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물방울반 9,10,11월 돌아보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17-12-12 23:39
조회
2295
2학년 물방울반 9,10,11월 돌아보기

열한개 물방울

방학 동안 친구가 다녀갔다. 아이들 이야기 속에 늘 곁에 있듯 함께 한 친구. 아이들 말 자락마다 그리움이 묻어있던 친구였다. 그 친구 생일이 있는 달이면 “00한테 편지써요!”라고 챙겨 말하고 “00가 있었다면~”이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나오곤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친구집에서 절대 자지 않던 아이도 첫 외박을 하게하고, 방학 동안 흩어져있던 아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된다. 여자아이들은 옹기종기모여 그동안 못한 수다를 떨고 남자아이들은 별명을 부르며 도망을 간다. 남자아이들 반응이 새롭다. 반갑고 관심이 있지만 표현하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닐까 싶다.

새학기 들어 또 헤어지게 된 친구가 있다. 또 한 친구를 보내야 하니 아쉽고 허전하다. 자주 마실도 가고 학교에 놀러오기로 약속했지만 그래도 일상을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게 우리반은 다시 홀수가 되었다. 마음 둘레에 늘 두 친구를 간직하며.

마사지샵에 이어 만화 까페가 열리다.

쉬는 시간 단연 인기가 높은 놀이는 만화 그리기다. 오랫동안 꾸준히 아이들이 만화를 그려왔는데 관심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 아이들이 만화를 그리고 있을 때 슬금슬금 다가가 구경했다. 보다보니 쏘옥 빠져든다. 사람은 단지 졸라맨으로 표현했는데 단순한 몸구조로 어쩜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동작표현이 간결하면서 특징을 아주 잘 살렸다. 모작가의 호랑이 뱃속잔치는 너무 재미있어서 두고두고 동생들에게도 읽혀주고 싶다고 졸라서 하나 얻었다. 교사가 관심을 가지니 아이들이 더 신이 났다. 다음날부터 새롭게 그리는 만화를 가져와서 보여주느라 바쁘다. 아이들 놀이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니 새로운 유대가 생긴다. 아이들과 소통하기에 참 좋다. 계란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호랑이 시리즈 소재도 다양하고 너무너무 재미있다.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 할까 싶다. 만화 뿐 아니라 이면지를 이어 붙여 두세명이 함께 그리는 집도 얼마나 섬세하게 꾸몄는지. 작은 나무 상자에 2학년 작가들의 만화를 모으기로 했다. 만화가 차곡차곡 쌓이고 방과후 시간에는 만화 까페가 열렸다. 며칠 전에는 마사지 샵이 열려서 성황이었는데 이제 만화까페가 인기다. 사장도 있고 알바생도 있다. 1학년 동생들은 알바도 하고 손님도 된다. 10월 즈음에는 한동안 시들했던 만화까페가 신간이 나오면서 다시 열렸다. 1학년 신인작가들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만화까페에 작품을 내는 영광을 얻는다. 요즘은 계란시리즈가 유행이다. 2학년 교실을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만화까페에 들러보시길.

3년 만에 돌아온 철딱지

초록샘선생님과 함께 하는 공동체 놀이시간에 철딱지를 만들었다. 3년 만에 철딱지가 돌아왔다. 탕!탕!탕! 병뚜껑 짜부시키는 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망치를 사용해 힘껏 탕탕치며 만드는 재미가 아이들 표현에 의하면 중독성 있다고 한다. 틈 날 때마다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병뚜껑을 찾는다. 생생한 철딱지 현장을 아이들 글로 곁들여본다.

‘망치로 찍어 똑딱 소리가 나게 만들어서 그걸로 놀았다.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면서 딱지를 강화시켰다. 딱! 딱! 따딱! 딱딱이는 소리는 넘어가는 소리다. 재미있어서 많이 했다.’

광물 책 보고 학교 둘레에서 광물 찾기. 반짝반짝 예쁜돌 찾기.

함께 의논하고 실천해보기

꾸준히 얘기하고 보일때마다 짚어주고 지도하는데도 잘 바뀌지 않으면 그게 참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아이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이야기 하려 노력해왔다. 잘 되는가 싶다가도 교사가 잠깐 놓치면 금새 돌아오는 속도는 참 빠르다. 눈에 계속 들어와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게 양치잔, 가방, 떨어진 종이였다. 양치잔은 쓰고 제자리에 넣어두면 좋을텐데 왜 툭 하고 던지고 가버리는 걸까. 가방은 가지런히 세워두면 되는 걸 우겨 넣다보니 떨어지거나 아예 바닥에 놓여져 있을 때가 많다. 양치잔 자리와 가방 두는 곳에 제자리에 가지런히 두자고 안내글을 붙여두어도 변화가 없다. 평화롭게 이야기 하고 아이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싶어 회의 안건으로 내고 교사의 불편함을 말하기도 했다. 아이들도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같이 지혜를 모았다. 사실 아이들과 이야기 하며 교사 안에 어느 정도 답이 생겼지만 함께 찾아갈 수 있도록 조금씩 동등하게 의견을 내며 해결 방법을 찾았다. 양치잔과 물잔을 여유롭게 둘 수 있도록 바구니를 더 두기로 했다. 그리고 조금 더 교사 의견을 덧붙여 바구니 바닥에 아이들 이름을 썼다. 지혜를 모으니 수백 번 반복해 말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 양치잔 잔소리는 이제 할 필요가 없다. 가방 정리 또한 가방 정리가 가장 잘 안되는 아이 가방을 들고 “가방 팔아요!” 하며 학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놀이를 했더니 바로 가방 정리가 습관으로 잡혔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스스로 사물함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몸에 벤 아이들도 꽤 있다.

책상 정리 방법, 자치회의 방법, 밥먹기 약속도 꽤 진지하게 의논해서 모인 의견은 실천으로 옮겼다. 반에서 모두가 실천해야하는 일들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도할 때보다 모두의 문제로 들여와 함께 토론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할 때가 훨씬 긍정적이다. 아이들 안에 문제를 돌아보고 고민하는 깊이가 생겼다. 생각한 의견을 말하는 힘도 커지고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지혜로울 때가 많다.

일기쓰기

일기는 여전히 귀찮고 쓰기 싫을 때도 있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쓰며 긴 글을 쓰는 힘이 생겼다. 1학기보다 겪은일을 자세히 쓰고 자기 생각이나 마음을 담아내는 글이 늘었다. 재미나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면 “오늘 일기꺼리가 생겼어요!” “이건 일기로 써야지!” 하며 즐거워한다. 교사도 같이 경험한 일을 아이들이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해서 아이들 일기가 기다려진다. 공통으로 일기 주제를 내주기도 했다. 일기는 매일 확인을 한다. 짧게 라도 아이들 일기에 답글을 달아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일기 확인하고 답글 달기는 매일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도 교사가 써주는 답글을 기다린다. 틈이 너무 없어 답글을 못쓴 날이면 “선생님! 답글 왜 안썼어요? 읽으신 건 맞아요?” 잔소리를 하고 서운해 한다. 그럴 때면 정말 미안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일기는 3학년 때도 계속 이어서 매일 쓰면 좋겠다. 진실되게 글을 쓰는 힘을 키우면 마음의 힘도, 삶을 가꾸는 힘도 커진다. 더불어 교사도 날마다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침열기

-산책, 생일편지쓰기, 만다라, 그림책 읽어주기, 연극놀이

비가 내리는 날은 우산쓰고 장화 신고 산책을 나섰다. 길이 아닌 곳을 따라 무작정 걸어도 보았다. 새로운 산길을 찾아 탐험도 했다. 가을이 깊어지는 날은 매일매일 바뀌는 빛깔이 아까워 더 자주 밖으로 나갔다. 올해는 학교 은행나무도 단풍나무도 빛깔이 고왔고 칠보산도 날마다 빛깔을 달리했다.

서리가 온통 내린 날. 서리 찾아 산책 나서 서리탐험대 놀이를 했다. 나무에 맺힌 이슬 얼음도 맛있다고 잔뜩 따먹고 쇠난간에 맺힌 서리도 햝아먹는다. 겨울은 보물창고예요. 공짜 아이스크림이예요. 서리산책하며 아이들이 줄줄 흘리는 시가 아까워 돌아와서 시를 썼다. 이제 아이들도 산책을 하며 즐겁거나 좋은 풍경을 보고 나면 “선생님은 돌아가서 시를 쓰자고 하겠지.” “선생님 가서 우리 시써요.” 라고 말하니 시가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다고 믿고 싶다.

첫눈이 내린 날. 내리는 눈이 아까워 첫눈 산책을 갔다. 아이들은 혀를 쏙 빼고 눈을 먹었다. 칠보산 능선이 훤히 보이는 자락에 오르니 천천히 내리는 눈이 꼭 동화 같았다. 단체로 눈 싸움도 하고. 지난해 눈이 거의 안와서 아쉬웠던 마음을 뭉친 눈을 여기저기 던지며 풀어낸다. 겨울이 성큼오고 사랑스러운 2학년과 함께 하는 시간도 얼마남지 않은게 마냥 안타까웠다.

학년 여행 -기차타고 서천으로

9월 중순 기차를 타고 충남 서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시기를 앞당겨서 방학기간에 미리 여행 준비를 마쳐서 무리는 없었다. 날 좋은 9월 중하순에 여행을 떠나니 짐도 덜 무겁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3박4일 정말 알차고 즐겁게 보냈던 이번 여행은 교사들도 만족스러웠고 아이들도 대체로 즐겁고 좋았다고 했다. 여행 내내 날씨는 정말 좋았고 가을이 펼쳐진 서천은 아름다웠다. 친절한 서천 어른들 덕에 어려운 상황도 행운이 깃들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여행지마다 배움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아이들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누가 신기한 물고기 하나 발견해도 우루루 몰려가서 기뻐하고 들뜨고 격양된 목소리로 교사를 찾던 아이들. 구석구석 허투루 보내지 않던 몸과 마음이 부지런한 아이들. 갯벌친구들 노래에서 시작해서 갯벌을 찾아 떠났던 서천. 애써 깨우지 않아도 신기하게 6시 45분이면 일어나던 아이들. 스스로 내일 가방을 미리 챙기고 씻고 정리하는 아이들. 구석구석 부지런히 아이들 살피고 한발 먼저 일하시는 수산나 선생님. 감사할 것 투성인 여행이다. 몸쓰기를 좋아하는 교사가 몸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만나니 고학년이 되면 또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돌아봐도 아이들과 함께 한 서천 여행은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그리운 추억이다.

여행준비

-여행수첩 만들기

-안전교육

-상황극으로 안전 교육 내용 연습해보기

(짝별로 주변 가게 (교사실) 가서 길을 잃어버린 상황에 선생님에게 전화하기, 줄서서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버스 타기)

-여행가방 점검

-갯벌공부

-노래 부르기

-모둠과 역할 정하기

-뽐내기 대회 준비

-식단 정하기

학교살이

회의 안건으로 학교살이가 나왔다. 이번 학교살이는 저녁과 아침준비는 모두 함께 하기로 했다. 교사는 최대한 손을 넣지 않고 모둠별로 역할을 정하고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이들끼리 하는데에 중점을 뒀다. 저녁 메뉴는 지금껏 학교 여행이나 학교살이에서 먹어보지 못한 월남쌈이어서 아이들의 기대가 매우 컸다. 둥지층에 모둠별로 책상을 펴고 도마와 칼을 모두 써서 칼질을 연습했다. 교사가 모둠별로 할 꺼리를 주면 아이들 스스로 순서나 역할을 정해서 몸을 움직였다. 많은 양의 채소를 썰고 예쁘게 준비했다. 엄청 많은 양의 라이스페이퍼를 모두 사용했다. 맛있는 음식은 남을 걱정이 없다. 어찌나 잘먹는지 아이들 먹성에 새삼 놀랐다. 아침에는 교사가 볶음밥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모두 달걀프라이를 했다. 채썰기도 모두 해보았고 휴대용 가스렌지 불켜고 끄기, 후라이팬 달구기, 달걀 프라이 뒤집기를 한번씩은 경험해보았다. 모둠활동을 하며 역할을 명확하게 주고 일 나누기를 연습했다. 뒷정리도 모둠별로 역할을 주고 맡겼다. 서로 일을 나누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힘이 있었다. 스스로 하는 힘이 더 커졌구나. 이제 3학년 될 준비가 많이 되었구나 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돋보였던 학교살이였다.

평화의 망원경

달아표 평화의 망원경은 2학기에도 작동을 시작했다. 기운이 넘치는 2학년 아이들은 쉴새없이 뛰고 장난치고 정말 활기차다. 기운이 너무 넘치는 때에는 한 주간 평화의 망원경을 작동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할 약속을 되짚고 지키려 노력한다. 우리반에도 친구들끼리 소소한 다툼이 있다. 남자 여자가 나뉘어져서 놀기도 하고 남자 아이들은 구분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문제가 생겨도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배려하며 자란다.

-친구 말로 놀리는 것, 때리거나 밀치는 것, 심한 몸 장난, 복도나 계단에서 뛰지 않기

-선생님이 이야기 할 때 귀담아 듣기, 친구와 장난치거나 수다 떨지 않기

-식습관, 장난을 치거나 많이 돌아다닌다. 우리반 식사예절 지키려 노력하기

자전거 안전교육

서천 씨티투어를 하며 운 좋게 자전거도 탈 기회가 있었다. 안전한 강변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신나게 타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자전거 면허시험이 1학기 한번 밖에 없어 2학년 내에서 자전거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우리학교 자전거 규칙, 낮은 학년용 자전거 안내 책자를 중심으로 자전거 안전 이론을 다루었다. 일주일동안 학교에 자전거와 안전모를 두고 아침열기 마다 연습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점검하고 부잣집밥상 쪽을 순서대로 크게 돌았다. 자전거가 서투른 아이들은 해님선생님과 함께 따로 연습을 했다. 학교 둘레에서 자목마을을 돌고 수변 공원까지 점점 구간을 늘렸다. 자전거 크기가 서로 다르니 낼 수 있는 속도도 다르다. 자전거를 잘 타는 아이들은 자전거 크기도 친구들보다 더 크다. 속도를 더 빨리 내고 싶은데 함께 달리니 속도를 마음껏 낼 수가 없다. 자전거가 작은 아이는 뒤쳐질까봐 불안하다. 열대 가량의 자전거가 함께 달리니 서로 살피고 양보해야할게 많다. 오던 순서 반대로 돌아가면 뒤에 있던 친구가 앞이 되니 그 친구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다. 몇 번 자전거를 타보고 함께 자전거 탈 때 어려움과 느꼈던 생각들을 나누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교사도 잊지 못할 어떤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자전거가 서툰 아이들은 이어서 가정에서 꾸준히 연습해가면 좋겠다. 모두가 자전거에 익숙해지면 고학년 때는 자전거 여행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참고

1)자전거 안전 교육:

-자전거 바퀴, 안장 높이, 브레이크 점검

-헬멧 바로 썼는지.

-부잣집 밥상 여러 바퀴 돌기, 자목마을 돌기, 학교-수변공원 왕복(자전거가 서툰 아이는 따로 해님선생님과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어요.)

-내년부터 자전거 면허 시험 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도 자전거 안전 규칙을 지키도록 노력합니다. (헬멧 쓰기, 속도, 차가 지나가면 서기 등)

-아직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주말에 가정에서 함께 타기 연습을 하면 좋아요.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자전거 규칙

1) 자전거는 면허증을 딴 사람만 타고 다닐 수 있다.

2) 면허를 딴 뒤 학교에 자전거를 등록해야 한다.(단, 해당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3) 면허증을 따는 과정에 안전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4) 자전거를 타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5) 2학년은 부모님과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다.

6) 3학년은 2학기부터 고학년 또는 어른과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다.

7) 자전거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 학생은 3학년 이상이면 가능하고, 2학년은 2학기부터 가능하다.
김장축제
김장축제 첫날 2학년 아이들이 일을 참 잘하더라는 선생님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져서 교실로 갔다.

“얘들아! 우리 2학년이 일 잘한다고 선생님들이 칭찬을 하셔서 내가 어깨 좀 펴고 다녔지. 엄청 자랑스러웠어.”

“선생님! 우리를 팔은 거예요?”

“아니, 너희가 일을 하도 잘해서 칭찬이 자자 한거지. 우리반이 몸으로 하는 일을 원래 성실하게 잘하잖아. 몸으로 하는 일을 할 때 성실하게 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하고. ”

“그럼 우리도 선생님을 팔아야겠네요.

“역시~ 엄청 친절하고 재미있는 좋은 선생님이라고 팔거지?”

“아니요! 엄청 나쁜 선생님이라고요.”

“헛헛. 마음은 다르면서.”

“선생님 오늘 청소 해요?”

“어머! 이렇게 일을 잘하는데 오늘 청소 정도는 안해야지!”

“우와! 선생님들 덕에 우리 청소 안한다!”

“쉿! 다른 학년 앞에서는 말하지마!”

(사실, 김장 첫날은 청소를 안 하기로 정했었다.)

낮은 학년과 있다보니 말투도 말하는 내용도 다소 낯간지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간다. 낮은 학년을 만나는 기쁨 중 하나일 것이다. 아직 더 많이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니. 일상에서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맘껏 누리고 있다.

마무리 잔치 연습

마무리 잔치 발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논했다. 교사가 제시 한 건 ‘수업시간에 우리가 했던 활동이 담기고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말과글 시간에 했던 연극놀이가 재미있었다고 의견이 모아졌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그대로 마무리잔치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연극놀이로 했던 노래와 놀이, 극을 되짚어보고 역할을 나누어 흐름대로 즉흥극을 해보았다. 즉흥극에서 나온 대사를 정리해서 그대로 짧은 대본을 만들었다. 해설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 3명이 돌아가며 해설도 하고 역할도 맡기로 했다. 수업시간에 했던 연극놀이가 조금 더 정리되어 마무리잔치 발표가 되니 대사와 흐름을 외우는데 어렵지 않았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극적인 활동을 참 좋아한다.

말과글

-연극놀이: 조각상 놀이, 몸짓표현, 움직임과 멈춤, 장소 몸으로 표현하기, 옛이야기 조각상으로 표현하기

-옛이야기: 연극놀이와 전래 노래, 놀이로 만나는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 뱃속 잔치, 줄줄이 꿰인 호랑이

-가을이 오는 시

-여행 준비, 갯벌 공부

-한글날 이야기 아름다운 우리말

-생활 미술과 연결하여 칠보산과 우리 주변 자연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미륵이야기> <설문대 할망>

-그림 인형을 활용해 교사가 이야기 들려주기

-‘별, 천둥번개, 거인, 달 새, 오줌, 방귀, 재채기, 눈물, 강, 홍수, 바다, 들판, 나무, 해, 산, 동물’ 등 신화 요소 카드로 이야기 이어가기

-모둠별로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만들기, 해설과 조각상으로 발표

-김장 글쓰기

-겨울이 오는 시

-내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이야기꾼 되어 이야기 자랑하기)

말과글 시간에는 옛이야기를 연극놀이로 만났다. 다함께 호랑이 뱃속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모양대로 맛이 나는 신기한 호랑이 고기 잔치도 벌이고 똥이 되어 호랑이 똥구멍으로 탈출했다. 무대는 교실 곳곳, 책상, 의자. 천 등을 활용했다. 해와달이 된 오누이는 교사가 호랑이 역할이 되고 아이들이 엄마와 오누이 역할을 했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놀이도 하며 조금은 정신 없지만 떠들썩 즐거웠다.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되어야 하는데 함께 하는 길섶선생님의 작적으로 호랑이와 전쟁을 할 뻔했다. 수업 시간에 했던 내용은 그대로 마무리잔치 공연이 되었는데 마무리 잔치 발표에서 조차 오누이는 해와 달이 아직 안되었다.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를 교사가 들려주고 아이들이 신화의 요소를 골라서 이어가며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엉뚱하지만 꽤 그럴싸한 멋진 이야기가 나왔다. 모둠끼리도 몇가지 요소를 골라 <우리의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를 만들었다.

삿갓을 쓴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그가 뀐 바람이 태초의 방귀였는가 하면 우주 거인들이 행성으로 구슬치기를 하다 세상이 갈라지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재미난 이야기가 세편 만들어졌다. 생활미술시간에 만든 나무젓가락 인형으로 모둠 발표를 하며 마무리 하기로 했다.

아이들마다 재미난 옛이야기 책을 정하여 읽어보고 만화로 그려보았다. 말과글 수업 마무리로 모두가 이야기꾼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 자랑을 펼치려 한다.



*도형

-가위질 한번으로 사각형 만들기

-다양한 사각형 상상하여 그리기

-선을 활용하여 상상하여 그리기

-자연에서 도형 모양 찾아 그리기

-다각형의 조건, 기준 발견하기, 말하기

-성냥개비로 다각형 만들기 (변과 꼭짓점으로)

-짝과 함께 꼭짓점이 많은 다각형 성냥개비로 만들기

-기준을 정하여 도형 나누기 (꼭짓점과 변)

-도형덮기

-색종이로 칠교판 만들기, 칠교 조각을 잘라 모양 만들기

-대칭축 : 거울 놀이로 대칭 이해하기, 물감으로 대칭 그림 만들기, 활동지에 대칭되게 그리기, 짝, 모둠 모두 함께 거울놀이, 복습은 핀란드

*덧셈 뺄셈

-수 크기 비교하기, 자릿수 이해

-더해서 10만들기, 100만들기 복습

-덧셈 점검 문제 풀기

-물방울 시장 통장 달아 vs 2학년 내기에 이기면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들어온 돈, 남은 돈 계산

-받아올림이 없는 덧셈의 가로식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의 가로식

-세로식: 10칸 공책으로 자릿수 이해,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가로셈식을 세로식으로, 뺄셈을 받아내림이 있는 세로식으로

(세자리수)+(세자리수) (세자리수) - (세자리수)

-머리묶은 배추 수세기

-측정과 어림 : 길이 어림 잡기 도구 없이 길이 짐작해 보기

2학기에는 크게 도형과 덧셈뺄셈을 나누어 공부했다. 도형을 다양한 기준으로 나누어보고 다각형의 조건을 발견한만큼 이야기하고 나누어 보았다. 다양한 도형을 상상으로 확장해서 그려보고 자연에서 여러 가지 도형을 찾았다. 아이들은 거미줄, 돌, 나뭇잎, 꽃잎, 나비 날개 등 생각지 못한 곳까지 눈길을 주어 도형을 찾아냈다. 칠교는 먼저 색종이의 면과 모서리, 꼭지점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면과 변을 촉감으로 만났다. 선과 선이 만나 접고 꼭지점과 면, 꼭지점과 꼭지점이 만나면서 칠교판을 어렵게 만들었다. 접은 칠교 선을 연필로 따라 그리며 도형을 복습하고 직접 자르고 모양을 만들어보았다.

덧셈과 뺄셈은 칠보시장 통장 기록하기, 머리묶은 배추 수세기를 하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계산해보았다. 가로식을 익히고 열칸 공책을 활용해 세로식을 공부했다. 아이들은 가로식보다 세로식을 더 쉬워했다. 방학 때 이어서 꾸준히 연습하는게 필요하다.

-남은 기간 수 공부: 시계 보기, 곱셈구구 복습, 측정과 어림(길이, 단위, 무게, 들이 등)

텃밭살림

-배추 그림책 읽기

-텃밭 흙 부수기

-배추 모종 심기

-벌레잡기, 물주고 키우기

-고구마 줄기 따기, 껍질 벗기기

-땅콩 수확

-은행 껍질 까기, 볶기

-고구마 캐기

-고구마 쪄먹기

-배추 머리묶기

-꾸준히 텃밭 일기 쓰기

1학기에 감자 수확량이 형편없어서 수확의 기쁨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다. 1학년과 선생님들이 많이 애써주셔서 고구마가 잘 자랐다. <고구마구마> 그림책을 읽어주고 연장과 박스를 들고 고구마를 캐러갔다. 그림책에 나온대로 작구마부터 크구마, 길구마, 동그랗구마, 희안하구마 까지 다양한 구마들이 나왔다. 캐는 내내 고구마 이름 지으며 많이나오는 구마 말끝마다 구마를 붙이며 재미나게 고무마를 캤다. 글쓰기 하며 고구마를 삶았고 아주 맛나게 먹었다.

반면 땅콩 농사도 영 시원치 않았다. 우리 입에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학교 설명회때 아이들이 그린 땅콩 그림과 함께 학교 설명회 전시에 우리가 수확한 적은양의 땅콩도 전시되었다.

땅에 떨어진 은행알을 비닐 장갑 끼고 코는 휴지로 틀어막고 줍던 풍경은 참 인상에 남는다. 자전거 거치대 지붕위에 가득 쌓인 은행을 교사가 긴 빗자루로 탁탁 치며 떨어뜨리니 “은행비 떨어진다~~~” 하며 바구니를 머리에 들고 받을 때는 얼마나 신났던지. 구리구리 아빠 화장실 똥냄새, 내 실내화 냄새, 똥꾸랑내, 휴지로 코를 틀어막아도 사라지지 않는 은행꾸랑내는 시간이 약이었다. “선생님. 시간이 지나니깐 코가 마비되어서 괜찮아요.” 하며 부지런히 줍고 까던 손길들이 어찌나 야무지던지. 남자여자 두 편으로 나뉘어지니 여자아이들은 차곡차곡 부지런히 까는데 남자아이들은 냄새 가리느라 바쁘다가 여자아이들 통이 비어가는 걸 보고 그제서야 의지가 불타올라 은행을 까지 시작한다. 마무리는 남자아이들은 연장을 꺼내 땅을 파고 구리구리 꾸랑내 은행껍질을 땅에 묻었고 여자아이들은 깐 은행을 씻어말렸다. 일년에 한번은 피해갈 수 없는 은행꾸랑내는 재미난 시가 되었다. 김장축제 때 1,2, 3학년이 1학년 교실에 빽빽하게 앉아 갖가지 도구로 은행껍질을 깨던 일은 장관이었다.

2학기에는 바쁜 와중에 참 부지런히 손과 발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여 일했다. 야무진 손으로 제몫을 단단히 한 대견한 아이들이다. 고학년이 되면 든든한 일꾼으로 성장하겠다.

생활미술

-여행수첩 만들기

-칠보산에 사는 동물들, 나무 그리기

-칠보산 그리기

-땅콩 그리기

-학교 설명회 준비

-천연염색: 소목, 밤 염색, 염색 손수건 다리기, 밤 껍질 줍기, 밤 염색하기

-움직이는 선 그리기

-나무 젓가락 인형 만들기

천천히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 소중하게 여긴다. 1학기에 습식수채화와 흙으로 빚기가 그러했고 2학기에는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소중히 여겼다. 노랗게 물든 손수건을 정성껏 말리고 “언제 걷어요?” 몇일을 물으며 재촉했다. 아이들은 직접 염색한 손수건을 너무 가지고 싶다 했다. 각자 가지기로 하고 한명씩 다림질을 배우며 손수건을 정성껏 다렸다. 밤염색을 하기 위해 밤을 줍던 날도 신이 났다. 커다란 솥을 가득 채우기로 하고 계곡 아래, 평소에는 들어가지도 않는 배관 아래 까지 들어가 밤톨을 주웠다. 쭉쟁이가 색이 잘 나온다고 알려줬더니 ‘쭉쟁이쭉쟁이’ 외며 쭉쟁이를 찾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따가운 밤톨 줍는 것도 그냥 줍지 않고 나뭇가지로 젓가락을 만드는가 하면 돌멩이로 접시를 만들기도 하고 갖가지 기발한 방법이 다 나온다. 한가득 주운 밤톨을 주말동안 담궈두고 한참을 끓여 두 번째 염색을 했다. 색이 곱게 나온 천 일부는 6학년 난장이들 두건으로 만들어지고 나머지는 다음해 옷살림시간에 활용하려 한다.

학교밖학교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옛이야기 전시

-수원화성 걷기

-여행준비

-수원화성 모두 걷기

-지동 골목 탐사, 제일 교회에서 수원 시내 내려다보기, 해님달님 어린이 도서관

-지하철 타기 연습, 구체적으로 타고 내리는 곳 알기

-버스 타기 연습

학교밖학교를 나갈 때 대중교통 타기 연습에 애를 썼다. 미리 탈 버스와 이동 경로 알려주고 스스로 준비하고 타고 내리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기를 강조했다. 대중교통 타는 연습은 많이 자리 잡혔다. 가정에서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연습한 것을 이어가면 좋겠다.

드디어 수원화성을 모두 돌았다. 아이들 체력이 거뜬하다. 함께 걷고 나니 느낌이 새로웠다. 아이들도 무척 뿌듯해했다. 달달하고 시원한 걸 함께 먹으며 소감을 나누었다. “2학년이 끝나는 것 같아요. 2학년 끼리 이렇게 함께 하는 거 처음이잖아요.” “고학년 되면 지리산 같이가요.”

수원화성을 돌며 화장실에 들렀다가 교사가 잠깐 숨었었다. 아이들이 대처하는 방법을 지켜보았는데 당황하지 않고 흩어지지 말자고 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기를 빌려서 교사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하나가 되었고. 교사를 찾고 난 후에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또 숨으라고 졸라댔다. 우리끼리 두고두고 간직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아이들과 몸으로 함께 할 때 느껴지는 뿌듯함과 친밀해지는 느낌이 교사로서 참 행복하다. 2학년 아이들은 흥이 참 많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흥이 더 넘친다. 무대가 있으면 랩하고 춤추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는 언제쯤 모두 앞에서 보여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학교밖학교를 나갔을 때 수원제일교회 꼭대기에서 수원시를 한눈에 내려다 보았는데 그동안 우리가 걷고 공부한 수원과 화성길이 한눈에 보이면서 부분이 전체로 엮이는 듯 했다. 올해 수원화성을 걸으며 아이들과 수원공부를 많이 했고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꼈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보기만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정말 한 해 동안 낮은 학년과 함께 하며 요요 귀엽고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많이 누렸다. 언성을 높여 화를 내거나 힘이 빠진 일이 거의 없이 보냈고 많이 웃고 놀았다. 교사를 더 착하게 만드는 선한 아이들. 올해도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다. 크는 게 아깝고 안타까워서 천천히 자라라.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라 말하고 싶으면서도 또 이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는게 얼마나 멋지고 소중한 경험인지. 언제가 감사드리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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