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학년 3,4월 돌아보기

작성자
달아
작성일
2022-05-09 04:54
조회
1025
1학년 3, 4월 돌아보기

1학년 담임이 되며.

여덟 살. 초등과정에 가장 순수하고 자연을 닮은 시기의 아이들을 만난다. 열 한 명의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고 떨린다. 예비학교 날에는 긴장되고 설레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예비학교 날, 처음으로 교실에 모여 동그랗게 앉아 열기 활동을 했다. 자기 이름을 말하고, 좋아하는 동물을 말하는 활동이었다. 열 한 명 아이들 모두 부끄러움 없이 자기 이름과 생각을 크고 또렷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올해 일학년은 자기표현을 잘하고 적극적이겠구나 하고 예상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은 다채로운 변화의 연속이다. 미래에서 온 아이들의 날마다 변하는 리듬에 행복하다가, 지치다가, 감격하다가, 고맙다가, 웃다가, 울다가, 화나다가, 반성하다가.. 내 부족함을 만나고 다시 힘내고, 내 그릇의 작음에 또 반성하고 그렇게 3, 4월을 보냈다.

생동감으로 가득한 아이들을 교사가 담아내려면 그만큼 넉넉하게 아이들을 품어야 할 일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사의 거울 같은 아이들에게 부끄럽게 서 있고 싶지 않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서 무던히 애쓴다. 그런데 늘 부족하고 그렇다. 이쯤되면 지혜로운 어른, 품 넓은 교사가 될 줄 알았지.

다른 학년보다 1학년은 처음 만나는 아이들을 알아가고, 관계를 맺는데 교사에게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교사도 1학년 담임으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고, 아이들도 1학년 어린이로, 학생으로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느라 애쓰는 3, 4월이었다.

1학년 어린이가 되며.

불과 몇 주 전까지 낮잠 시간이 있는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했다. 하루 생활 흐름이 달라졌다. 학교에는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이 뚜렷하다. (물론 처음 일 학년에게는 쉬는 시간을 많이 주고 있지만) 배우는 일도 많고 지켜야 할 약속도 많다.

둥글게 모여 앉기, 몸바로 앉기 연습이 일학년의 시작이다. 앉아 있으니 자꾸 엉덩이가 간지럽고 몸이 베베 꼬인다. 쉬는 시간에는 생각도 안 나던 쉬가 수업 시간만 되면 마렵다. 신기하게 쉬도 전염되는지 친구가 쉬가 마렵다고 하니 덩달아 여럿이 쉬가 마렵다고 한다. 다시 모두 모여 앉아 수업을 시작하려 하니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다. 옆에 앉은 친구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나서 꼭 말하고 싶어진다. 친구가 재미있는 말을 하면 까르르 웃다가 나도 재미난 생각이 나서 말하고 또 웃는다. 교실 바닥에 붙은 테이프가 왜 이리 재미있어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열심히 뜯게 된다. 몸을 바로 앉으려고 노력하는데 손이 꼼지락꼼지락 저절로 움직인다.

선생님이 말하는 중에 아는 낱말이 쏘옥 들린다. 내가 아는 건데, 나도 해 본 건데, 너무너무 말하고 싶다. 근데 선생님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듣고 손을 들고 말하기로 약속했다. 지키려고 노력해보다가 또 잊어버리고 생각나는 걸 말한다. 그렇게 다 같이 서로 말하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한다.

쉬는 시간은 길어도 짧고, 짧아도 짧다. 놀이의 세계에 깊이 빠져드는 게 어린이들의 큰 힘이 아닌가. 놀이가 시작되면 계속하고 싶은데 징이 친다. 한참 재미가 꽃피는데 멈추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

쉬는 시간과 배움의 시간을 구분하고, 약속에 맞추어 내 몸을 조절해 간다. 하고 싶고 보고싶은 일에 몸이 먼저 가더라도 참아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선생님의 말을 듣고, 손을 든 친구의 말을 먼저 귀담아 듣는다.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조금씩 알아간다. 약속한 일을 기억하고 지키려 노력하는 아이들이 고맙다.

서로의 모나고 불편한 부분은 부딪치고 만나면서 둥글게 서서히 변해갈 거라 믿는다. 조금씩 둥글어지고 단단해지는 아이들의 변화를 만난다. 간혹 마음이 성급해질 때면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내 기준대로 아이들을 맞추려고 하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아 맞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든 것이 처음이지. 하나씩 배우고, 서서히 익혀 가야지. 아이들의 속도로 더 넉넉하게 기다리고 지켜볼 줄 알아야지. 우리가 날마다 애쓰는 일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복하고, 연습하며 지켜가야 할 일이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일이다.

아침열기

-자목마을과 칠보산 둘레 산책

-걷기와 형태그리기

봄이 온 흔적을 찾으며 첫 산책을 했다. 냄새를 맡아보고 소리를 들어보고 고요히 둘레를 보며 산책을 했다. 겨울 모습으로 가지만 있던 나무들은 얼핏 보면 다 같은 나무로 보였다. 처음에는 창밖 운동장에 가지를 크게 뻗고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몰랐다. 이제는 산책을 나갈 때면 자연스럽게 살구나무 아래로 모이는 약속이 익숙해졌다. 새하얀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지고, 연두잎이 조금씩 자라고, 이제는 작은 살구 열매가 맺혔다. 이러한 변화를 아침 산책을 하며 아이들과 부지런히 보았다.

살구나무를 지나 학교 맞은편에 있는 큰 느티나무에서 꼭 멈추어 선다. 첫 산책길처럼 다 같이 고개를 힘껏 들어 느티나무를 바라본다. 느티나무의 잎이 점차 커지고 색이 짙어진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그늘이 되어준다.

이꽃 저꽃 봄에 피는 꽃들도 마음껏 본다. 자목마을 할머니들께서 모여 쉬고 계시는 집 앞을 지나면 다 같이 인사를 한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감나무 집에 있는 감나무에 감꼭지가 다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났다. 작은 밭에는 파꽃이 피었다. 산책 중에 새로이 보이는 꽃은 더 머물며 본다. 자작나무 선생님 작업장 전에 있는 문은 뒤에 오는 친구를 살펴서 열어둔다.

오늘은 자작나무 선생님을 뵐 수 있을까 기대를 한다. 자작나무 선생님께서 안 계신 날에는 “자작나무 선생님 어디 계세요?” 하고 꼭 물어본다. 텃밭에 가는 길에 자작나무 선생님 작업장 곁에 있는 다리를 건넌다. 짝손을 잡고 가다가도 흔들다리에서는 따로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선생님, 이리 와 봐요!”

산책을 나서면 꼭 여기저기 아이들이 부른다. 올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고 감탄한다. 절기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감탄하면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기쁨이다. 어른의 마음이 아닌 아이의 마음을 곁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아이들이 나누고 싶은 감탄과 놀라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처음에는 줄 서는 순서를 정했으나 이제는 순서를 꼭 두지 않고 있다. 서로 먼저 가려고 다투는 일이 잦았던 까닭에 오히려 순서를 없애버렸다. 먼저도, 나중도 없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짝과 함께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기. 이것만 약속하고 함께 걸었다. “야! 왜 새치기해!” “야! 내가 먼저 였거든!” “선생님! 00이가 새치기 해요.” 하고 다툴 때는 가만히 기다리거나 “저는 순서를 말하지 않았는데요? 설마 친구보다 먼저 가려고 다투는 어린이가 있는 거예요?” 하고 오히려 되물었다. 고맙게도 순서 때문에 다투는 일이 많이 줄었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친구보다 먼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껴가기를 바란다. 때론 명확하게 정해서 정리하고 질서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경계를 더 흐리고 모호해지는 상황에 더 뚜렷해지는 배움이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 배움이 지금 우리반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

형태그리기는 교사가 그날 그릴 형태의 상을 이야기로 먼저 들려준다. 다음에 형태를 몸으로 느끼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활동을 하며 움직인다. 곧게 선 왕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아이들도 왕이 되어 곧게 서고, 몸을 가능한 곧게 세워 다양하게 걸어본다. 몸 감각 활동을 충분히 한 다음에 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곧은 선을 그려본다. 공책에도 손가락으로 먼저 연습해본다. 마지막으로 납작 크레용을 받는다. 크레용은 아빠 손가락 엄마손가락이 얄쌍이를 잡고 형님 손가락이 넓적이를 잡아 돕는다. 연하게 천천히 곧은 선을 그려본다. 한 호흡에 그린다. 여러 번 덧그릴 수 있다.

형태그리기를 할수록 납작 크레용을 잡는 아이들 손이 조금씩 더 여물어지고 힘 조절을 잘못해서 한숨에 못 그리던 아이들도 조금씩 집중하여 한숨에 그려나가는 힘이 커지고 있음이 보인다.

1학기에는 수업시간에 납작 크레용과 둥근크레용을 주로 쓰기로 계획했다. 올해는 뾰족하고 섬세한 도구보다는 뭉툭하고 부드러운 도구를 먼저 사용한다. 이런 도구를 꾸준히 사용하며 소근육의 힘을 키울 수 있겠다.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보다는 흐릿하고 뭉툭한 그림을 많이 그리며 일학년 어린이들의 경계가 뚜렷한 마음도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워지는 데 보탬이 될 거라 믿는다.

전체아침열기와 자치모둠활동

4월 중순부터 월요일 전체 아침열기와 자치모둠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일학년은 윗학년들을 참 좋아한다. 다른 학년 교실에 놀러도 자주 가고 고학년들에게 같이 놀자고 매달리기도 잘 한다. 자치이끄미 선거 때에도 이토록 관심이 높고 열심히 참여하는 일학년은 처음 보는 듯 하다. 누군가 지나가면 정말 반갑게 인사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많고 금세 친해지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말을 잘 건다.

높은 학년들도 일학년 동생들을 이뻐하고 다정하게 대해준다. 동생들을 잘 챙기고 무척 잘 놀아주어서 고마움이 크다. 일학년 어린이들에게 꼭 말한다. “여러분도 윗학년들처럼 나중에 동생들 잘 챙기고 다정하게 대해 줄거지요?” “네!” 하고 자신있게 대답하는데 꼭 잘 기억하고 있다가 학년이 올라가면 얘기해줄 참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월요일 전체 아침열기를 할 때 일학년들은 가장 앞에 서서 긴장을 하는 편이었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가 모이는 시간을 즐겁게 여긴다. 선생님이 앞에서 말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고 기다린다. 질문이 있을 때도 손을 든다. 멀리서 보면 1학년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인다.

자치 모둠 활동을 할 때에도 각 모둠에서 다른 학년과 섞여 잘 지내는 편이다. 모둠에서 다른 학년과 친해지며 관계망을 넓히고, 두루 배우고 전체 여행을 통해 마음 폭이 넓어지고 성장할 거라 기대한다.

칠보산어린이되기
<열두 달 나무 아이>

1학기 자치 이끄미 선거 연습

방과 후 시간

몸 사랑 주간: 성교육

먹거리가 내게 오기까지 <대단한 밥>,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

빈그릇 운동, 식사예절

시 <밥> 낭송하기, 밥기도문 꾸며서 복도 게시판에 붙이기

빈그릇운동이 지구에 주는 영향

<똥똥 귀한 똥> <똥벼락>

똥 잘 누고 뒷마무리까지 잘 하기

휴지 아껴쓰기, 깨끗이 손 씻기, 손수건 쓰기

똥은 내 몸이 주는 건강 신호
일학년은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본을 배우고 천천히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칠보산 어린이 되기는 수업 시간 뿐 아니라 일상에서 배우고 나누며 우리학교의 철학과 문화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날마다 스스로 실천하도록 노력하며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로 성장해 간다. 하나를 배우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정성껏 할 수 있도록 약속을 정하고 연습을 하고 있다.

빗자루질, 걸레질, 걸레빨기와 널기, 사물함 정리, 신발장 정리, 책상 정리, 옷 정리, 똥누고 닦기, 물 내리고 확인하기, 손 씻기, 손수건 쓰기, 몸 깨끗하게 관리하기, 친구의 몸 소중하게 대하기, 빈그릇 운동 실천하기....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반복하여 연습하고, 교사도 일상에서 놓치지 않도록 애쓴다. 알려준 것들이 스며들고 아이들 안에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면 참 감사하다.

처음에는 어려운 음식을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이들 스스로 빈그릇 운동을 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 못 먹는 음식도 한번 시도해보고, 양을 조금씩 늘려보려고 노력한다. 어려운 음식은 좋아하는 반찬과 같이 먹으라고 친구들이 비법을 알려준다. 못 먹던 음식을 노력해서 먹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의 용기를 칭찬하는 뜻에서 다 같이 박수를 친다. 과일을 잘 먹지 못하던 아이가, 식판에 올려져 있기만 해도 눈물이 나던 과일을 하나 다 먹었을 때 다 같이 매우 칭찬을 했다. 아이들 스스로도 빈그릇 운동을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성공했을 때 뿌듯하게 느낀다.

말과글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연극놀이: 좋은 뜻만 골라서 세상에서 가장 긴 선생님 이름 지어주기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재주꾼 오형제>

내가 가진 재주는! 그림을 그려보고 자랑하기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똥벼락>

똥구멍 노래 만들기

<꼬부랑 할머니가> 노래 부르기, 노랫말에 맞추어 걸어보기

<아이스크림걸음> 그림책 함께 읽기, 다양한 걸음 걸어보기

<이파라파냐무냐무> <훌라훌라추추추> 말놀이, 말놀이로 짝과 짧은 장면만들어 발표하기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강목발 이야기> <똥 이야기>

홀소리 배우기
교사가 이야기꾼이 되어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을 입을 벌리고 이야기에 홀딱 빠져든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 마다 교사가 간단한 의상이나 소품을 들고 이야기 속 인물이 되기도 하고 떠돌이 이야기꾼이 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연극놀이 하듯 이야기를 이어가면 아이들도 이야기 속의 인물이 되어 역할놀이를 한다. 이야기의 배경을 칠판에 그려놓고 인형극 하듯 이야기를 들려줄 때도 있다.

말과글 수업 시간에는 교사의 표정과 입모양을 잘 보여주고 싶어서 입이 모이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한다. 똥이야기는 단연 인기가 많다.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아이들이 가장 잘 귀담아듣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직접 몸으로 움직이고 표현해보고, 말놀이를 하고 노래를 만들어 같이 불렀다. 짝과 같이 말놀이로 짧은 연극을 만들어 발표를 했다. 상상하고 표현하는 활동은 아이들 모두 적극적이다. 표현이 적극적인 만큼 흥도 많다. 아이들의 흥이 높아지면 몸을 덩실거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정도다. 흥부자들의 흥이 주체가 안 될 듯 하여 완전히 연극판을 벌리지는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과 아주 재미있는 연극놀이 수업을 해볼 수도 있겠다.

1학년은 한글을 제대로 만나고 배우는 시기이다. 아이들은 “저 한글 알아요.” 라고 말하는데 그리거나 따라하는 정도이다. 아이들이 글자를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김희동 선생님의 한글 연수를 듣고 도움을 많이 받아 한글 수업을 구성했다.

-아이들이 글자라는 세계를 만날 때의 감탄과 감동을 먼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세계로 들어오는 길목에 가슴 떨림이 있어야 한다.

-재미를 통과해서 더 넓은 세계로 가야 한다. 지루함을 넘어야 버텨내는 힘이 생긴다.

-아이들은 감각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활짝 열린다.

*김희동 선생님의 한글 강의 중에 기억에 남는 말들 일부

소리의 결을 느끼며 실제로 많이 경험하고 반복한다. 드디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하늘 왕이 세 가지 소리 씨앗을 선물했다. 하늘이 만들어지면서 하늘의 소리 . 땅이 만들어지면서 땅의 소리 ㅡ 사람이 만들어지면서 l 까지. 천천히 옛이야기와 연결하여 홀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글 공책에 납작 크레용으로 소리의 결을 느껴보며 홀소리를 써본다. 그림도 같이 덧붙여본다. 그림 그리듯 한글을 배우고 소리를 내어본다. 홀소리 ㅏ, ㅓ, ㅗ, ㅜ, ㅡ,ㅣ로 감정을 표현 해 본다. 홀소리가 들어가는 말들을 찾아본다.

앞으로는 홀소리가 잘 살아 있는 시와 말놀이를 많이 해 보고 닿소리도 함께 배우려고 한다. 우리말이 살아있는 고운 시를 모두 한마음 한목소리로 자주 암송을 할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부르고 세고 발견하며 수를 만난다.

하나를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하나는 무얼까 하나는 하늘이지 언제까지 하나

둘둘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둘둘은 무얼까 둘둘은 낮과 밤 낮과밤은 둘이지

셋셋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셋셋은 무얼까 셋은 모두 좋은 일들

넷넷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넷넷은 봄여름가을겨울

다섯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다섯은 무얼까 다섯다섯은 반짝이는 별

여섯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여섯은 무얼까 여섯여섯은 수정 눈꽃 벌집이야

일곱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일곱은 무얼까 일곱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빛깔 무지개

여덟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여덟은 무얼까 여덟은 짝 (박수 8번) 거미!

아홉을 부르지 개암나무 열어라

아홉은 무얼까 아홉은

한고개 두고개 세고개 네고개 다섯고개 여섯고개 일곱고개 여덟고개 아홉고개

말과글 한글 수업과 수 수업은 김희동선생님의 연수를 바탕을 구성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매 시간마다 찾아보고 발견하고 감탄하고 그려보고 노래부르며 3, 4월을 보냈다.

하나를 부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찾아보았다. ‘나, 하늘, 태양

달, 아기, 우리학교, 칠보산, 내 손에 쥐고 있는 돌, 내 손에 있는 꽃,, 내가 찾은 것을 그리며

하나를 배웠다. 무를 가로로 자르면 동그란 하나가 계속 나온다. 자른 무를 자세히 보고 그려

본다. 무 속에 하나가 있다. 동그라미도 하나이고 우리가 동그랗게 모여 앉으면 우리도 하나

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발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을 부르며 낮과 밤, 우리반의 쌍둥이, 위와 아래, 하늘과 땅, 오른쪽과 왼쪽, 너와 나를 배웠다. 둘을 품은 자연은 무엇이 있을까. 땅콩은 하나에서 둘로 쪼개어진다. 땅콩을 직접 쪼개고 맛보며 그려보았다. 하나가 나뉘어지면 둘이 된다.

셋을 부르며 셋인 것을 찾아 보았다. 세잎클로버, 꽃잎 세 개인 꽃. 직접 피망을 잘랐다. 두구두구 과연 몇이 나올까! 피망을 자르면 씨앗을 중심으로 똑같은 모양이 셋 나온다. 이렇게 자를 때 마다 아이들이 실제로 놀라고 “우와!” 하고 감탄한다. 피망도 직접 그려보고 맛본다.

넷을 부르며 자연에서 넷인 걸 찾아본다. 꽃잎이 네 개인 개나리가 둘레에 많이 피었다. 노란 크레용으로 개나리를 정성껏 그린다. 아이들은 개나리 뿐 아니라 또 다른 넷을 수시로 발견하여 보여준다. “선생님 넷을 찾았어요!” 하고

다섯은 무엇이 있을까? 망설임 없이 손가락 발가락을 찾는다. 오각형 별도 있다. 손가락을 대고 그려보고 양말을 벗고 발가락도 그리는 어린이가 있다. 팔다리를 넓게 벌리면 반짝이는 별을 만들 수 있다. 다섯글자로 내 마음 말하기 놀이도 해 본다. 한 손에 손가락을 구부리며 다섯글자를 맞추어 말해본다.

여섯은 수정, 눈꽃, 벌집 사진을 보여주었다. 곤충의 다리, 우리가 읽은 그림책의 제목, 아이들이 틈틈이 수를 찾아서 알려준다. 과일이나 채소에서도 여섯을 찾는다. 계속 되는 아이들의 발견이 수 수업이 일상에서도 이어지게 한다.

일곱을 부르며 일곱빛깔 무지개를 찾았다. 빨강, 노랑, 파랑 세가지 납작 크레용으로 일곱빛깔을 만들었다. 색이 서로 섞이면서 다른 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아이들이 또 감탄한다.

여덟을 부르며 거미줄과 거미를 그렸다. 학교 둘레에서 본 거미를 알려준다. 지금 찾지 않아도 아이들은 거미줄이 보이면 여덟을 떠올릴 것이다.

아홉을 부르며 아홉오라버니와 접동새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아홉오라버니가 넘는 아홉고개, 그리고 접동새가 된 누이가 아홉오라버니를 부르는 소리에 모두 아홉이 담겨 있다. 고개를 넘을 때 마다 아이들도 같이 한고개, 첫째오라버니 접동, 둘째오라버니 접동 하고 소리를 내어본다. 이야기속 아홉고개를 그려본다. 아이들이 그린 아홉고개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홉까지 모두 부르고 난 뒤에는 숫자가 없을 때 원시 부족은 어떻게 수를 세었을지를 상상해보았다. 교사가 우가 부족의 족장이 되어 어제 잡은 생선을 몰래 숨겨두었는데 사라졌다! 생선이 계속 사라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가부족 어린이들을 모두 모아 도움을 요청했다. 아이들은 생선을 세는 방법을 각자 찾아오기로 했다. 생선 위에 돌이나 나무 조각, 열매를 개수만큼 올려놓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럼 동시에 가져가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말했다. 한 아이는 잡은 생선 수 만큼 나뭇가지를 구부려서 가지고 있는 방법을 말했다. 그럼 생선이 몇 개 없어졌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모두의 방법이 다 좋다고 우가 부족의 족장은 기뻐했다.

텃밭살림
텃밭 산책

절기이야기 나누기, 절기 시 낭송

텃밭가방 꾸미기

두둑과 고랑 배우기, 만들기

감자 모종 심기

호미 그리기

패트병으로 물조리개 만들기

감자에 물주기, 잡초 뽑기

땅콩 심기
텃밭 나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텃밭은 아이들에게 놀이터 이자 보물 창고이다. 텃밭 가는 길에 만나는 어른들, 꽃, 나무, 곤충 모두가 아이들 발길을 머물게 한다. 유난히 사람에 관심이 많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이라 누구에게나 잘 다가가고 반갑게 인사한다. 텃밭에서 다른 학년이라도 만나면 너무나 기뻐하며 반긴다.

텃밭에서는 일을 얼른 끝내고 토끼에게 풀을 주고 닭을 관찰한다. 2층 침대에서 쉬거나 노는 시간도 좋아한다. 텃밭 곁에 있는 숲길을 지나 도깨비 놀이터로 가고 싶은 마음에 늘 “선생님 우리 도깨비 놀이터 가면 안돼요?” 하고 묻는다.

감자를 심기 위해 직접 두둑을 쌓고 고랑을 팠다. 큰 틀은 교사가 만들고 모양은 아이들이 냈다. 큰 삽이나 농기구를 쓰고 싶어 하는 마음에 텃밭에 있는 농기구를 찾아온다. 고랑파는 일이 끝났는데도 아쉬운지 텃밭 옆에 있는 흙을 열심히 파고 다시 덮는다. 하긴 올해 쉬는 시간에 삽을 들고 땅 파는 일을 놀이삼아 부지런히 한 아이들이 많다. 호미를 가지고 별놀이터에서 흙놀이도 열심히 했다. 아이들에게 농기구는 모래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놀이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농기구는 원래 농사일 하는데 쓰는 거라도 알려주기도 한다.

이제 감자를 심고 싹이 올라온다. 우리 밭에 물을 주는 걸로는 부족해서 다른 학년 밭에 물을 고루 준다. 그래도 이전보다 밭이 줄어서 텃밭에서는 노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학교에 가면 꼭 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어린이들의 원성을 가득 받아야 한다. 텃밭에서 보낸 시간은 쉬어도 수업 시간인가 보다. 이제 날이 더워지고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면 어린이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지겠지.

생활미술
꽃화분

꽃씨 심기

흙놀이하며 작품 만들기

꽃 그림 그리기
3, 4월 생활 미술 시간에는 봄을 마음껏 누렸다. 가장 변화가 큰 때인 만큼 날마다 나가도 새롭고, 놓치기 아까운 풍경들이 많다. 산책하며 봄꽃을 그리고, 재활용 화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칠해서 꾸몄다. 화원에 가서 꽃 모종을 사서 화분에 심고 학교 꽃밭을 꾸몄다. 별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하며 물과 흙으로 공을 만들었다. 떨어진 목련잎을 실컷 주워서 흙과 꽃잎과, 나무로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꽃도감 그림책을 보여주었더니 꽃도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리 둘레에 피는 꽃들을 부지런히 그려서 나중에 꽃그림을 모아 자기 꽃도감을 완성해볼 계획이다. 그림은 빨, 노, 초, 파 네가지 둥근 크레용으로만 그리고 있는데 적은 색으로도 아이들이 빛깔을 표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학교밖학교
칠보산의 황금수탉 전설과 마을 옛 이름

옛이야기 들으며 칠보산 오르기

용화사의 미륵불과 자목마을 장사 – 용화사

1, 2학년 생태교실 – 자목마을에 핀 꽃 다섯 가지 찾기, 꽃 그림 그리기

버스타고 나들이

-서호공원

-상상캠퍼스
학교밖학교 시간에는 칠보산과 우리둘레에 얽힌 옛이야기를 듣고 관련된 장소를 찾아간다. 또 꾸준히 산을 오르고 걸으며 체력을 키운다. 처음 칠보산에 오를 때보다 두 번째 칠보산에 오를 때 아이들이 덜 힘들어 했다. 칠보산을 오르며 아이들의 체력을 살필 수 있었다. 뒤에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끌어주는 아이도 있다. 먼저 온 어린이들은 가장 마지막에 오는 친구에게 힘내라고 박수를 치고 도착했을 때 환호해 준다.

도시락을 싸서 꽃나들이를 가는 계획을 말 했을 때 아이들은 도시락이라는 말에 춤이라도 출듯했다. 벌써 머릿속에 도시락과 간식까지 모두 차려져 있다. 바깥나들이를 나가는 금요일 아침, 만나자마자 아이들이 “언제가요?” 하고 묻는다.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도 있다. 들뜬 아이들을 모아 인사를 나누고 가방을 모두 가지고 오게 한다. 가방에 있는 준비물을 모두 꺼내어 놓고 하나씩 점검하며 스스로 챙겨 넣는다. 전날 그림으로 기억하는 알림장을 머릿속에 썼는데 준비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가방에서 꺼내고 챙겨보는 아이들 손길을 보니 부모님이 모두 챙겨주신 게 아니구나 싶다.

버스 탈 때 안전 약속을 하고 드디어 가방을 메고 길을 떠난다. 처음 버스를 타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까지 걸어간다. 조금만 더 서두르면 버스를 탈 수 있을 텐데 아이들 걸음이 더욱 느리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기다린다. 며칠 전부터 교통카드를 주문했다고 설레여하던 아이들이 교통카드를 목에 건 모습이. 꽤나 상기되어 보인다. 교통카드를 가지고 버스를 타는 일이 무척 설레나보다.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정류장 안내화면을 계속 본다. 화면에 바뀌는 글 하나하나로도 이야기가 다양하다. 버스가 곧 도착한다는 안내에 환호를 한다. 그리고 멀리서 버스가 보이자 어쩜 이리도 기뻐하는지! 가방을 메고 미리 줄을 선다.

바깥에 나가서는 더 평화롭게 지내기, 다투지 않기를 약속한다. 바깥나들이를 갔던 두 번 모두 아이들이 학교에서보다 다툼이 적었다.

버스를 타고 내리면서 교통카드를 찍고 기사님께 인사하고 짝과 자리에 안전하게 앉는다. 우리가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내릴 때가 언제인지 서로 챙긴다. 우리의 도착지를 알리는 방송이 들리면 서로 “이제 내려야 해!” 하고 알려준다. 내릴 때도 차가 완전히 멈춘 후에 교통카드를 찍고 조심히 내린다. 내린 후에는 약속한 대로 얼른 줄을 선다. 텃밭에 가거나 학교 둘레를 산책할 때는 순서가 없지만 바깥나들이에는 안전 때문에 순서대로 짝줄을 서는 약속을 강조한다. 내려서도 서로 짝을 챙기고 열 한명이 모두 맞는지 수를 세어본다. 아이들이 서로를 살피고 챙길 수 있도록 일부러 더 강조하고 약속한다.

밥을 먹을 때에도 돗자리를 스스로 펴고 밥먹을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는 일을 기쁘게 여긴다. 밥을 모두 먹고 난 뒤에는 스스로 자리를 정리하고 떨어진 음식물이나 쓰레기가 없는지 살펴 청소를 한다. 이렇게 연습한 일들은 여행에 가서도 이어질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스스로 어디에 가는지 알고 아이들끼리의 힘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학교밖으로 나가면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힘이 더욱 발휘된다. 일학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경험과 도전이 아이들을 스스로 서게 하는 바탕이 된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 아이들끼리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간다.

* 함께 한 날 : 수요일 3교시 (40분)

작은 의식으로 열고 닫는 어울림 시간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가운데 예쁜 보자기를 펴고 초를 켠다. 작은 주머니에서 한 명씩 돌을 꺼내 보자기에 놓는다. 우리가 서로 다른 것 같이 어린이들이 하나 씩 꺼내 놓은 돌도 다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내가 우리가 되기 위해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을 '어울림'으로 소개한다.

‘서로를 바라봅니다.

‘귀담아 듣습니다. 먼저 듣고 말합니다.

‘바르고 고운 말을 합니다.

‘따뜻한 심장을 지닌 기린 말과 행동을 배우면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반짝이는 불빛에 어린이들이 집중한다. <다다 다른별학교>그림책을 들려주며 어울림 첫 시간을 마무리한다. 언제나 인기 많은 이야기다. 어울림 시간은 그림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놀이도 하지만 이렇게 작은 의식처럼 열고 닫으려 한다.

귀담아 듣고 말하기를 돕는 토킹피스

세상을 훨훨 날던 어린이들이 이 공간에 왔다고 바로 발을 딛지는 않는다.

“ 올 해 1학년은 동그랗게 둘러앉는 일을 두 번째 시간 만에 해냈어요. ” 선생의 감탄을 바로 잡아 주듯 둘러앉기만 했지. 손장난을 하는 어린이, 머릿속은 다른 세상에서 둥둥 떠다니는 어린이, 옆 친구와 서로 밀치며 자신의 공간을 주장하는 어린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는다고 토라지는 어린이. 여러분도 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선생도 호소해야 할 상황이다.

‘이렇게 둘러앉는 까닭은요. 옛날에 인디언들이 서로의 지혜를 청하기 위해, 서로를 잘 바라보기 위해 이렇게 둥그렇게 앉았어요. 그리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지팡이를 쥔 사람이 먼저 말했어요.’

<토킹피스>를 소개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나무가 어린이 손에도 꼭 맞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차례로 말해 보았다. <토킹피스>를 손에 쥔 사람만 이야기 하고 다른 사람은 귀담아 듣는다. 불쑥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도 손에 <토킹피스>를 쥐어야 말 할 수 있다. 이렇게 차례로 말하고 귀담아 듣는 연습을 한다.

‘무엇이 무엇이 짝이 될까?’생각하고 말해본다. 노랫말처럼 실내화, 젓가락, 눈, 귀, 손뼉, 발자국... 손치기 발치기 노래를 부르며 놀고 큰 종이에 함께 손을 그린다. 큰 종이라 해도 11명의 어린이가 그리기엔 비좁다. 자연스럽게

“너하고 나 할게.” “빨강 색연필 좀 줄래.” “나는 다 그렸어. 이제 너 해.” 말하는 법을 배운다. 알록달록 크기도 다른 손바닥들이 가득 찼다. 신나면 손뼉 치 듯. 우리의 하루도 이렇게 함께 배려하는 말로 먼저 가득 채웠으면 한다.

가만히 본다, 질문한다, 생각한다, 기린말로 표현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콩닥 콩닥 콩닥 콩닥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가만히

가만히

조용히

조용히

알 수 있는 것

수업을 열 때 고민을 많이 한다. 주제를 알 수 있는 그림책을 준비하기도 하고, 짧은 이야기와 시를 들려주기도 한다. 시를 다 외기도 전에 꾀 많은 친구가 “마음이죠?” 답을 말한다.

내 마음을 말로 목소리로 표정과 웃음으로 전하고 알아채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그냥 눈물만 주룩 흐르고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거친 말과 행동으로 표현 되는 것이 더 익숙할 때도 있다.

‘몸으로 말해요’ 퀴즈로 흥겹게 놀며,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껴본다. 마음 신호등으로 내 마음을 알아채는 것이 우선임을 이야기 나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기린

비폭력대화에서는 큰 심장을 가진, 키가 커서 높고 넓은 시야를 가진 기린을 상징으로 한다. 관찰대신 평가로, 느낌이 나타내는 욕구에 대한 깨달음 없이 습관대로 하는 동물을 자칼로 상징한다. 솔직한 느낌과 공감하는 듣기를 기린말과 행동이라 말하고 반대는 자칼말과 행동이라 한다. 손가락 인형으로 기린과 자칼의 상징을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 주일동안 우리 교실에서 서로 기린말과 기린행동을 찾아 모으기로 하고 공책을 만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채워질지 솔직히 궁금하다. 어린이들 덕에 선생에게도 아직 먼 비폭력대화를 매일 생각하고 스며들어 살기를 애쓴다. 여전히 습관대로 말하고 행동하지만...

음악 -그루터기 선생님
2 28 <누구일까>
3 7 <축복송>
14 <머리어깨무릎발> / 고무줄 놀이 ‘월화수목금토일’
21 <퐁당퐁당> / 손뼉치기 배우기
28 <감자꽃을 보려면> / 손뼉치기 배우기
4 4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3학년과 함께 놀기
11 <바람이 머무는 그 곳>
18 <다 봄님이에요><앞으로>
25 <앞으로><아침 햇살> / 고무줄 놀이 8박 배우기
“들길을 걷다보면~ … 누구일까~ 누구일까~”

우리학교에 들어오면 편입학식 때 가장 먼저 듣는 노래는 ‘누구일까’이다. 새로 들어온 동생 또는 친구에 대한 관심과 궁금함을 표현하는 노래이다. 1학년 첫 수업은 이 기억을 더듬으며 ‘누구일까’ 노래로 시작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 좋다. 우렁차거나 강렬하진 않지만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을 때 굉장히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 낸다. 가녀림과 흥겨움이 어울려 듣는 교사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그 집중시간이 짧은 편이라 다양한 곡을 부르며 환기하거나 여러 활동을 섞는다. 아이들의 집중시간이 짧은 것도 있겠으나 오전수업과 점심시간을 보낸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3,4월 1학년 음악은 학교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와 손뼉치기, 고무줄 놀이처럼 몸을 움직이며 부르는 노래를 익히고 있다. 박자에 맞춰 손이나 몸을 움직인다는 게 어른에게도 쉽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따라와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다.

4월 11일에는 ‘바람이 머무는 그곳’ 노래를 들었다. 동요의 특징을 가진 세월호 추모곡이다. 대략적인 사고 경위를 알려주고 가사를 함께 읽었다. 귀를 기울여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를 조용하게 듣는 시간을 보냈다. 사고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1학년이 된 해이다. 아픈 마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했었는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감동했다.

음악에는 문화를 누리고 즐길 줄 아는 힘이 깃들어 있다. 앞으로도 함께 노래를 부르고 몸을 움직이며 즐거운 시간으로 잘 꾸려야겠다.

공동체 놀이

-소나기 선생님

11명이 모두 함께 한 수업이 몇 번이나 될까? 코로나로 인해 격리가 되고, 우려와 걱정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으니, 적을 때는 3명까지 줄어들었다. 모두 함께 어울려서 뛰어놀 수 있는 수업인데, 기대했던 아이들도 준비한 교사도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그날그날 인원수에 맞는 놀이로 대체하고 별터와 칠보산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즐겁게 놀았던 놀이는 대부분 두 차례 진행을 한다. 못했던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의 아쉬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많은 놀이를 하는 것보다 더불어 함께 즐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이끌었다.

#1학년 친구들 꽃이 피었습니다.

11명의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저마다 고유한 색과 개성을 지닌 열한 송이의 꽃, 그 꽃들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스스로 표현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변형해서 <1학년 친구들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다. 나의 꽃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표현해 낸다. 그 다음으로 친구들의 꽃의 이름과 모습을 기억하고 따라한다. 헷갈리거나 비슷할 때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술래를 돌아가면서 즐겁게 놀이에 참여한다.

#개미핥기를 막아라

1학년 아이들이 힘을 모으고 단합할 수 있는 놀이를 준비 한다. 그 중에 가장 먼저 했던 놀이는 <개미핥기>이다. 몇가지 규칙만 지키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이고, 서로 단합해야지 할 수 있는 놀이다. 놀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작전을 짜고 1학년 개미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때론 순서를 기다리는 게 힘든 친구도 있다. 돌아가면서 개미핥기의 역할을 하는데, 그 순서가 너무 늦어서 심술이 난 친구도 있다. 개미핥기 놀이를 변형한 <벌집을 지켜라>라는 놀이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의 상상과 놀이를 만들어 내는 힘은 그 끝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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