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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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5-15 15:21
조회
1268


자치회의 시간 선생님들을 빼고, 비밀(?)회의를 하였지요. 5.6학년이 떠난 빈 자리를 듬직하고 단합 잘 되는 4학년이 채워 자치회의를 이끌었습니다. 사안이 중대한 안건이라 1학년까지 참석한 회의가 30분 정도 흘렀고, 아랫 층에 물을 가지러 잠시 내려갔더니 내려오시면 안된다고 빨리 올라가라고 성화입니다.  딱히 뭘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아마도 비밀유지가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교사실에 모인 교사들은 수다를 떨었지요. 한참을 수다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여유롭고, 편안하고, 꿀맛같은 휴식에 행복했습니다. 문득, 이 시간이 스승의 날 선물인가 싶었습니다. 참으로 센스 있고 매력적인 선물 아닐까요?

이제, 준비가 다 됐으니 내려오라고 합니다.

내려가니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줍니다. 밥 하시던 수산나 선생님, 잎선생님도 함께 노래 선물을 받았지요. 그리고, 나서 뽑기를 뽑으라고 합니다. 한 개씩 돌아가며 뽑고 나니 더 뽑으라고 4학년들이 코치를 합니다.뽑기 종이에는 어떤 글씨가 써 있어요.

- 보조선생님 쿠폰

- 수업 때 몸바로 쿠폰

- 심부림(?) 쿠폰

- 안마 쿠폰

- 잘 해드리기 쿠폰

선생님들이 저마다 뽑았던 쿠폰을 읽어 줬어요. 아무때나 이 쿠폰을 쓰면 누구나 들어준다고 합니다. 신납니다. 그때 ㅇㅇ이가 한 마디합니다. "한 번 밖에 못쓰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껴 쓰세요"

그렇게,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은 십 여분 만에 끝이났어요. 50분 회의하고요. ㅎㅎㅎ

손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별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 뭉클하고 기분이 좋아요. 참 좋은 선물이예요. 이런 선물이 오고가는 문화가 자연스러운 학교가 참 좋아요. 마음을 담아 말로 전하고, 글로 전하는 것은 언제나 좋아요.

1학년 김**이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 왔어요. 학교에 오자마자 우체부 역할을 하는라 바쁩니다. 살짝 들떠 있고, 신이 난 것 같기도 해요. 김**이 이슬 선생님 앞에 섰어요. 이슬선생님은 어제 미용실에 다녀오셨어요.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평소와 달리 흰색과 붉은 색 밝은 티셔츠를 입었지요. 뿔태 안경도 벗고 가벼운 태 안경을 쓰셨지요. 이슬선생님 말로는 가수 "이선희" 같대요. 변신하신 이슬선생님 앞에선 김**이가 순간 멈짓, 묻습니다.

"누구세요?".  이슬 선생님이 답합니다.

"새로온 이선희 선생님이예요. 저도 편지 받고 싶어요"

"이선희선생님한테는 안 썼어요. 없어요"

"그럼, 저도 써 주세요"

"아니요"

그리고 서둘러 교사실을 나갔습니다. 꽤 난감해보였어요. 진심으로. 1학년 놀리기도 오늘은 스승의 날이니까 선물로 쳐도 되겠지요?

나중에 이슬선생님이 김**을 찾아가 이슬선생님에게 전할테니 이슬선생님의 편지를 달라고해서 받아 왔대요. ^^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학교 졸업생 최한민도 2학년때 까지 제가 귀신이란 말을 믿었답니다!! 모꼬지 때 만났지요? 최한민군의 아버지를^^
전체 6

  • 2018-05-16 15:02
    ㅎㅎ. 네, 한참을 웃습니다.
    소박하고 맑은 아이들의, 더 소박하고 해맑으신 우리 선생님들이셔요^^
    아이들의 저, 그림. 한~참을 보게 되네요.
    온 우주의 조화가 담긴 "뿌리깊은 나무" 교사회네요!!!

  • 2018-05-16 22:40
    해님달님에 소나기에.. 정말 온 세상이 담긴 학교네요. 아이들의 그림으로 또 한번 깨닫게 됩니다.
    이선희선생님이 오셨다니 뵈러 가야겠어요 ㅎ

  • 2018-05-20 14:47
    너~~~ 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어요.ㅎㅎㅎ 스승의날 이선희 선생님 앞에서 멘붕에 빠진 1학년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예뻐요.
    그후 사실이 밝혀졌을때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해지고요 ㅎㅎㅎ
    선생님들 한분한분을 표현하기위해 고민했을 아이들의 50분이 뭉클하고 기특해요. 이렇게 예쁘게 아이들을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05-25 13:34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 어떠하였을지 상상해보니, 저 마저도 행복해지네요^^ 우리 아이들 예쁘게 커가도록 지켜봐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2018-05-27 14:49
    심부림쿠폰 ㅎㅎㅎ
    한번 밖에 못쓰니 꼭 아껴서 쓰세요~~^^

    스승의날에 부모들은 자신의 스승을 기억하고, 아이들의 스승은 아이들 스스로 기억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직 어려서 이끌어주어야하나... 싶었지요^^; 애들이 학교에서 잘 배웠네요..ㅎㅎㅎ
    뿌리깊은 나무, 우리 교사회는 온 우주를 다 품고야 말았어요~~♥

  • 2018-06-01 16:17
    도대체 심부림은 뭘 해야 한단 말인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