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학년 구슬반 9,10월 돌아보기 / 5학년 공동체놀이

작성자
이슬
작성일
2018-11-15 21:26
조회
1935
20182학년 2학기 9,10,11월 돌아보기

 

공부하는 몸, 일하는 몸

개학과 동시에 예열시간도 없이 여행준비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움직임이 다르다. 서툰 가운데 잘 알고 있다는 눈빛, 말투, 행동이 보인다. 이미 세 번의 여행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힘이 조금 더 자라 있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학습과 생활 곳곳에서 느껴진다. 손이 필요한 때를 알고 손을 넣을 줄 알고, 착하고 선한 일에 마음을 내며, 학습에 더 몰입하고 열심히 하며 재미를 발견하는 힘이 커졌다. 시작할 때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모습을 보이나 시간이 지나면 전체로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자주 만들어진다. 몸이 만들어진 것이다. 함께 놀고, 일하고 공부하며 스스로 서는 몸이 좋은 그릇이 되어 학교생활을 잘 담아내고 있다.

    고구마 줄기 까는 아이들

 

처음으로 치른 반장단 선거

그간 반장단이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한 번 씩 반장단 역할을 맡아보는 구조로 계획되어 있었고 모두가 역할을 다하였다. 앞으로 남아 있는 기간의 반장단은 뽑아 보기로 했다. 회장단 선거하듯 후보를 모시고, 유세를 하고, 신분증 확인을 거쳐 투표를 했다. 진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선거를 치른 뒤 반장단이 확정되었다. 그간 반장단과는 달리 권위가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매사 당당하며 힘차게 일을 한다. 역할을 맡으면 뿌듯해 한다. 주변을 살피며 열심이다. 새로운 과정을 거치니 결과 또한 새롭게 여긴다.

 

 

우리 반 콩깍지

10월 우리 반 콩깍지를 뽑았다. 콩깍지 놀이가 하고 싶은 아이들이 안건을 내어 학년회의에서 다뤘고 몇 가지 약속을 정한 뒤 놀이가 시작되었다. 남몰래 해야 하는 착한 일이 아이들에겐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몰래 사물함에 넣고 싶다며 작은 선물을 손에 들고 기회를 엿보는 아이. 그 아이와 그 아이가 들고 있던 선물을 우리 모두가 봤는데 몰래 넣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그는 꽤 진지해 보였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슬쩍 눈감아 주기도 한다. 모르고 말하는 아이에게 교사가 눈을 찡긋하면 알아 듣고 하려던 일을 멈춘다. 놀이 규칙이었지만 착한 일 수행 미션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들이 오간다. 날마다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에게는 착한 일도, 선물도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해 하는 아이도 있다. 반대로 콩깍지 몰래 사물함에 무얼 넣었는데 콩깍지가 도통 관심도 없고 가져가지도 않는다며 애를 태우는 아이도 있다. 산타클로스처럼 교사가 몰래 뭔가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늘어간다. 그래도 해보니 재밌고 즐겁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왔다간 선행의 손길이 가장 큰 선물이다.

 

 

놀잇감

1학기 구슬치기로 시작했던 놀이가 돌치기로 바뀌었다. 2학기에는 한동안 철딱지를 하다가 이제는 미니카놀이가 유행이다. 아이들이 색종이로 미니카를 접어 겨룬다. 단색 색종이로 미니카를 접다가 더 좋은 색종이를 찾아낸다. 금박 색종이, 홀로그램 색종이로 점점 업그레이드 된다. 누군가 새로운 색종이로 만든 미니카를 가져오면 그동안 열심히 가지고 놀았던 미니카가 더 이상 멋지지 않다. 멋있는 미니카를 만들기 위해 부모님께 색종이를 사달라고 말씀드리기도 하고, 친구에게 색종이를 얻기도 한다. 반에서 놀잇감 수를 20개까지 제한했었는데, 미니카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놀잇감이 100개가 넘는다. 누가 멋진 미니카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가 아이들 사이에서는 자랑거리다. 서로 연합해 미니카를 관리하기도 하는데 적게 가진 아이들은 껴주기 힘들다. 학교에서는 안되지만 집에서 접어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여자 아이들은 인스(인쇄소 스티커)가 유행이다. 인스는 오려서 붙이는 스티커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아이들이 30-40장 넘게 갖게 되었다. 어떤 아이는 300장 가까이 모으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받기도 하고, 예쁘다고 말한 친구에게 선뜻 나눠주기도 한다. 부모님께 사달라고 했다며 솔직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새로운 놀잇감을 가져오면 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 퍼져나간다. 더 좋은, 더 많은 놀잇감을 갖기 위해 아이들이 애쓴다. 물론 인간이 가진 본능과도 맞닿아 있겠지만 경계할 부분이다.

아이들과 회의를 통해 색종이와 인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이면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색종이와 인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예쁘고 멋진 놀잇감을 많이 가져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보다 함께 놀 수 있는 놀잇감을 찾아야겠다.

아이들과 더 의논해야 할 점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색종이와 인스를 어떻게 활용할까이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회의를 이끌어 나갈지 고민이다. 일단 회의가 끝날 때까지는 색종이와 인스 사용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아이들의 힘을 믿고 회의를 진행해보려 한다.

아이들은 새롭고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낸다. 우리학교 아이들은 화려하고 멋진 놀잇감이 없어도 놀이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아이들의 힘을 믿고 아이들이 만드는 놀이와 놀잇감을 존중해주면 좋겠다.

 

 

관계

17명의 아이들이 작은 교실에서 생활하다보면 크고 작은 부딪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나가다 앉아있던 친구 손을 밟기도 하고, 사물함을 열다가 머리가 부딪치기도 한다. 화가 날 법한데 다음에는 조심해 달라는 말로 넘어간다. 작은 공간이 아이들에게 갈등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이를 하고 있으면 누구나 와서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 경계가 무너진다. 함께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기도 하고, 미니카를 접어 겨루기도 한다. 미니카가 없으면 편안하게 하나 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친구가 원하면 미니카든 색종이든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주로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으나 점점 다른 아이들도 편안해지고 관심도 커진다. 다른 학년과도 어울려 논다.

특히 마실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서로를 더 돈독하게 생각한다. 함께 놀거나 잤던 기억들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하다. 한동안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낸다. 앞으로도 마실문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

    미니카 접기 하는 아이들

 

말과글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월요일 3교시, 목요일 1,2교시

 

<무엇을 했나요>



- 내가 읽은 줄글책/그림책 소개하기

- 책 서평쓰기

 



-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시

- 나만 볼 수 있는 특별함

- 시의 호흡

 

한글

- 맞춤법

 

우리 신화

<우리 집에 사는 신들>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미륵님이 만든 세상>

- 그림 그리고 이야기 만들기

- 발표하기

 

2학기에는 책, 시, 우리신화 세 가지의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방학동안 읽은 책 소개하기를 시작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줄글책,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책을 읽고 서평쓰기까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문화가 자리 잡혔다.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 하루닫기 시간이면 할 일을 끝낸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말과글 수업이 아니라도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집에서 가져와 교실에 꺼내놓는다. 아이들이 가져온 책 덕분에 책읽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아이들이 쓴 서평을 모아 교실 한쪽 벽에 전시했다. 친구들의 서평을 읽어보고 재밌어 보이는 책을 집어든다. 다른 학년 아이들도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함께 읽는다. 도서관에 전시할 서평도 써본다. 어떤 아이는 두 권을 써도 되냐고 한다. 도서관에 전시된 자신의 서평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 입에서 시가 노래처럼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하는 재밌는 말을 적어주면 너도나도 시상이 떠오른다. 고구마를 캐다가 떠오르는 생각, 밥을 먹다가 잡은 파리, 살구나무로 날아가는 참새가 시가 된다. 내가 평소에 하던 말이 글로 쓰여지니 신기하고 재밌어진다.

숲에가면 아이들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학교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장난꾸러기들도 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나도 모르게 햇살 한줄기에 시가 떠오르고 몸이 저절로 움직여 가만히 나무를 안는다. 오랜만에 칠보산에 가서 시를 쓰니 아이들이 신나한다. 2학년이 되면서 바깥활동이 줄었는데,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우리 신화에 대해 배운다. 세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듣는다. 미륵님이 세상의 첫 문을 열고 어떻게 세상을 만들었는지 들으면서 신기해하는 아이도 있고, 재미난 옛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집에 사는 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집에 대해 공부한다. 지금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내 방 어딘가에는 날 보호해주는 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다.

    

청소 끝나고 책 읽는 아이들                                                                                        책 서평 전시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 이슬 선생님

언제 : 수요일 1,2교시, 목요일 3교시

 

우리 주변에 둘씩 짝을 되는 것, 셋씩 짝이 되는 것을 찾으며 곱셈구구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쉽게 떠오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터져 나왔다. 안경의 알, 세 잎 클로버 잎의 수, 네 잎 클로버 잎의 수, 자동차 바퀴 수, 곤충 다리 수, 칠보산의 일곱 개 보물, 일곱 빛깔 무지개, 문어 다리 수, 거미 다리 수, 구미호 꼬리 수.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찾아내는 재미가 커졌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상상으로 지어냈다. 상상은 더 재미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 보았다. 표현순서는 그림으로 --> 덧셈식으로 --> 곱셈식으로. 처음엔 쉬웠지만 곱을 거듭할수록, 숫자가 커질수록 그려야할 것과 써야할 것이 배로 늘어났다. 배수의 크기가 순식간에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몸으로 익히는 순간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아이들이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조절하며, 조금씩 천천히 공부했다. 언제 9단까지 완성할까? 이러다가 아이들이 안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교사가 아이들의 눈치를 살핀다. 한 번에 한 단 씩 활동지를 나눠 주다가 나중에는 끝까지 묶어서 한 번에 활동지를 주었더니 개인의 속도대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개인차가 크나 전체로 열심히 완성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갈무리 짓지 못한 친구들 몇 명과 일대일로 과제 수행 계획을 세우고, 모두 각자의 계획대로 갈무리를 하고 있다. 저절로 자기주도학습이 된다.

그림책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를 읽어 주었다. 솔방울에서 떨어져 사라진 씨앗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식을 만들어본다. 수학기호를 써서 수학적인 언어를 만들고, 거꾸로 수식을 풀어서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며 결국 같은 말임(뜻)을 확인한다. 더하고 빼는 연산연습의 반복도 필요하고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색종이 한 장으로 칠교모양을 접어본다. 모서리를 가능한 정확하게 접어야 칠교 조각 7개가 반듯하게 나온다. 가위로 오린 뒤 닮은꼴끼리 분류하여 본다. 직각이등변삼각형이 5개, 정사각형이 1개, 평행사변형이 1개. 몇 차시 수업 후 도형이 눈에 익을 때 쯤 도형의 명칭을 알려준다. 도형의 성질과 연결하여 설명할 때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좋다. 이제 7개의 조각을 모두 써서 제시하는 모양을 만드는 단계로 들어간다. 미션은 여섯 단계로 나눠져 있고 2명씩 짝이 된다. 감각적으로 도형을 맞춰가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협력을 잘 하는 아이도 보인다.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에서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칠교로 평면도형공부를 한 뒤 입체도형으로 넘어간다. 먼저 쌓기 나무를 써서 소마큐브를 만든다. 7개의 모형사진을 보며 입체로 된 도형을 만드는데 대체로 잘 만드는 편이다. 혼자서 만들다가 어렵다고 느끼면 교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접착제로 양면테이프와 목공풀 두 가지를 모두 써 보았는데 장,단점이 있다. 목공풀은 단단하게 고정은 잘 되지만 마를 때 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고, 양면테이프는 쉽게 붙일 수 있는 반면 단단하게 고정되지는 않는다. 저학년 아이들과 공부할 때는 아이에 따라 두 가지 접착제 중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7개의 모형을 모두 만든 다음 마지막 과제로 하나의 정육면체 만들기(조립)를 내 주었다. 개인과제로 냈지만 협력하여 해결해도 좋았다. 칠교와 소마큐브 수업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고, 관심과 흥미가 높아서 수학지식을 전달하기 쉽다. 놀이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교사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수를 차례대로 꾸준히 써 오고 있다. 아이들이 참 열심히 쓴다. 이렇게 열심히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경쟁적일 때도 있었다. 지나치지 않을까 염려를 담아 관찰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관찰하는 동안 한 가지가 분명하게 정리된다. 꾸준히 어떤 과제를 이어갈 때 힘이 생기고, 과제수행의 질이 향상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다시 학습의 힘을 끌어올린다. 이때 과제를 이어가는 동기나 힘이 교사가 아닌 아이들로부터 나올 때 진정한 힘이 발휘된다. 2학년과 수 공부를 하면서 간간히 진정한 힘과 마주한다.

 

참고자료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토토북



짝과 함께 칠교문제 풀기

 

텃밭살림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 이슬 선생님

언제 : 월요일 1,2교시

 

개학과 동시에 텃밭을 갈고 배추 심을 준비를 했다. 들깨 밭과 고구마 심을 공간 외에 적당한 간격으로 배추를 심는다. 씨앗을 심을 때와 달리 배추 모종 심기는 재미가 쏠쏠하여 아이들에게 인기다. 모종판에서 쏙쏙 뽑아내는 재미가 있고, 심고 나면 파릇파릇 연둣빛 배추밭이 그림처럼 어여쁘다. 배추를 심기 전에 주의사항을 먼저 일러준다. 모종판에서 어떻게 배추를 뽑아야 하는지, 간격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하는지. 흙을 덮을 때 너무 꼭꼭 다져서도 안 되고, 뿌리가 쉽게 드러나게 해서도 안 된다. 주의사항을 단단히 숙지한 아이들이 어린 아이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배추모종을 심는다. 사람 손이 무섭다. 순식간에 배추밭이 완성된다. 어리고 서툰 농부의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제 정성껏 가꾸는 일만 남았다. 많고 많은 배추 중에 ‘내 배추’를 정해본다. 김장 전까지 더 정성을 쏟아 가꾸자 다짐한다.

예년과 다르게 배추가 쑥쑥 자란다. 다른 밭과 비교해도 우리 배추가 커 보인다. 아이들의 마음은 기뻐서 들뜬다. 더 열심히 물을 주고 벌레도 잡아본다. 개중에 유난히 성장이 더딘 배추도 있다. 어린 농부는 애가 탄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도 안 되는 때도 있다.

물주기와 벌레 잡기를 반복해서 한다. 물주기는 거뜬히 해낸다. 문제는 벌레를 잡는 일이다. 찬찬히 살펴야 하고 징그러운 벌레를 집어 내야한다. 그래서 역할을 나눠보았다. 발견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가진 아이는 벌레를 찾아내고, 참고 잡아 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아이 벌레를 끄집어낸다. 한참 일하다 보면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밭에는 배추 말고 들깨와 고구마도 있다. 깻잎은 따서 쌈으로 먹고, 고구마 줄기는 장만하여 주니 수산나 선생님이 김치로 만들어 주셨다. 또 마른 들깨를 음식살림수업을 하는 언니 오빠들이 털어 주었다. 들깨 터는 일은 보기에 재밌는데 막상 해보면 힘 드는 일이라고 우리 반 00이가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보기에 쉽고 재밌어 보이지만 해보면 힘들지 않는 일이 없다. 힘을 들여 일하고, 그런 경험이 쌓여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겪어 내는 삶은 힘들어서 멋진 일이다. 텃밭 작물로 배추랑 깨, 고구마 이 세 가지 구성이 좋았다. 내년에도 참고 해야겠다.

고구마는 심어서 캘 때까지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 줄기를 따서 반찬 해먹는 일도 재미가 있고 마지막에 캘 때 즐거움이 무엇보다 크다. 이번엔 캐는 과정의 즐거움이 시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림책 『고구마구마』를 함께 읽으며 배꼽을 잡았다. 한동안 ‘ ~ 구마’라는 말이 유행이 되었다.

 

 

생활미술

누가 : 2학년 17명과 초록샘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화요일 2,3교시

 

<무엇을 했나요>

되살리기

– 화분 꾸미기

- 화분에 꽃 심기

 

협동화 그리기

- 학교 현수막 만들기

 

나무

- 나무 줍기, 사포질하기

- 나무액자 만들기

- 색칠하기

 

새로운 재료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2학기에는 아크릴 물감을 도입했다. 화분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나만의 화분을 만든다. 아크릴 물감의 특징과 붓 사용법을 배운다. 그동안 수채물감을 주로 사용했던 아이들은 유화물감이 신기하다. 색을 덧칠할 수 있어서 실수해도 괜찮다. 꽃가게에 가서 아이들이 직접 화분에 심을 꽃을 고른다. 화분의 크기를 고려해 꽃을 사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크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는 아이들도 있다. 화분보다 큰 꽃을 고른 아이는 결국 다른 식물을 심어야했다. 돌맹이를 모아 화분에 소중하게 담고, 꽃을 심고 흙으로 덮는다. 직접 만든 화분이라 애착이 더 크다. 아이들이 만든 화분으로 학교주변을 꾸미니 일석이조다. 학교설명회에도 아이들의 화분이 한 몫 했다.

광목천을 잘라 아이들이 직접 글자를 쓰고 색칠했다. 어떤 친구는 크게, 어떤 친구는 작게, 어떤 친구는 그림을. 모두 각각 다른 글자를 썼지만 한데 모으니 멋진 현수막이 완성됐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만든 학교 현수막을 자랑스러워했다.

도토리 시민농장과 텃밭 주변에서 나무를 주워 사포질을 한다.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하고 목공풀을 붙여 액자를 완성했다. 나무 크기와 두께가 달라도 괜찮다. 내 마음에 들면 된다. 세울 수 있는 액자, 한 귀퉁이가 떨어져 있는 액자,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액자 등 아이들처럼 제각각 다른 모양이다. 아이들은 서로 비교하면서 재밌어하고 자신이 만든 액자를 자랑한다.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말과 행동을 실천하는 아이들이다.

 

 

학교밖학교 / 생태교실

누가 : 2학년 17명과 산 선생님과 이슬 선생님

언제 : 매주 금요일 오전

 

<무엇을 했나요>

학교밖학교

- 텃밭 돌보기

- 수원지역도서전

- 수원화성, 남문시장

- 자전거타고 수변공원 가기

 

1,2학년 생태교실

- 칠보산 주변에 사는 나무들

- 광교산 가을산행

 

말과글 수업과 연계해 수원지역도서전에 참가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버리려고 정리한 책 중 꽤 읽을 만한 책을 골라 행궁광장으로 갔다. 텃밭에서 키운 늙은 호박도 챙겨서. 벼룩시장에 돗자리를 펴고 열심히 책을 팔았다. 누군가 지나가면 목청껏 “책 사세요”라고 외친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은 한권도 팔리지 않았다. 늙은 호박만 팔고 왔다. 아이들은 아쉬움 반 안심 반이다. 팔리지 않은 책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이 있어 눈독들이고 있었다. 물물교환은 못했지만 읽고 싶은 책을 가질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도서전 부스를 둘러보니 아이들이 참여할 거리가 많다. 인형극, 구연동화, 책놀이터, 한지책 만들기, 뱃지 만들기 등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했다. 팔지 못하고 남은 책 일부는 기부하고 왔다. 다른 나라 어린이가 한글공부를 하길 바라면서.

 

1학년과 수원화성, 남문시장을 다녀왔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아이들과 시도해보기로 한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굵어지면서 아이들 옷이 젖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산쓰고 걷는 수원화성이 재밌다. 미처 발밑을 보지 못하고 물웅덩이를 밟아도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넘어간다. 옷이 젖어 오들오들 떨다가 먹은 어묵국물이 꿀맛이다. 남문시장 청년몰에 들어가 도시락을 먹었다. 아이들이 남은 거스름돈을 모아 빵을 살까 꽈배기를 살까 한참을 고민한다. 간식을 먹고 싶은 아이들과 돈을 아끼고 싶은 아이들이 한참 의논하더니 결국 사지 않기로 정했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쳐 아이들과 수변공원으로 나가 자전거를 탔다. 두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 네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 속도가 느린 아이, 속도가 빠른 아이, 걷는 아이 다양하다. 자전거 타기를 앞두고 가정에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속도를 맞춘다. 광장에 가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니 모두 신이난다. 아직 자전거를 다루는 모습이 서툴지만 광장에서만큼은 모두가 잘 탄다. 꾸준하게 연습하면 자전거타고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도 곧 볼 수 있을 것 같다.

9,10월 생태교실은 칠보산과 광교산으로 나갔다. 도토리나무 6가지 종류를 공부하고 칠보산에 있는 대표적인 세 가지 나무를 공부했다. 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를 배웠다. 사진으로 잎이랑 가지, 열매를 관찰하고 칠보산으로 나가 직접 나무를 찾기로 한다. 잎모양으로 나무를 찾아보고, 열매모양으로 나무를 찾았다. 자세히 살펴보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어떤 나무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지 함께 살펴봤다.

날이 서늘해지면 산에 단풍이 들었다. 단풍이 든 광교산을 보고 아이들이 감탄한다. 광교산에 살고 있다는 다양한 생물을 찾아본다. 험한 산길을 걸으니 등산객들이 아이들을 응원한다. 칠보산이라면 이 정도 올랐을 때 정상이 나올텐데 광교산은 한참 더 걸어야한다. 힘들어하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는 사람없이 끝까지 오른다. 아이들이 모두 정상에 올라 도시락을 먹으니 기쁨이 두배다. 칠보산과 광교산을 비교해본다. 수원에 있는 산들을 둘러보며 우리 지역에 대해 알아간다.

     

도서전 벼룩시장                                                                          광교산 가을산행

 

5학년 공동체놀이

누가 : 5학년 11명과 이슬 선생님

언제 : 목요일 4교시

 

<무엇을 했나요>

씨름

몸 늘이기, 윗몸 일으키기

11인 12각 달리기

티볼(경기 규칙 알기, 모둠별 경기)

그물잡기

깡통차기

고구려 백제 신라 놀이

 

학교 등굣길, 5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줄넘기를 하며 교사를 반긴다. 교실에만 앉아 있기보다 매일 아침 줄넘기를 하는 모습이 놀랍다. 반 분위기와 문화도 1학기보다 활기차게 변했다.

한가위 한마당을 앞두고 아이들과 씨름을 했다. 서로 비슷한 체격의 아이들이 힘을 겨룬다. 체격차이가 있는 씨름도 선뜻 나서서 해본다. 이기고 지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도전하는 아이들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12인 13각 달리기는 아이들이 가장 괴로워했던 수업이다. 2인3각, 4인5각, 8인9각, 11인12각으로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발이 묶여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서로 맞추지 않으면 걸을 수 없게 되자 짜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가 미워지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했던 11인12각은 아이들이 똘똘 뭉쳐 꾀를 낸다. 옆으로 발을 끌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다. 교사는 당황스럽지만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2학기에는 야구를 변형시킨 티볼을 했다. 모둠을 정하고 경기 규칙을 익힌다. 공을 티에 올려 치고 1,2,3루를 돌아 홈으로 돌아온다. 평소에 야구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모둠을 두루 살펴준다. 아이들도 그 친구를 따라 규칙을 이해하고 경기를 해본다.

아이들이 회의를 통해 놀이를 정할 때, 다수결만 따르기보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 배어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쉽지만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 또한 끝까지 의견을 들어본다. 서로 양보하고 조율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를 정한다.

몸을 쓰는 활동에 재미가 붙었다. 아이들이 정하는 놀이도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여자, 남자 구분 없이 함께 뛰어 노는 것이 즐겁다. 5,6학년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있었다. 그물잡기는 5학년에서 6학년에게 소개해 준 놀이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 놀이는 6학년에서 5학년에게 소개해 준 놀이다. 서로 성향이 달라 놀이가 달랐지만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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