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학년 글자반 9~11월, 타악기 돌아보기

작성자
소나기
작성일
2018-12-11 09:35
조회
1461
#칠보산어린이되기

2학기에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 회의를 경험한다. 학년회의와 자치회의를 경험하면서 학교에서 의사결정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상대방의 이야기는 어떤 태도로 듣고, 자신의 생각은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는지를 경험해본다.

자치회의의 경우 이야기의 주제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일 때도 있고, 1학년들과는 공감대가 없는 얘기 일지라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전체모임과 자체 회의 시간에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전체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반에서 학년회의나 토론을 통해서 좀 더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학년회에서 가장 주된 안건은 ‘학교 살이’ 이다. 무려 3번에 걸쳐서 서로 생각을 나누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설득하는 과정을 겪었다. 결국은 어렵겠다는 친구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마음을 내서 친구들 마음에 보답하겠다고 한다. 1년의 칠보산어린이되기가 끝이 났다. 꼭 수업에서가 아니라, 생활에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더 익혀나갈 것이다.

#말과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직 한글이 어려운 친구는 점심시간과 하루닫기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한글을 좀 더 익히고 있다. 맞춤법을 많이 틀리는 것은 1학년 시기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꾸준히 쓰다보면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다. 일주일에 네다섯 편 정도의 글을 쓰고 있다. 일기를 쓸 때도 있고, 요즘의 관심사에 대해서 쓸 때도 있다. 아직 한편의 글을 온전히 쓰는 게 힘든 아이도 있지만 한두 쪽을 가득 써내려가는 아이도 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겠다.

<노란 양동이>를 함께 읽고 있었다. 한두 쪽씩 분량을 나눠서 소리 내어 읽고 있다. 더듬더듬 읽는 아이도 있고, 정확하게 끊어 읽으며 쭉 읽는 아이도 있다. 자주 읽으며 연습하다보면 더 나아질 것이다. 하루 닫기 시간을 통해 책의 내용을 10칸 공책에 옮겨 쓰고 있다.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익히고, 소리 나는 것과는 다르게 글을 쓴다는 것을 아이들과 나눴다. 그런 내용들은 노란양동이 퀴즈대회, 그리고 받아쓰기 대회 등을 통해 아이들과 재미나게 풀어보려고 했다. 처음으로 접한 받아쓰기가 어렵고 힘든 시험이라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즐기고 노력해서 도전해보는 경험이 되었길 바란다.

아기여우의 노란 양동이처럼, 각자의 아이들에게 소중한 물건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만의 독특하고 소중한 물건들을 서로 나누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서로가 재미있게 읽은 동화책 소개하기. 즐겨 읽었던 재미있는 동화책을 한권씩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 서평을 써서 책을 소개하고 별점을 매기면서 동화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자신의 동화책을 친구들에게 읽어주는 것까지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하지 못해서 아쉽다.

#

1학년 수수업의 가장 큰 목표는 수와 친근하기, 그리고 생활 속에서 숨어있는 수를 찾아보는 것, 그리고 아주 기본적인 연산,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을 하는 것이다. 2학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산에 대해서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몇몇 아이들은 기본적인 계산과 암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조작활동을 통해 수의 많고 적음, 그리고 더하고 빼는 것의 개념을 익히길 바랐다. 그래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더라도, 실제로 바둑알을 하나하나 세면서 연산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불편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한 아이도, 점점 숫자가 커지고 수식이 늘어가면서 익숙하게 바둑돌을 다루게 되었다.

아이들과 했던 가장 재미난 놀이는 숫자 만들기와 미니카 컬링이다. 덧셈과 뺄셈을 통해서 특정한 한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3’이라고 정해주면 아이들이 1부터 9까지의 숫자들 중에서 3개를 선택해서 덧하고 빼는 과정을 통해 3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두 개 찾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한쪽이 가득 차도록 수식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만들어진 수식을 바둑알을 활용해서 확인해 본다. 미니카 컬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니카를 활용해서 컬링을 하고, 그 컬링으로 점수를 얻은 후, 그 점수를 덧셈과 뺄셈을 활용해서 가장 높은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3차시 정도 수업을 나누었다.

수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 아직까지는 수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이 수를 대하는 마음이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지금처럼 두려움과 걱정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텃밭살림

2학기를 시작하며 텃밭을 정리하고, 비료를 넣고 농사 준비를 부지런히 했다. 작은 배추 모종을 텃밭에 조심히 옮겨 심었다. 고사리 같은 아이들 손에 배추 모종이 휘청 거리기도 했지만 하나하나 정성껏 심고 물을 주고 가꾸었다. 배추벌레를 처음 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놀라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집에서 키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예전에는 닭장에 모이로 넣어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먼 곳에 놓아준다. 점점 흙과 풀, 자연에 익숙해져 간다.

김장축제를 할 때 키웠던 배추를 학교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처음 옮겨 심을 때 작고 가벼웠던 배추 모종이 어느덧 김장을 할 정도 자랐고, 무게도 무겁다. 장바구니에 배추를 넣고 텃밭과 학교를 오가길 십여 차례, 아이들도 지쳐간다. 매일 먹었던 김치가 이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얘기를 나누었다. 빈그릇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김치를 먹어야겠다고 글을 쓰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생활미술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담는다. 더 이상 아기염소가 아닌 훌쩍 커버린 염소들, 예쁜 단풍잎, 쑥쑥 크고 있는 배추, 맑고 푸른 하늘, 내 짝과 우리반 친구들까지. 꼭 잘 그리지 않더라도, 주변의 사람과 풍경을 담으니 관심이 가고 재미가 있다. 못 그린다는 걱정과 두려움 없이, 표현하고 즐기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누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예쁜 단풍잎이 학교 주변에 가득하다.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그리고 이름 모를 다양한 낙엽까지. 마음에 드는 예쁜 잎들을 10장 정도씩 주워서 두꺼운 책 안에 며칠 동안 말려둔 후, 책갈피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을에 대해 붓펜으로 꾸며본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을. ‘먹을 게 많은 가을’, ‘열매가 많은 가을’, ‘알록달록 가을’, ‘풍경이 예쁜 가을’, ‘하늘이 높은 가을’, ‘미세먼지도 높지 않고 날씨도 딱 좋은 가을’, 지붕에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나무가 옷을 벗는 가을’, ‘내 생일이 다가오는 가을’, 나무가 외톨이가 되는 가을‘ 등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을이 참 재미있다. 가을 단풍잎을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준다. 똑같은 종이에, 주변의 낙엽을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는데, 모든 아이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담아서 표현한다. 귀 기울여 듣고 질문하고 답하며, 그렇게 각자가 표현한 것들을 친구와 나눈다. 참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학교밖학교

광교산을 다녀왔다. 칠보산보다는 높지만 아이들이 오르기에 딱 적당한 정도의 높이와 시간이 걸린다. 1, 2학년 아이들과 선생님까지 무려 30명 정도가 함께 올랐지만 큰 어려움 없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에 정상에서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가을산을 만끽한다. 아직 단풍이 온전히 물들지 않아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데 즐거움이 큰 시간이었다. 특히 산에서 뛰어내려오며, 아이들과 했던 기차놀이 덕분에 다리에 알이 배였다. 아이들은 모두 괜찮다고 하는데, 나이는 숨길 수가 없나보다.

칠보산에서 보물찾기를 했다. 아이들이 찾아야 하는 보물은 새의 킷털, 바람에 날린 씨앗, 식물의 가시, 알 껍질, 동물의 털, 먹은 흔적이 있는 잎, 무언가 아름다운 것, 그리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100개, 마지막으로 찾아야 하는 것은 여러분의 웃는 얼굴까지이다. 이 모든 보물을 다 찾으면 고구마를 구워서 먹기로 했다.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먹는 것은 교사로서 늘 즐겁고 하고 싶은 활동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참여가 어렵고, 교사가 불에만 집중해야 돼서 소규모 인원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먹을 땐 모두들 즐겁다.

#타악기

2학기의 시작은 합주연습과 함께 시작했다. 작년에 마무리잔치에서 공연했던 것을 되새겨 보고 연습을 했다. 컵타를 하는 데에 아이들은 불평과 어려움이 있었고, 중간 공연까지만 컵타를 하기로 얘기를 나눴다. 대부분 잘 기억하고 있어서, 연습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전체 합주 속에서 컵타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소리를 줄여서 전체 합주 속에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다음 합주 곡은 난타북으로 준비 중이다. 악보 없이 소리만을 듣고 준비를 했었는데, 이제는 악보를 보고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유학교에서 아이들이 악보를 해석하는 일, 음표와 쉼표의 모양과 그 의미에 대해 다룬 적이 없어서 합주 준비하는 데 아이들이 꽤 힘들었다. 두드리고 치는 데서 큰 기쁨과 즐거움을 얻었는데, 합주와 공연 준비하는 데에 오랜 시간과 준비로 인해 그 즐거움이 많이 줄어들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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