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 이 번달에 수습딱지 떼는 해님의 2016 여름방학 공부....by 해님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6-08-17 14:48
조회
1659

2016 여름방학 공부                                                                                                                 by 해님


 

방학이 되면 다시 학교에 근무하며 빠듯했던 시간을 쪼개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호매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사색에 잠길 줄 알았건만... 역시 일상에서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였습니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를 위해 사람 구경하러 키***, 에***도 다녀와야 했고. 바닷물에 발도 좀 담가 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대안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처음 가진 사람입니다. 아직 삶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수습 3개월을 이제 막 지난 직장이 대안학교인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방학입니다. 놀이도 소비해 주어야 엄마 노릇 한 것 같고, 굳이 그 곳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갑니다. 더운 날씨에 한 시간을 줄을 서서 겨우 놀이 기구 하나 타고는, 결국 화가 납니다. 이런 소비문화를 먼저 알려준 것이 저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이런 놀이를 선택한 딸에게 화를 퍼부어 내고 있더군요.

학교생활도 비슷했습니다. 끊임없는 의문과 판단... 그동안 살아왔던 것에 새로운 시선을 갖는 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매일 매일 다짐을 다시 하여도 너무도 익숙했던 저의 기준으로 학생과 학교를 판단합니다. 치열해야 했던 교사회의 시간에 엉뚱한 질문과 의문으로 깊이 있는 나눔을 방해했던 저 자신도 이제야 반성합니다. 자기 수련과 깸의 시간을 건너뛰고 속성으로 대안교육을 익히려 합니다. 이런 저에게 불편한 마음을 꼭꼭 누르고 친절함을 몸소 실천해 준 선배교사와 입사 동기 그루터기에게도 감사합니다.

이 번 여름 방학 공부는 이런 저에게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신입교사... 공부 아니.. 수다와 대화>

우선 가야의 이끔으로 신입교사인 그루터기와 저 이렇게 둘, 아니 셋은 방학을 시작하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야가 미리 살피고 선정해 준 꼭지에서 확장되어 크게 두 갈래로 이 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나 :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 글 갈고 닦기>에서----->2013 졸업문집까지

교사라는 직업도 참으로 글을 잘 써야 합니다. 지금 쓰는 배움 나눔 글 뿐 아니라 학생 성장보고서, 자신의 교수에 대한 돌아봄과 계획 등 우리는 끊임없이 글쓰기를 합니다. 교사가 잘 못 쓰는 줄 모르고 우리말과 글을 쓴다는 것은 크나큰 잘못입니다.

이수열 선생님의 책에서 부분발췌 하여 시험 아닌 시험을 보고 나니 이전에는 내용에 대해서만 고민하며 썼던 글쓰기가 무거워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쓴 표현 중 영어 직역투, 한자어의 일본식 표현등을 직접 고쳐 쓰기하며 익혔습니다. 그리고 확장하여 우리 아이들의 글 모음 2015 영원한 친구를 읽고 나누었습니다. 단순히 학생들의 작품 모음집이 아닌 생활의 글쓰기를 담아낸 과정, 이 문집 자체로도 생태학적 평가의 한 종류인 포트폴리오입니다.

계절, 텃밭, 여행, 동물, 교우관계 이 안에 학생의 성장이 스며들어 담겨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문집의 역할, 담아낸 글의 기준을 조금 더 드러내어 설명하는 친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글로 만난 학생들은 또 새롭게 다가옵니다.

짧은 세 문장으로 표현하는 **이,

시 또한 사실을 나열하는 형식을 갖는 **,

작년 글에서는 각각의 문장은 있으나 흐름이나 기승전결이 없었던 **이가 올해 백일장에서는 조금 더 발전한 글쓰기 형태를 갖춘 것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꾸민 감정보다는 경험한 사실을 우선 적도록 해야겠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글로써 힘이 있었던 **,어머니와 함께 글쓰기 훈련을 꾸준히 했다고 합니다.

아직 상호교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와는 마주이야기를 통해서 쓰기 이 전에 말이 글이 되는 과정 알기, 일상에 대한 이야기의 기회를 꾸준히 가져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습기간동안 5,6학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2014년, 2013년 졸업 문집을 읽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씩 생각이 확장 될 수 있도록 제시된 글감들, 생활 속에서 찾아낸 글감답게 솔직하게 풀어낸 학생의 글, 아이들을 즐겁게 이끄는 교사의 힘을 느낀 2013년 문집, 여행 그 자체 보다는 준비와 과정의 중요함, 학생 개개인의 발달에 대한 흐름과 현재 마음을 포착하는 교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2014년 문집... 문집 안에 스며들어 있는 고학년 아이들의 생각과 성장, 교사의 역할을 생각해 봅니다.

 

둘: 돈의 신화를 벗긴다<루이에반>에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까지

가야가 함께 읽기로 제공한 돈의 신화를 벗긴다<루이에반>과 농을 살리는 세계로 자유협동주의의 이념<김종철>의 글을 읽으며 일상에서 회의 시간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던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라 만들기에 참여했고 지금도 참여하고 있는 덴마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었습니다.

여행이야기, 칠보시장이야기, 평화의 징에 대한 이야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참으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더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꺼리를 가집니다.

 

-누군가의 특정한 기질이기도 한 불안을 뛰어 넘으라는 여행, 안전한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상 누군가에게 나를 맡겨야 하는 학생에게 여행이란?

-칠보시장을 통해 우리는 조금은 더 아끼고 나누는 아나바다를 배울 것인가, 조금 더 나아가 평등경제, 자유시장경제, 공정 경제를 배울 것인가?

-평화의 징은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평화를 배우는 수단이 되는가?

<북북 모임 교사들과 함께 한... 우리는 누구인가?>

딸아이와 함께 더위에 지쳐갈 무렵 이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슈타이너 학교 교장이기도 한, 김은영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가 있다는 겁니다.

특수교사로써 저에게 뒷통수를 내리치는 전환점이 된 <캠프힐에서 온 편지>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책 한 권이 지금 제가 이 곳에 있게 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요일부터 남편이 좋아하는 안주가 되는 저녁메뉴를 맛나게 만들어 드리고? 일요일 오후 과감히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과천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에 있는 책도 가져와서 직접 싸인 받을 걸....

“장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 우리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

꽉 채운 3시간이 너무도 빨리 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육,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욕심과 콘텐츠를 찾기 전. 교사가 갖춰야할 기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슈타이너가 말한 장애학,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김은영 선생님이 치열하게 배우고 살아가는 과정이 담겨있어 힘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저는 특수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어서야 비로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학습합니다. 우리 학생들과 부모님을 만나고 사회의 불평등과 불편함을 느낍니다. 한 사람의 학생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온전한 삶을 알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제 자신 스스로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김은영 선생님 강의 이후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노래를 다시 듣기 합니다. (저는 음악대장버전으로 들었습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어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 있다네

 

별에서 온 소중한 우리 학생들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고 아낌없이 사랑하리라.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존재 그 자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최소한 학교에서 어떤 지원을 하는가?

-아직도 정상적인(?) 존재를 만들려고 하는가?

-대안교육을 받은 장애 학생은 어떤 존중을 받았는가?

 

<문경은 너무 멀다... 싼티가 아닌 샨티... 평화라니..>

2박3일 문경에 샨티학교에서 제 1회 대안교육 실천대회가 있어 참석했습니다.

실천대회의 주제는 “교과 간 넘나들기”로 삶을 위한 교사 대학과 함께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격년으로 신입교사, 경력교사 교육에서 좀 더 발전하여 아니 최초로 그동안 대안교육에서 이뤄지고 있는 배움을 나누는 자리였고, <빅히스토리-이철국>, <어느 재즈 덕후가 겪어 본 일종의 교육이야기-이병곤>, <마을과 학교 하나되기-강옥희>의 대집단 강의와 총 13개의 분과 중 2개를 선택하여 함께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신입교사가 그 첫 시작의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이 태동한 이 후 십 여년의 첫 갈무리를 골라먹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총 13개의 주제 중에서 어떤 주제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표교사 나무꾼의 조언도 받아 저는 가장 기본 교과인 두 가지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너무나도 기본 교과를 선택해 분과에서 함께 한 교사는 3분씩 이었습니다. 평소에 궁금한 것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말 우리글, 대안교육 살찌우기-전정일>

참으로 신기한 것이 가야, 그루터기와 공부를 했던 내용의 정리 버전이었습니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와 시쓰기 교육을 주제로 결국 우리 학생들에게 쓸 꺼리를 만들어 주는 것, 몸과 마음을 쓰는 생활을 찾아 주는 것, 학생들의 글을 많이 읽고 노래로도 함께 만들어 부르고 또 아이들에게 읽어 줄 만한 것을 찾아 읽고, 우리 말을 바로 쓰고 살려 쓰는 교사의 기본 노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학년, 모든 교과의 기본입니다. 한 편으로는 대안교육을 표현하는 총알이 바로 글쓰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한 대안학교 교육을 외현화 하고 있는 작업 중 한가지인 학생들의 시모음 벼룩처럼 통통도 선물 받았습니다.

<손이 세상을 바꾼다.- 송순옥>

손을 사용한 교육이 실제 맑은샘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사례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담은 그릇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릇은 너무 중요합니다.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는 제기에 담겨있는 물도. 흙으로 주물러 만든 막사발에 담겨 있는 물도 똑같은 물입니다. 물론 성찬의 전례시간의 제기에 담겨있었던 물은 미사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신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물의 본디 목적은 생명을 목마르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물입니다.

대안학교 현장에 오기 전 대안교육은 저에게 신비로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대안교육을 책과 논문에서만 보았기에 저의 갈증을 해결해 줄 물이었겠지요. 수습시간 동안 짧게 접한 대안교육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교과서도 없고, 학교 건물도 곳곳에 낡고 지저분한 것도 너무 많고, 생각보다 아이들도 활기차거나 똑똑하지도, 우리 장애 학생들에게 특별히 더 친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는 계속해서 저에게 불편함을 참으라고 합니다. 아니 생각해 보면 누군가 참으라고 꼭 집어 말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슈퍼에만 가면 시원한 물을 당장에 사서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어디서 길러다가 걸러 먹으라는 것 같습니다. 짧은 교육이었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왜 불편함을 가르치는지 조금이나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스스로 손을 쓰고 몸을 놀리는 교육은 얼마든지 과학, 수학, 예술과 통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교육에서는 2015년 개정교육과정 이후 통합교과를 개설하였습니다. 이러한 교과적인 시도가 아니라도 한 면만 보지 않고 다양한 면을 보는 교사의 노력, 아이들이 손을 쓰게 하기 위해 교사는 사전에 더 많은 손과 머리를 써서 준비해야하는 노력, 실제 수업은 발도르프 수공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하기 위해서 항상 배움과 나눔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노력을 느꼈습니다. 빡빡한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고 남보다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소비하는 생활이 좋은 삶인 줄 알고 살았던 저는 이러한 손쓰고 몸쓰는 것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이 부분의 민감성을 기르기 위해서도 노력해야겠습니다.

 

방학 중 공부를 정리하는 글을 쓰다 보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것은 또 이렇게 연결되어 있고 저것은 또 저렇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원칠보산자유학교>에서 온 신입교사라고 하니 또 연결되는 인연들이 생겨납니다. 처음에는 제가 서 있는 이 곳을 제 자유의지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저도 학교가 불러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생각보다 어렵고 충실한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이제 수습시간을 마치고 저는 뒤로 도망갈 구석이 없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면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새로 온 교사를 격려한다고 저를 너무 아껴주지 마십시오. 많이 많이 애용해주세요. 이 번 방학 중 공부에서 생각할 것들과 의문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왕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치열하게 살도록 따가운 채찍을 부탁드립니다.

 

2016.8.16. 수습마친 해님

전체 3

  • 2016-08-25 18:40
    해님선생님, 남다르고 진솔한 연수 후기 한 줄 한 줄 새기며 잘 읽었습니다. 가야선생님, 그루터기 선생님과 도란 도란 공부하고 얘기나누는 엄청난 천운(!)을 얻으시다니 부럽고 질투날 따름입니다. 방학인데 좀 쉬시지 선생님들마다 뭔 공부들을 그리 많이 하시는지요. 칠보산의 구질구질하고 느리고 봐줄것 없는 것들 속에 숨은 놀랍고 신비한 힘의 또 다른 원천이 되어 주십시오. 감사해요.

  • 2016-08-29 13:41
    선생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 2016-08-29 14:11
    길고 깊어보여서 나중에 자세히 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오늘에야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래도 제 수준에서 다 이해하지는 못했네요 ^^
    두고두고 선생님과 같이 나누면 좋을만한 얘기들이 많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