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소박한.....마음은 풍성한 한 끼

작성자
해님
작성일
2018-08-23 21:50
조회
1332
소박한~ 마음은 풍성한 한 끼~

 

“삼가 고인의 조의를 표합니다.”

 

수산나 선생님의 슬픔을 위로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늘, 내일 선생님이 안 계시니 당장 90명의 점심 걱정입니다. 몇 가정에서도 연락을 주셨지요. 간단하게 식단을 조정할 수도 있고 도시락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우선 우리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자고 했습니다.

초록샘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우선 오늘의 예정된 식단을 확인하고 어제 조문 중 선생님께 전달받은 쌀의 양을 씻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해서 몇 가지 반찬은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 학년마다 역할이 나눠졌습니다. 우선 1학년은 어제 딴 빨간 고추를 씻어 말릴 준비를 합니다. 전교생이 먹을 과일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꼭지를 땁니다. 두부 조림에서 두부 부침으로 변경된 메뉴는 2학년 담당입니다. 15개의 팩 두부를 썰어 물기를 빼고 밀가루를 살살 뿌려 부쳐냅니다.

“밀가루 뭍 힐 때 두부가 자꾸 부서져서 힘들어요.” 모두가 품을 내 부쳐낸 두부를 차곡차곡 배식그릇에 담습니다. 이 것도 여간 품 드는 일이 아닙니다.

3학년은 중화풍 익힌 양배추입니다. 파와 양파를 써는데 3학년 교실에 매운 향이 가득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수산나 선생님 진짜 대단하시다!”를 외칩니다.

산같이 쌓였던 양배추, 한 장 한 장 씻어 써는데 한 시간이 꼬박 들었습니다.

4학년은 맛깔 난 부추 전을 부쳐냅니다. 평소에 인기메뉴라 배식 이후까지 넉넉하게 부쳐주셨던 선생님 생각납니다. 오늘은 부추 전을 몇 조각 못 나눠 먹었지만 아무도 불평이 없습니다. 잎샘은 밥과 고기 미역국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간이 잘 맞을까? 밥 양이 잘 맞을까? 배식 하는 내내 마음졸여하셨지요. 태풍소식에 귀 기울이던 5,6학년은 이른 아침부터 텃밭에 가서 이른 농사를 마무리 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일 한 뒤 동생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이 맛있다며 칭찬을 빼놓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늘 점심은 마음을 풍성히 모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몇 해 전 학교급식종사자 연대 파업이 있었지요. 그 때 인터넷에 그 날 아이들이 먹은 빵과 우유 사진이 오르고, 불편함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요. 사실 한 끼 정도는 때때로 거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대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서로 품을 내서 한 끼를 담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매일 우리의 점심을 위해 애쓴 구성원의 수고와 감사를 느꼈지요. 몇 해 전 인터넷 사진이 떠올라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담았습니다.

오늘 “아 역시 우리는 공동체였구나~” 생각했습니다. 각 각 역할이 잘 이뤄질 수 없을 때, 누구라도 기꺼이 품을 내는 것, 내가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많은 곳이 진짜 공동체 아닐까요?

전체 3

  • 2018-08-24 00:39
    비주얼이 그럴듯 합니다~~ ^^
    저희 두 아이는 반찬에 대해 품평하며 즐거워하더군요. 아이들이 하던 얘기를 바로 보니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 2018-08-24 14:37
    아이들도 대견하고 위기를 기회로 지휘해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이렇게 여러사람이 움직여야 만들어내는 한끼를 매일매일 맛잇게 만들어주시는 수산나 샘께도 고맙습니다

  • 2018-09-01 07:49
    아~ 진짜 점심한끼에 이렇게 많은 품이 들어가고 그동안 준비해주신 수산나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모두 마음 모아 이렇게 점심을 준비하기를 시도하신 선생님들의 마음에도 참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