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듯 아쉬운 듯

작성자
가야
작성일
2016-10-21 20:48
조회
1621
얼굴이 너무 큰 건 징그러워 못 먹겠고
얼굴이 작은 건 불쌍해서 못 먹겠단다.
결론은 멸치 먹기 어렵다는 얘기다.

좀 매워도 고기는 술술 넘어가는데
좀 매우면 풀은 안 넘어간다.
매운맛이 문제가 아니고 음식물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당연히 좋아하는 것이나
먹기 어려운 반찬은 안 좋아하는 이유를 수도 없이 댈 수 있다.

이번 2학기 원주 여행 때 소박한 상차림으로 풍성하게 먹었다.
평소 안 좋아하는 음식도 눈 딱 감고 술술 넘긴다.
너무 배고픈데 밥상이 간단하니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나중에 된장에 밥 비벼먹는 아이들 보면서 품이 넉넉해진 입맛이 고마웠다.

좀 모자란 듯 약간 아쉬운 듯 키우면 아이들의 어떤 면은 더 큰다.
내가 늘 그렇게 살 수는 없더라도
나도 할 수 있구나 느끼는 게 천천히 늘어난다.

어제는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고구마줄기를 훅훅 훑었다.
그걸 김치 담아 가져가자고 하니까
우리집에 먹을 사람이 없다던 아이들이었는데(몇몇 빼고)
점심시간까지 열심히 까서 오늘 학교 반찬으로 내놓았다.
자기들이 껍질을 벗긴 걸로 만들어 먹으니까 생각보다 괜찮다는 말도 한다.
수산나 선생님 손맛이 핵심이었지만^^

아, 자라는 아이들이 고맙다!

 

전체 4

  • 2016-10-22 08:33
    5학년 시내버스 전국일주 여행 중 고추장에 비벼먹던 밥이 먹어본 밥 중에 제일이었다고 했던 어린이가 떠오르네요

    결핍을 애써 경험해야 하는 시대에 아이들을 위해 결핍의 상황을 연출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2016-10-22 09:14
    저녁식탁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밥을 몇 술 뜨다 말고 '고추장과 열무김치로 비며먹자'며 의기투합하는 부엉이와 안나!
    이제 된장 한 스픈 종지에 퍼 놀까 싶습니다.
    소박한 상차림이 최고지요.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선생님과 아이들 이야기는 언제나 팍팍한 일상 중에 '가뭄에 단비' 같습니다.

  • 2016-10-28 17:20
    안나 어머님의 ' 가뭄의 단비' 같다는 말씀 딱 제 마음이네요.
    하루이야기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흘러요~

  • 2016-11-08 14:55
    모자란 듯, 아쉬운 듯..
    마음에 계속 남는 말입니다
    반성..그리고 결단과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