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과정 특징 몇 가지-초등대안교사연수에서

작성자
바 다별
작성일
2016-05-09 14:32
조회
1309

2009년 1월 15일~16일 초등대안교사연수에서 생각한 것들.


수원칠보산자유학교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며


지난 1월 15일 무지개학교에서 한 초등대안학교 교사연수에서 대안초등학교들의 교육과정을 훑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학교마다 많이 닮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학교마다 나름의 빛깔이 있어서 우리학교 교육과정을 점검해보고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


그 자리에서 프로젝트 수업으로 전환하려는 학교와 이미 하고 있는 학교들의 사례가 무게 있게 다뤄졌다. 그 과정에서 우리 학교는 학년별 체계를 잡아가는 학교로 발표를 하였다. 우리 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을 그날 이야기했던 내용 중심으로 생각에 살을 조금 더 붙여 정리해보면 이렇다.


1.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 철학을 구현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2005년 학교를 열면서부터 자유와 생명의 교육공동체라는 이름을 걸고 교육활동을 해왔다. 자유와 생명이라는 철학을 구현하려는 노력은 시간표에 있는 교과목들에서도 물론 보이지만 '잠재적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는 생활과 교육활동들에서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빈그릇 운동, 청소, 살림 수업과 관련된 활동, 쓰레기 분리수거 교육에 무엇보다 힘을 쏟는다. 앞으로도 꾸준히 강조하고 학교 식구 전체로 넓혀 가야 할 내용이다. 교사와 학부모가 생명, 자유를 더 깊이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는 뜻에서 2008년 교육연구회 '아이와 강'을 만들고 여섯 차례 강연회를 연 것도 같은 흐름이다.


시간표 안에서도 아이들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넓혀 나갔다. 악기 선택수업, 동아리 활동이 수업 안으로 들어왔고, 일상 수업에서도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게 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자유, 선택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런 과정이 학습과 사고의 자발성을 높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발성이 높은 학습은 당연히 성취도 높다.


2. 학년 단위로 반을 운영하고 수업한다.


처음에는 학생 수와 교사 수가 모자라 학년을 묶어서 하는 수업과 활동이 많았다. 2008년에 처음으로 1~6학년을 모두 분리해서 제대로 된 학년별 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 2008년에도 6학년 수가 2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6학년 진학지도와 학년별 특징을 고려해서 6학년을 따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모든 학년이 나눠지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학년별로 분리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학년에서 살릴 수 있는 특징들을 많이 살려 운영해 본 한해였다. 2학기 여행을 학년별로 했던 것, 6학년 모임을 이끌었던 것들도 짚을 만하다. 학년별로 운영하지만 일부 수업에서는 학년을 통합해서 하기도 한다. 또 전체 여행이나 소풍, 행사 때는 학년을 섞고 남녀를 섞어 폭넓게 어울리게 하였다. 그러면서 위 아래로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려 했다.


3. 교과목 사이의 연계와 통합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프로젝트라는 말을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 초기에는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시간표에 들어가 있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수업을 구성하기에 따라 많은 수업들이 프로젝트화 되어갔다.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나의 내용으로 보기보다는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수업들이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그 형태도 아주 다양해졌다. 어떤 내용은 한 학기를 가기도 하고 어떤 내용은 짧게 2주에서 2개월 정도로 다양해졌다. 어떤 내용의 큰 틀을 학습하는 방식으로서 프로젝트라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교과목 사이의 연결과 소통, 통합의 문제도 조금 더 쉽게 풀린다. 말과글 수업과 미술, 옷살림, 말과글과 텃밭, 연극과 옷살림, 미술이 모두 넘나들 수 있는 영역들이다. 실제로 계획단계에서 소통이 충분히 된 교과들은 아주 깊고 넓게 연계해서 수업을 했다.


4. 기초교과를 나눠서 맡고 있다.


우리학교에서 기초교과라고 하면 말과글, 수를 가리키는데, 이 두과목만을 강조하는 의미로 기초교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습에서 다른 학습의 바탕이 되는 내용들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기초교과라고 한다. 글 읽기와 쓰기, 수와 셈 능력은 다른 학습을 하는 전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40분 수업 3단위 수업을 한다. 초기에 말과글, 수 6시간을 담임교사가 모두 맡아 해보니 연구할 시간도 모자라고 또 어떤 과목을 전공하여 꾸준히 공부해 온 선생님들이 가진 내용이 확실히 차이나는 부분이 있어서 말과글, 수를 나눠서 수업을 하는 형태로 바꾸었다. 1학년이나 특정 학년에서 담임교사가 거의 모든 과목을 맡으며 교과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지금은(2009년 계획) 두 가지 형태를 함께 하고 있다. 하나의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다만 기초교과를 나눠 맡으면서 그동안의 수업 결과를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습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돼야 하는지를 정리한 일은 성과로 볼 수 있다. 담임교사의 개성과 능력대로 진행하더라도 과목별로 일정한 원칙과 틀이 있는 것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5. 모든 것의 바탕은 '살림'이다


텃밭살림, 옷살림 수업이 있다. 올해에는 몸살림 수업을 새로 연다. '살리다'의 살림이기도 하고 '살림 살다'의 살림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먹고 입고 자는 것, 우리 몸을 들여다보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공부의 바탕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이다. 초기에 살림의 철학을 강조했으나 실제로 수업에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풀어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잘 안 된다고 놓아버리지 않고 꾸준히 늘려가고 조건을 만드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발전해왔다. 텃밭은 조금 걷긴 하지만 더 넓게 빌려서 한 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마련하였고, 옷살림 수업은 아이들이 자기 옷을 만들거나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단추가 떨어지거나 쓰던 물건이 떨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바늘과 실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하다보면 조금 더 재활용해서 입고 쓸 수 있는 눈이 생길 수도 있다. 다른 교과와 연계할 부분이 아주 많아 학교에서 생활하는 담임교사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몸살림은 새로 만든 것이지만 사실은 아주 새롭지만은 않다. 초기에도 교육과정 안에 들어가 있었고 오히려 학생 수가 적을 때는 요가도 하고 체조도 더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늘면서 놀이(공동체놀이) 외에는 몸을 들여다보고 뭔가 익히고 수련하는 시간이 없어져갔다. 그래서 다시 일부 학년에서 몸살림이란 이름으로 살려보려 한 것이다. 자기 몸에 집중하는 시간, 뭔가를 훈련하며 몸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아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6.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프로젝트 수업을 도입하는 학교들의 고민은 어떻게 아이들의 학습과 삶을 통합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교과목간의 단절을 줄이고 하나의 활동 안에 여러 가지를 녹여낼 것인가이다. 많은 실험들에서 아직은 그것에 대한 뚜렷한 성과나 자신감 있는 말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은 실험 단계니 당연한 일익도 하다. 그러나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 어떤 내용은 아예 다루지 못하거나 중복된 주제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비슷한 내용만 반복해서 학습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마음 편히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 새로운 세계, 낯선 언어에 대한 갈망, 실생활에 필요없어도 알고 싶은 그 무엇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안다. 때로 그런 영역들이 아이들의 사고를 한층 더 깊이 있게 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지적 호기심이 조금 더 강하게 표출되는 때가 있고, 물론 아이마다 다르지만 그 시기에 적절히 자극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7. 교과목의 학년별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학년에 따라 개설되는 과목이 다르다.


과목마다 학년별 체계를 잡아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년별로 사로 넣거나 빼는 과목들이 있다. 영어는 3~6학년이 한다. 과학은 4~6학년이 한다. 연극과 영화는 고정 불변은 아니지만 5~6학년이 한다. 악기 선택수업은 4~6학년이 한다. 칠보산 어린이되기는 1학년만 한다. 몸살림은 2~3학년이 한다. 옷살림은 3~6학년이 한다. 어울림수업은 1~3학년이 한다. 목공은 5~6학년이 돼애 할 수 있다. 회장단은 4학년이상만 할 수 있다. 보기를 들면 이렇다. 학년에 따라 교과목이 늘면서 더 폭이 다양해지는 흐름인데, 반드시 전체 학생이 다 하는 수업들이 또 있다. 이렇게 6년의 흐름을 잡아야 하는 것이 있고 3년의 흐름을 잡아야 하는 수업들도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심화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많은 과목들은 학기 평가를 통해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며 새로 열거나 통폐합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은 완성된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하던 모든 것을 뒤엎고 전혀 다른 뭔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기보다는 있는 교육과정의 체계를 잡고 정리하는 중요한 시기다.


(질문) 그러면 아직 그 학년이 안 됐는데, 그 내용을 하고 싶거나 아주 뛰어나서 수준이 그 학년과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구성하는 학년(반)은 학습과 생활을 아우르는 단위이기 때문에 어떤 친구가 모든 면에서 월등해서 한 반을 올라가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학습력이 아주 뛰어나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반을 옮긴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충족할 수 이ㅏㅆ게 하는 방법을 찾는다. 서로 돕는 학습 방법도 좋은 해결책이다. 서로 돕고 서로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악기를 저학년이 하고 싶어 할 때는 성실하게 수업에 임한다는 약속을 받고 넣어준다. 다만 그 저학년의 시간이 허락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목공이나 영어 같은 수업은 저학년들이 간절히 원하도록, 갈망하도록 둔다. 나도 크면 저렇게 해야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나중에 그 학년이 되었을 때 아주 속도감 있게 학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오히려 교사들은 갈망하도록 자극하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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