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회복적 정의와 생활교육 워크숖 3-4를 마치고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08-07 20:24
조회
1575
안녕하세요 그루터기입니다.

KOPI(한국평화교육훈련원)에서 진행된 회복적 정의 워크숖에 다녀온 후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봅니다.

 

회복적 정의는 영어로 ‘restorative justice’로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대학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방학에 해님 선생님과 함께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회복적 정의는 보통 응보적 정의와 대치되는 말로 사용됩니다. 응보적 정의란 우리 사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법과 규칙대로 처벌하는 정의 체계를 말합니다. 이것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하고, 가해자는 사회를 향해 분노하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피스 빌딩에서 진행 됐습니다. 전 주에 이미 1-2과정을 들으신 분들도 계시고, 전에 1-2를 듣고 3-4를 참여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희는 1-2를 듣지 않았지만 배려해 주셔서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 대상이 아니기에 여러 분야의 분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는 13명 정도지만 어린이와 부모 상담, 양성평등 및 피해자 상담, 수석 교사, 현직 교사, 대학 교수, 다문화 상담사 등 각자의 직업에서 애쓰시는 분들의 다양한 시선과 입장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첫 날

갈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갈등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입니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입니다. 회복적 정의는 회복보다는 정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상담이나 비폭력 대화와는 과정에 차이가 있습니다. 갈등을 해결할 때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과정은 실익과 욕구를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서로의 욕구를 확인할 때 감정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도 가해자도 서로의 의견에 귀기울이며 실익을 찾아가는 과정이 회복적 정의입니다.

 

둘째 날

본 모임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에 강사님께서 직접 시나리오 하나를 사용해 조정자의 역할을 보여주셨습니다. 회복적 서클의 조정자의 특징은 서클의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미 갈등이 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기에 서로의 입장을 건조하지만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서클은 크게 사전 서클과 문제해결 서클로 나눠집니다.

사전 서클은 가해자부터 시작합니다. 가해자의 동의를 얻은 후 피해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사전 서클의 중요한 점은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에 공감하고, 욕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와도 진행합니다. 조정자의 큰 역할은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자발성을 이끄는 일입니다.

문제해결 서클을 준비하면서 조정자는 이익과 욕구를 파악해 해결 방법을 예상해 봅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의 제안은 피해자,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나와야 하기에 조정자는 서클이 끝나도록 제시하지 않습니다.

가해자를 조금 더 일찍 불러 준비하도록 하고 피해자를 맞이합니다. 보통 피해자가 조정자의 오른쪽, 가해자는 왼쪽입니다. 조정의 순서는 피해자가 상황을 통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가해자도 상황과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욕구를 조정자가 적절하게 정리해 주고 서로의 상황과 감정이 이해되도록 돕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과도한 공감은 오히려 상대에게 편을 드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에 조금은 건조하게 해도 됩니다. 조정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지 상담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그래서 어떤 보상을 받고 싶은지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가해자는 실현가능한 범위와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보상이 자기의 욕구보다 적을 수 있지만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기에 현실적인 대안을 서로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알아가기에 분노의 감정에서 자유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점검 가능하도록 보상할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도록 합니다. 이것의 목적은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들을 다 소개할 수 없어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조정자의 역할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자발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셋째 날

수치심을 배웠습니다. 서클을 해야 하는 이유는 서클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인간은 자기 고백을 통해 자기를 알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혼동해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수치심과 죄책감의 큰 차이는 공감입니다. 상대를 공감할 때 죄책감이 생깁니다. 죄책감은 행동을 수정하면 되기에 자신의 존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수치심은 화살을 자기에게로 혹은 상대에게로 향하게 합니다. 그래서 ‘ㅇㅇ척’을 하거나 상대를 탓하게 됩니다. 이런 수치심은 비교와 경쟁이 있는 사회에서 사랑에 대한 결핍을 느끼고 인정받고 싶기에 수동적인 사람이 되게 합니다.

회복적 정의와 응보적 정의 모두 결과의 책임을 통해 사회와 재통합 되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응보적 정의의 결과는 처벌할 대상을 정해 ‘누구를 우리 공동체에서 쫓아낼 것인가?’를 정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재통합 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이에 회복적 정의는 서로 공존하도록 대안을 만듭니다.

 

넷째 날 + 다섯 째날

실습 위주로 진행 됐습니다.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서로 역할을 맡아 해봤습니다. 조정자의 역할이 쉽지 않습니다. 사전 모임을 통해 충분한 공감과 욕구를 알고 문제해결 서클을 통해 서로 얻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하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발성입니다.

앞에서 교육 받았던 것들에 이날 배운 것들이 녹아있습니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마치며

학교에서 여러 갈등들이 생기곤 합니다. 매사건마다 문제해결 서클을 할 수는 없지만 짚고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실제로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이것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갑자기 하면 피해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불편해 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비폭력 대화로 생활을 이끌어 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욕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저번 주 성교육에서 나눴던 내용들과도 연결이 되어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핵심을 꼽아보자면 자발적 책임과 공존을 뽑고 싶습니다.

응보적 정의에서는 법과 규칙에 따라 결과가 정해집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가해자는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고 합의하는 결정권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실현가능한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일상 가운데서 책임 의식이 성장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책임지는 것은 미련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는 진짜 화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화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함께 공존하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서로의 욕구를 알고 적어도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함께 약속한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하는 억지 화해가 아닌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경험과 힘도 중요하다 느껴집니다.

사회에서는 회복이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회복보다는 ‘힐링’이라는 말이었지요.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정의가 이루어 질 때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밀양’이라는 영화가 잘 보여줍니다. 피해자 가해자가 함께 공종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긍정적인 압력을 넣어줄 때 피해자는 안심하고 가해자는 자신을 조절하는, 그래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회복의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학교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런 과정을 맛보게 된다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겠지요. 우리 학교가 정의와 회복의 공동체가 되길 바래봅니다.
전체 2

  • 2017-08-09 06:36
    선생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회복적 정의라는 말이 고민과 실천도 없이 여기 저기서 난무하고 가볍게 활용되는 시대지만 자유학교에는 그 아름다움이 켜켜이 스며듦을 느낄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 2017-08-09 18:00
    무시무시하게 더운 여름날씨에도 열심히 공부하신 선생님들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
    회복적 정의가 여기저기 난무한다는데 저는 거의 처음 듣는 듯 하네요. ㅎㅎ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지만 그 중에서도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사회 또는 공동체가 있는건가요? 무척 궁금해요! 딴지 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