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학년 그루터기반 9,10월 돌아보기, 6학년 과학

작성자
그루터기
작성일
2017-11-05 21:59
조회
1778
4학년 그루터기반 9,10월 돌아보기



가을

하늘이 푸른 가을이 됐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만끽한다. 이제는 쌀쌀한 기운이 점점 찾아와 따뜻한 이불이 없으면 쌀쌀함을 느끼는 저녁이 됐다. 아이들과 운동회를 했던 공원에 물드는 낙엽과 학교밖학교 융릉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아이들과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시 옆구리가 쌀쌀하다. 9,10월 아이들과 지낸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여행

4학년 여행은 강화도로 갔다. 학교밖학교와 연결한 궁 이야기와 말과글, 생활미술 수업의 확장으로 다녀왔다. 의궤를 공부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돌아보고 역할에 따라 성실하게 여행했다. 서로의 힘을 모을 때 얻을 수 있는 좋은 결과물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역할이 주어지니 작은 일 하나에도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상고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숨어있는 역사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갯벌에서 물놀이를 하며 길을 걷다 갯벌생물들과 인사하고 바닷길과 논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행이야기에 있으니 읽으시면 좋겠다.

 

학년회의

2학기 반장단은 옛날 그리스의 방법을 따라 뽑았다. 지원하려는 역할에 자기 이름을 넣어 제비를 뽑는다. 처음에는 교사가 뽑고 그 후로는 전에 활동한 반장단이 뽑았다. 새로운 방법에 재밌어하기도 하고 어색해하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장난으로 넣었다가 뽑혀서 성실하게 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제비를 뽑을 때의 긴장감은 투표의 긴장감을 넘어선 것처럼 느껴진다. 하늘에 뜻이라 불렸던 제비를 하며 책임감과 준비하는 마음이 길러지길 기대한다.

 

말과글

2학기 말과글은 ‘웨이싸이드 별난 아이들‘로 진행했다. 삶을 살면서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공동체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웨이싸이드는 반의 아이들이 자기를 소개하는 단편 글이 이어져 구성된 책이다. 우리도 우리반의 특별한 책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할지 어려워해 교사가 직접 써서 읽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혹은 무엇을 잘하는 누구야.‘로 시작해 겪은 사건을 쓰게 했다. 힘들어 하던 아이들도 여행을 다녀오자 쉽게 써 내려가고 다 쓴 아이는 글을 다듬는다. 동시에 여행 콩깍지를 소개하도록 했다. ’누구는 무엇을 잘해‘ 혹은 ’무엇을 좋아해‘로 시작하는 글이다. 아이들이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주제로 쓰도록 했다. 금방 쓰는 모습에 여행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삼 느낀다. 학교설명회에서는 ’칠보싸이드 별난 아이들‘로 나왔는데 책 느낌이 나지 않아 아이들의 손 글씨를 빌려 출판해보려 한다.

학교설명회 후에는 ‘내 이름은 이순덕’으로 수업했다. 성장이 느린 여자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동화다. 아이들과 역할 말놀이를 했다.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되어 각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생각했다. 세상에서 느린 사람을 뒤처진다 생각하고 힘들어하고 답답해한다. 하지만 각자의 속도가 있는 것이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잘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10월 말 아이들과 ‘아이와 강’을 읽고 있다. 아이와 강의 이야기 속 주인공 파스칼레이는 친구를 만나고 특별한 경험을 한다. 따뜻하고 여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우리학교에는 함께 어른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자리를 ‘아이와 강’이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이름 붙인 이유를 생각해 보려한다.

 



2학기를 시작하며 아이들과 1학기 때 했던 분수와 소수를 복습했다.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서 새하얗게 없어져 교사가 다시 알려주는 맛이 있다.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고 대분수와 가분수를 서로 바꾸는 연습을 했다. 그 후에는 소수를 분수로, 분수를 소수로 바꾸는 것을 배웠다. 대칭, 수직, 직각을 복습하고, 지금은 테셀레이션과 도형을 배우고 있다.

1학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계속 일정량의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0문제 가량을 주고 주제를 바꾸며 기억을 더듬는다. 수를 좋아하는 아이, 싫어하는 아이도 있고,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따로 시간을 내어 보충도 한다. 수업시간에 짬을 내어 주제와 상관없이 ‘진겁기’나온 3L와 7L통으로 5L를 만드는 문제를 낸 적이 있다. 아이들의 참여도가 엄청났다. 컵을 이용해 직접 물을 담아 이리저리 물을 옮겨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테셀레이션과 시어핀스킨 삼각형 하면서 지겨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팔이 아프다면서도 열심히 그린다.

수를 나누면서 중요하다 생각되는 점은 꾸준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의 실력에 맞추어 꾸준하게 연습할 때 실력이 늘어갈 아이들을 기대한다.

 

<과학>

여행을 가기 전에는 태양과 지구가 태어난 신화를 나누었다. 한국신화를 중심으로 해태와 소별왕 대별왕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는 천동설과 지동설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천동설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똑똑한 아이들이기에 대략적인 정보만 나누고 아직도 논쟁이 뜨거운 진화론과 창조론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확실히 아이들의 힘으로 정보를 찾거나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창조론 입장을 펼친 아이들은 중간기의 과학적 물증을 날카롭게 꼬집었고 진화론의 아이들은 종교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의 사고가 얼마나 넓고 간단하지만 명쾌한지 한 번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도 여러 입장이 있음을 간단히 설명해 줬다. 한 가지 입장을 붙잡는 게 아니라 여러 의견을 종합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힘이 길러졌으면 좋겠다.

여행을 다녀 온 후 밀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얼음을 끓이면서 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먹물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넣으면 어떻게 번지는지, 물과 물엿, 기름을 이용해 층도 만들었다. 6학년이 만든 양배추 지시약을 마법의 물약이라고 소개하면서 지시약의 색이 변화하는 것도 관찰해 봤다. 밀도를 천천히 공부하며 한 단계씩 밟아가는 일이 재밌다. 과학을 나눌수록 과학 안에 많은 것이 담겨있음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고,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이 담겨있다. 이런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다.

 

<텃밭살림>

2학기는 배추와 무를 기르는 계절이다. 4학년도 배추와 무, 갓을 심고 밭 전체를 함께 돌보고 있다. 주 마다 물주기, 벌레 잡기, 잡초 뽑기 등의 양을 정해주어 모둠이 나누어 한다. 벌레를 잘 잡는 아이는 다른 모둠까지 도와가며 벌레를 잡는다. 아이들의 서로의 일을 돕고 살피는 힘이 많이 늘었음을 텃밭에서 특히 많이 본다. 요즘 특히 배추에 벌레가 많다. 가끔 벌도 있다. 아이들에게 ‘김치벌레’나 ‘벌레김치’를 먹지 않고 온전한 김치를 먹어야 한다며 협박 아닌 협박으로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성실하게 벌레잡이를 한다.



4학년은 현재 교육과정으론 수업에 배치된 마지막 텃밭살림이다. 김장축제와 연결하여 잘 마무리 해야겠다.

 

<생활미술>

여행 전에는 벽화를 마무리하고 여행 후에는 의궤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먹그림을 한다.

여름 방학 전에 그려놓은 벽화 스케치에 색을 입혔다. 페인트 색은 3원색인 빨파노 세 가지를 사놓고 원하는 색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도록 했다. 색칠에 공을 들이는 아이, 색이 삐져나가자 속상해 하는 이이들을 보며 즐겁게 ‘페인트칠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공간이지만 모두의 힘으로 꾸미는 일은 즐거운 시간이다.

여행에서 의궤 공부를 했었다. 의궤를 공부하며 우리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생활미술 시간에 협동 작품을 만들었다. 신문 만드는 법을 공부하고 편집장, 디자이너, 기자를 정해 힘을 모아 만들었다. 글의 위치를 정하고, 교정하고 그림을 배치하고 색을 칠했다. 그림에는 우리 반에서 만화를 잘 그리는 4인방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글을 편집하는 데는 받아쓰기에 능통한 회장님의 도움이 컸다. 일정한 크기의 종이에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내용을 적고 연결했다. 앞뒤에는 고급스런 종이로 마감을 했다. 펼치면 병풍처럼 펼쳐지는 그루터기 반 신문 의궤가 완성됐다.

협동작품이 완성되고 먹그림으로 전환했다. 먹 갈기를 다시 해보고 스케치북 도화지에 자기 작품을 남긴다. 첫 시간에는 중등에 가서 보이는 산과 나무를 그렸다. 둘째 시간에는 정문 방향에서 학교 건물을 그렸다. 풍경과 건물을 그렸으니 두 개를 합쳐볼 생각이다. 다음 시간에는 학교 앞 카페 근처에서 칠보산과 학교를 같이 그리려 한다. 첫 시간에는 먹을 갈면서 흐르는 일이 있었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 일이 먹그림이다. 이런 몸과 마음가짐이 아이들 안에 스며들면 좋겠다. 동시에 신윤복과 김홍도도 함께 공부하려 한다.



<공동체 놀이>

올해 공동체 놀이는 교사가 준비한 놀이를 거의 하지 못했다. 한글날과 추석이 있었고, 월요일 자혜학교 수업을 중요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정한 놀이를 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1학기말 해우재에서 했던 놀이인 ‘경찰과 도둑’을 안나가 신청했다. 그 다음 주에는 은결이가 뜀틀을 진행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전통놀이로 씨름과 제기를 찼다. 10월 달에는 하린이가 진행하는 얼음땡을 했다. 다음 주에는 자혜학교 아이들과 개뼈다구 놀이를 했고 10월의 마지막에는 융건릉에서 윤영이가 술래잡기를 이끌었다. 교사도 함께 뛰어놀았다.

놀이를 아이들이 정하는 것이니 준비가 안 된 경우가 가끔 있다. 하루는 나를 찾아오지 않고 칠판에 적어 놓았다. 우리가 했던 약속을 돌아봤다.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 서로가 챙겨주고 마음을 내는 것, 정성들여 종이에 써서 교사에게 가져오는 것 등이다. 20분 정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돌아보는 의미에서 명상을 한 날도 있었다.

아이들이 준비하는 놀이를 하며 좋은 점은 서로 좋아하는 놀이가 다르니 여러 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뛰는 놀이와 기구를 이용한 놀이, 규칙이 있는 놀이 등 교사가 섞지 않아도 균형이 잡힌다. 놀이의 방법과 규칙을 설명하는 것도 큰 배움이 된다. 규칙을 정하는 결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의 말이 나오기 전 먼저 설명해주는 친구도 있다. 우리 놀이시간은 평화롭고 즐겁다.

 

<학교밖학교>

2학기 학교밖학교는 두 차시만 있다. 10월 말과 11월 초이다. 10월 말에는 융건릉을 다녀왔다. 조선의 궁을 1학기에 돌아봤다면 2학기에는 왕의 죽음을 살핀다. 수원에 있는 융건릉은 그런 의미로 좋은 곳이다. 융릉은 장조(사도세자)의 무덤이고 건릉은 정조의 무덤이 있다. 아이들과 융릉과 건릉을 보고 활동지를 줬다. 답을 찾으려면 다시 건릉을 가야하지만 불평 없이 다녀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맙다. 잘 관리된 숲과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숲에 텃밭으로 쓰는 농토가 있었다. 이미 작물을 수확한 후라 네모진 모양이 놀이공간으로 적당했다. 그곳에서 놀이와 시를 썼다. 낙엽이 바람이 불면 날리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음 주에는 왕의 죽음을 더 공부하고 종묘에 다녀오려 한다.



<6학년 과학>

2학기 수업은 1학기에 환경오염을 공부하며 나누었던 산과 염기로 연결했다. 리트머스 종이로 염기성과 산성을 구분해 보고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용액을 구해 실험했다. 여행을 기점으로 건축을 살짝 다뤘다. 첨성대에 숨어있는 건축 과학을 살펴봤고 스티로폼공과 꼬치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며 기둥의 역할을 생각해 봤다. 양배추 지시약을 만들어 색깔의 변화를 관찰하기도 했다. 과학시간은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집중력도 좋다. 지금은 전기를 다룬다. 직렬연결과 병렬연결을 배우면서 건전지의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본다. 다음시간은 레몬전구에 도전하려 한다.

직렬연결과 병렬연결 실험을 하면서 전구를 직렬과 병렬로 연결해 보기로 했다. 건전지의 직렬 전구가 밝다는 건 실험결과가 같이 나왔는데 전구를 직렬과 병렬로 연결한 실험은 결과가 달랐다. 정답을 알려줄 수 있었지만 다음시간에 다시 해보기로 했다. 지식을 얻기 위한 실험이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을 실험하고 결과가 다르다면 다시 시도해 보면서 검증하는 과정이 과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 실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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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6 15:23
    '칠보싸이드 별난아이들'이 재미납니다. 아이와 강은 번역 문체가 특이해서 저도 읽기가 수월하지 않던데 아이들이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하네요. 설명회 때 많은 분들이 '신문의궤 ' 앞에서 놀라워 하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여러 날 공들여 집중하여 만든 모습이 엿보였어요. 가을날의 융건릉의 아름다움을 아이들도 알까요? 아름다운 자연이나 역사와 시간이 깃든 문화유적지의 매력도 느끼고 파란하늘도 보고 나뭇잎 색깔들도 찾아내는 삶의 미션을 잘 수행하면 좋겠네요. 배움이 일상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학교생활 이야기, 너무 재미나게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