도 있고, 장화를 빈 공간에 넣어 논둑으로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아슬아슬한 논둑을 지나 개구리 구경을 하며 다시 인도로 나왔어요. 다행이 개구리처럼 논으로 풍덩 들어간 사람은 없었답니다.



이제 도깨비 놀이터로 갑니다. 저녁에 할 캠프파이어의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지요. 출발하기 전 아이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만약 엄청 무서운 생각이 들면 막 뛰어가지 말고 나에게 와야해. 무섭다고 막 뛰어가면 찾을 수가 없어.’ 가로등 하나 없는 숲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손전등이 유일한 길잡이지요. 익숙한 길인데도 조금은 헷갈립니다. 도깨비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사방에 나무가 있어 도시에 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손전등에 의지해 나무를 줍습니다. 돌아가기 전 하늘을 보니 빛이 없어 별이 조금 더 잘 보입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기는 하지만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별을 찾아봅니다. ‘찾았다!’, ‘나도!’ 많지는 않지만 별구경을 하고 다시 내려옵니다. 다시 껌껌한 길이 이어지고 손전등에 유지해 갑니다. 한 아이는 ‘선생님. 나무가 혼자 손에서 빠졌어요.’라며 무섭다며 알려준 방법대로 교사 옆에 착 붙어갑니다. 출발한 텃밭을 지나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일기를 쓰고 캠프파이어를 시작합니다. 도구의 도움을 받아 불을 붙이고 준비해둔 간식을 구워먹습니다. 젓가락을 다듬어 만든 떡 꼬챙이로 씁니다. 역할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땔감이 됩니다. 오징어는 몸통에 구멍을 몇 개 뚫어 긴 철막대기에 꽂아 구이를 해먹습니다. 이렇게 학교살이의 밤이 지나갔습니다.



물론 다음 날 수영이 끝나니 교사도 아이들도 피곤해 영혼이 반 이상 나간 상태로 돌아다녔지만 재밌고 알찬 하루였지요. 개구리소리도 듣고, 담력훈련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했으니까요. 못 한 거(?) 빼고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답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 공유하고 싶어 글로 남깁니다. 안타깝게도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네요. 그럼에도 아이들 마음에는 잘 남아있겠지요.
전체 2

  • 2018-05-27 21:11
    와, 장작불에 떡과 오징어, 맛난 간식과 친구들과의 학교 살이 재미있었겠네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주변 환경도 더 좋아져야 할텐데요.
    아파트가 늘어나고, 매워지는 논이 늘어가는 것이 아쉽네요...
    도깨비 놀이터, 낮에도 살짝 서늘한 느낌이 들때가 있던데요, 나무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일만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 2018-05-31 00:00
    하루이야기를 이렇게 연달아 세개나~~
    고맙습니다. 그루터기 선생님... ^^
    학교살이 다음날 아이들 모두 퀭한 눈이더군요. ㅎㅎㅎ
    그래도 재밌는 학교살이였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