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 4월 1학년 행복한 상어반 돌아보기

작성자
길섶
작성일
2019-05-13 01:07
조회
196
1학년 교사로의 첫 발

1학년 교사로서 3, 4월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중학년, 고학년, 청소년 아이들과는 많이 만나봤지만 8세 아이들과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긴장과 부담이 많았다. 물론 과목으로써 수나 공동체를 맡아보긴 했지만 1학년 아이들과 삶을 온전히 같이 한다는 건 정말 큰 도전이었다. 앞으로 약 12년 간 학교라는 사회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학교는 재밌는 곳이라고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그냥 학교가 아닌 즐겁고 오고 싶은 학교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지난 두 달을 돌아보며 교육의 방향성을 배우고자 오랜만에 교육심리가들의 책을 꺼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1학년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론으로 지식을 익혔을 땐 그렇게 따분하기만 했던 것들이 이제는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다가온 변화가 피아제나 비고츠키의 이론들과 교차해서 떠올랐다. 어느 철학자가 ‘경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했었는데 이론과 경험이 만났을 때 진정한 지식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을 준 자유학교와 1학년 아이들에게 고맙다.

 

칠보산어린이되기

발달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입학식을 한 아이들은 백지이다. 백지에 조금씩 칠보산자유학교를 채워간다. 가장 기본적인 인사하기부터 청소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배워간다. 학교의 문화를 익혀가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보다 주변의 모습을 보고 익혀간다. 아이들에게 말로 열 번하는 것 보다 교사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빨랐다. 특히 선배들의 역할이 컸다. 쉬는 시간마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워간다. 학교 밖이 궁금해 발을 내딛다가도 주변의 선배들이 “거긴 학교 밖이야. 위험해서 안 돼~”라고 일러주면 학교 밖은 위험하다고 깨닫는다.

우리 반은 쉬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나갈 땐 빠르나 돌아올 땐 느리다. 징이 치면 교실로 모여야 하는데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3월 초에는 안 들어오고 계속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어보면 징소리가 안 들렸다고 말을 한다. 5월인 지금은 징소리가 안 들려도 아이들이 들어온다. 어떻게 들어왔냐고 묻자 선배들이 갑자기 교실로 뛰어갔다고 한다. 징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주변의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아이들은 ‘눈치’라는 단어를 몸으로 익힌 것이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젓갈을 얻어먹는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눈치라는 암묵적 지식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스스로 익혀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선배들과의 학교생활에서 자연스레 익히고 있다.

이외에도 선배들 청소를 보고 비질 배우기, 점심시간에 배식받는 법 배우기, 놀이에서 규칙 만들기 등 여러 가지 배움이 있다.

 

언어가 사고에, 사고가 언어에 영향을 주며 서로의 발전을 촉진시킨다.

아이들의 언어는 사회적이고 외부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내면화가 되어간다. 따뜻한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학교에 들어올 나이가 되면 주변에서 들리는 언어가 유치원과 다르다. 사고가 확장하면서 어른들의 말, 가족들의 말, TV 속의 말들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게 된다.

3, 4월간 아이들에게 강조한 문화는 기린말하기와 친구의 말 잘 들어주기이다.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중심적 언어가 강하여 친구의 마음을 읽기 어려워한다. 친구가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면 바로 교사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소한 다툼이 말 때문에 만들어진다. 3월 한 달간은 매우 사소한 말다툼도 쉽게 넘기지 않고 비폭력대화의 방법(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깊게 들어갔다. 다툼이 생기면 먼저 스스로 했던 행동과 말들을 되돌아보고 서로에게 느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해 보았다. 그리고는 기린말로 친구에게 자신의 원하는 바를 말해보는 연습을 했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라는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사납게 대해도 기린말로 상대방을 대하면 결국 친구가 되는 것을 배웠다. 말만 따뜻하게 해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감정이 움직인다. 우리 반은 말에 대하여 몇 가지의 약속을 정했다.
  1. 기린말 하기.

  2.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3. 서로 허락한 장난을 치다가도 친구가 멈춰 달라하면 멈추기.

  4. 상대방이 속상한 말은 하지 않기.

  5. 사과할 때는 진심으로 사과하기.

  6. 진심으로 사과를 받아주기.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칠보산자유학교의 5, 6학년 아이들은 말이 착하고 심성이 순하다. 나는 이것이 저학년 때부터 연습해온 비폭력대화 덕분이라 생각한다. 1학년 때부터 쓰던 언어가 사고를 만들고 만들어진 사고가 아이들에게 내면화되어 고학년까지의 습관을 만들었다고 본다. 고운 말 연습은 3, 4월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다.

 

발달은 신체적 성숙과 함께 물리적 환경, 사회적 환경, 평형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 배고픔을 못 참는 아이들

아침열기와 1교시가 끝나면 아이들은 하소연을 한다. “선생님 배고파요~” 이 하소연은 입학부터 3월까지 계속됐는데 어린이집에서는 간식을 먹었지만 학교에는 간식시간이 없어서다. 배가 고픈 것과 배가 아픈 것을 구분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고 쉬고 싶다며 누워있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게도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참거나 물을 마시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대신 다른 학년들에게 양해를 구해 점심은 1학년들이 먼저 배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배고파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안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적당히 뛰거나, 아침을 많이 먹거나, 참아서 점심을 맛있게 먹거나를 택했다. 아이들의 신체도 적응을 한 건지 4월에는 배고프다는 하소연이 없었고 3월보다 더욱 많이 뛰어놀았다.

쉬는 시간에 누군가 한 말이 기억이 난다.

“이제는 배 안 고파? 이렇게 뛰어다니면 배고플 텐데”

“선생님~ 지금 이렇게 놀아야 점심이 꿀맛이에요.”

 

 

아침열기

월요일은 전체 아침열기를 마치고 미술시간 한 차시를 내어 서로 알아가기 시간을 가졌다. 주말에 서로 지냈던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놀이, 물건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눴다. 이름을 외우기 위해 아이엠그라운드 이름 말하기 놀이도 하며 친해지는 활동에 중점을 두었다.

화요일에는 책을 읽어주고 있다. 3월에는 학교생활에 필요한 그림책을 읽었고 4월에는 옛이야기를 한 권 보았다. <날 좀 도와줘, 무지개 물고기> <내 귀는 짝짝이>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삼신할매 이야기> 등을 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인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한 번씩 봤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정한 이유는 야채가 많은 학교의 급식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서이다. 책을 읽고 독후활동으로 아이들이 싫어하는 야채를 칠판에 모두 쓰고 이름을 맛있게 바꿔보기로 했다. 파프리카는 아프리카, 고구마는 달달이, 버섯은 우산뽕우산뽕, 오이는 오이오이뽕뽕 등 여러 가지가 나왔다. 아직까지 급식에 야채가 있으면 아이들은 소리친다.

“오늘 우산뽕우산뽕이 나왔어요.” “오렌지뽕가지뽕이 최고야!”

4월에는 두 번 고양이 책읽기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고양이 책읽기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니며 말없이 책을 읽는 시간이다.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읽었다. 책을 정해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읽었다. 이 활동은 <초등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에서 참고했다.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습관은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림책 2권 정도는 말없이 잘 보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을 주로 했다. 학교 주변을 돌며 자연을 맘껏 감상하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깨비놀이터에서 놀기도 하며 아침을 열었다. 텃밭에서 감자 싹이 나오는 4월 말부터는 산책을 하며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돌을 주웠다.

 

 

말과글

가장 기본적인 공책은 무엇인지, 연필은 어떻게 잡는지부터 시작을 했다. 두 달을 해도 아직 연필 잡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연필 잡는 연습은 계속해야겠다.

칠보산은 우리 학교의 이름이며 학교의 삶과 연결되어있다. 아이들에게 칠보산의 이름, 칠보산의 일곱 가지 보물, 자목마을의 유래 등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매우 흥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의 이미 알고 있었다. 등산을 100번이나 해봤다고 자랑하는 아이가 있었다. 교사보다 칠보산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칠보산을 더 배울 예정이다.

몸사랑 주간에는 몸검사에 필요한 단위들을 배우고 성교육을 했다. 성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우리의 몸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림책 3권을 통해 몸에 대해 배우고, 소중한 우리의 몸을 아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눴다.
<우리 몸의 구멍>은 수업 열기에 활용한 그림책으로 몸의 구멍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몸의 구멍을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몸에 대해 얘기하게 되고 신체기관에서 구멍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나의 과학 몸>은 구멍 이야기에서 더 확장되어 실제 나의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지금 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은 당연하게 존재하는 피부, 눈, 생식기 등이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몸을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똑같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내 몸도 소중하지만 내 친구들의 몸도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마무리로 친구들과 놀 때 서로의 몸을 소중히 다루어주자는 약속의 시간을 가졌다.

<몸 잘 자라는 법>은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이 길어 1학년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들만 뽑아서 다뤘다. 손발 씻기, 이 닦기, 세수하기, 머리 감기, 밥 잘 먹기 등을 같이 보며 습관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에 대해 나누었다. 생각보다 책에 자세한 정보들이 담겨있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점들도 책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시 수업’ 이원수 선생님의 시 <햇볕>을 읽고 노래를 불렀다. - 하루이야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집은 선배들이 쓴 <영원한 친구>다. 재밌는 시는 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두 차시는 시를 나누고 세 번째 차시에서 시 쓰기 시간을 가졌다. 교실에 있는 사과모양의 연필깎이로 한 줄씩 시를 만들어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로 시를 적어봤다. 시를 처음 쓰기에 어려워했지만 나름대로 재미나고 예쁜 시들이 적어냈다. 한글을 모르는 친구들은 교사가 글자를 알려주거나 말을 글로 써주었다. 마지막에는 자기가 쓴 시를 낭송하며 마침을 지었다.

‘홀소리 익히기’ 한글을 아는 아이들이 7명, 읽기만 하는 아이는 1명, 모르는 아이는 4명이 있다. 수업은 한글을 모른다는 전제하에 기초부터 들어갔다. <위대한 문자, 한글>이라는 그림책으로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드신 이유와 홀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배웠다. 홀소리는 ㅏ ㅓ ㅗ ㅜ // ㅑ ㅕ ㅛ ㅠ // ㅡ ㅣ 순으로 익혔다. 운동장이나 계곡에서 홀소리 모양을 찾아보기도 하고 홀소리 모양이 들어간 그림을 그려봄으로 홀소리에 익숙해졌다. 짝을 지어 몸으로 만드는 활동도 아이들이 재밌게 참여했다. 쓰기 연습은 <1학년 첫 배움책>에서 내용을 복사해 사용했다. 천천히 쓰더라도 바르고 정확하게 쓰는 연습을 했다.

 

 



고학년일수록 수에 어려움을 갖는 친구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만들지 않게 해줄까 교사들은 항상 고민하지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1학년부터 차근차근 수와 친해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본다. 물론 계산식이 시작되면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한다.

수에 대한 교수법으로 상황극을 만들어 놀거나, 배운 이론을 게임으로 만들어 즐겼다. 학교 밖에서는 산책을 하며 배운 이론을 눈으로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숫자와 수세기>

이번 1학년 아이들은 0에서 9까지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100까지 1000까지 아는 친구들도 있다. 수 쓰기를 해보니 모두들 잘 쓴다. 그래서 숫자를 배우기보다 수 자체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했다.

첫 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친구들이 맞추고 왜 좋아하는지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숫자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점을 알기 위함이었다. 다음에는 숫자가 세상에서 만들어진 이유를 이야기 형식으로 만들어 들려주었고 수 세기의 여러 단위(한 알, 한 포기, 한 뿌리, 한 송이, 한 그루)들을 퀴즈 형식으로 배웠다. 차례수를 배울 때는 상황극을 만들어 가족놀이를 했다. 학교 밖에서는 숫자 찾기 놀이도 하고 식물들을 직접 만지며 단위들을 말로 해봤다.

 

<가르기와 모으기>

‘바둑알 놀이’, ‘쌓기 나무 놀이’로 가르기와 모으기 수업을 했다. ‘바둑알 놀이’는 양손에 10개의 바둑알을 쥐고 자기가 워하는 대로 나누어 서로가 맞추는 놀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며 자연스레 두 수의 합이 10이 됨을 익힌다. 처음에는 한쪽 손에 3개가 있으면 반대쪽에는 몇 개가 있을까?를 고민하며 대답했지만 점차 고민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쌓기 나무 놀이’는 짝별로 10개나 12개의 나무를 나누어 주고 모둠을 만들라고 하는 놀이다. 10개의 나무를 2모둠으로 나누는 것은 쉬웠으나 5개의 모둠으로 나누라고 할 때는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특히 12개의 나무를 4개의 모둠으로 만드는 순간에는 짝이랑 상의해 가며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몇 번해보고 요령이 생기자 모둠 만드는 속도도 빨라지고 가르기에 대한 정의도 만들어졌다.

 

<1큰 수, 1작은 수 알기. 덧셈과 뺄셈의 기초>

‘카드놀이’ 각자 0에서 9까지의 카드를 가지고 짝의 카드와 자기의 카드를 합하여 뒤집는다. 처음에 2개의 카드를 열어 바닥에 깔고 짝끼리 돌아가며 카드를 연다. 열린 카드와 바닥에 있는 카드가 서로 1큰 수이거나 1작은 수이면 가져간다. 마지막까지 카드가 사라졌을 때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숫자놀이다. 아이들이 직접 0에서 9까지의 카드를 만들고 놀이를 해봤다. 처음에는 많이 헷갈려 규칙 없이 진행되었지만 점점 규칙도 익히고 재미도 붙여갔다. 이 놀이는 약간 어렵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지금 1학년 아이들의 높은 수준을 고려해 진행한 놀이다.

 

 

생활미술

교실 꾸미기로 생활미술을 시작했다. 우리 반의 이름을 행복한 상어반으로 정하고 반 간판을 만들었다. 반의 대표 간판은 아이들이 투표로 결정해 두 개를 뽑아 교실문 옆에 붙였다. 시간표도 만들었다. 단순히 만드는데 목적을 두기보다 시간표를 만들면서 학교 수업에는 무엇이 있고 이 수업에는 무엇을 하는지 아이들과 나누었다.

입학식 선물로 받은 텃밭 가방에 그림을 그리고 다림질을 했다. 초록샘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염색용 색연필과 물감으로 자기만의 가방을 그렸다. 아이들이 직접 다림질까지 해 가방을 완성했다. 스스로 만든 가방인 만큼 소중히 다루기를 바라본다.

만다라를 예쁘게 색칠하고 종이를 덧대어 생일편지를 만들었다. 생일편지는 우리학교의 작지만 소중한 문화다. 1학년은 1, 2학년과 선생님들의 생일편지를 쓴다. 아직은 한글이 익숙지 않아 ‘생일 축하해요’ 정도의 말만 쓰지만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꾸미는 모습이 기특하다.

<작은 배의 여행>은 선 그림책으로 슈타이너 교육에서 활용되는 책이다.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상황을 알고 섬세함을 연습해보는 시간이었다. 직선부터 곡선, 물결까지 다양하게 선을 그려보고 그곳에 그림을 더했다.

학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봄꽃으로 매화, 살구, 진달래를 그리고 텃밭 가면 매일 볼 수 있는 닭과 까치를 그렸다. 그림에는 방법이 없다. 눈에 보이는 데로, 자기가 상상하는 데로 그려보았다. 색연필, 물감을 활용했다.

 

 

텃밭살림

첫 시간에는 학교의 텃밭을 거닐며 텃밭에 적응을 하고 농기구에는 무엇이 있는지 학교의 창고를 열어 살펴보았다. 처음 보는 농기구에 호기심이 발동한 아이들은 써보고 싶다며 맨땅에 쟁기질을 하기도 했다.

<밭에서 자랐어> 그림책을 읽으며 밭에서 나올 수 있는 채소들을 알아보고 감자를 심기 전 텃밭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었다.

<비는 어디서 왔을까?>는 비가 내려 텃밭을 못하는 날에 아이들과 나눈 책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어디서 왔는지 또 이 비는 다시 어디로 가는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드디어 감자를 심는 날. 아이들은 의욕 100%다. 입학식 선물로 받은 호미를 챙기고 텃밭으로 향했다. 감자를 심기 위해 땅을 파는 깊이, 너비를 알려주고 구역을 나누어 감자를 심었다. 의욕만큼이나 아이들은 일을 잘했다. 정말 열심히 감자를 심었다.

아이들과 감자 밭 옆에 조그만 밭을 만들고 잎채소 씨앗을 뿌렸다. 모둠을 3명씩 4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씨앗을 정했다. 적상추, 상추, 시금치, 부추를 심었는데 시금치, 부추가 나지 않아 걱정이다. 아무래도 씨앗이 오래되거나 잘못된 것 같다. 다른 곳에 있는 상추를 옮겨 심거나 모종을 심을지 고민 중이다.

감자 싹이 나면서 잡초 뽑는 일을 시작했다.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난다. 아이들은 잡초를 열심히 뽑아 닭에게 주었다. 잡초를 열심히 뽑는 이유가 감자를 위한 것도 있지만, 닭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커 보였다.

 

 

학교밖학교

금요일은 학교 밖에서 배움을 익힌다. 1학년 아이들은 먼저 우리가 사는 마을을 살펴보았다. 자목마을을 둘러보며 자목마을에는 무엇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자목마을을 지키는 300년 된 보호수도 구경하고 도깨비놀이터에 가서 도깨비가 나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쉽게도 도깨비 이야기를 믿는 아이들이 없었다.

‘생태교실 1’ 초록샘선생님과 같이 생태교실을 시작했다. 1, 2학년이 짝을 만들어 같이 했다. 학교 주변의 나무를 배우고 칠보산 아래의 조그만 동산을 걸으며 산개구리 알도 찾았다. 모둠을 만들어 길 찾기 미션을 했는데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했다. 길 찾기 미션 이후에는 텃밭 근처에서 냉이를 캐어 수산나 선생님께 드렸다.

‘1, 3학년 황구지천 나들이’ 2학년과 같이 생태교실을 해보니 학년통합수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태수업을 한 이후에 서로의 이름도 알고 이전보다 교류도 활발했다. 3학년 선생님들과 황구지천 나들이를 계획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1, 3학년이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다음 주 체육대회에 모둠별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마침 버스를 탈 연습을 하기에도 좋았다. 3학년의 도움으로 버스에 타 교통카드를 찍고 황구지천을 걸으며 나들이를 했다. 황구지천에 숨은 물오리와 왜가리를 찾고 간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생태교실2’ 칠보산의 봄에는 먹을 것이 많다. 2학년과 모둠을 만들어 쑥과 냉이로 음식을 했다. 한 모둠은 냉이와 쑥으로 튀김을 만들고 다른 모둠은 부침개를 만들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텃밭 근처와 도깨비놀이터 주변의 숲에서 찾았다. 확실히 2학년들은 경험이 많아 속도가 빨랐다. 정말 순식간에 냉이와 쑥을 찾아 캤다. 먹을 만큼 캔 쑥과 냉이로 요리를 시작했다. 주로 2학년들이 요리를 담당했다. 1학년들은 도우미를 했다. 이유는 위험해서다. 교사가 보기에는 둘 다 걱정이 됐지만 후배가 있으니 더욱 침착하고 진지하게 움직였다. 안전하게 요리를 마치고 다 같이 둘러앉아 전과 튀김을 나눠먹었다. 기름 맛이 강했지만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아이들은 튀기고 부치면 무엇이든 좋아한다. 남은 음식은 점심시간에 다른 학년에게 나누어주었다.

‘숲 속 탐험’ 원래 계획은 수변공원에서 꽃을 보며 시 쓰기였지만 비가 조금씩 내리고 날이 흐렸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해 숲 속 탐험을 했다. 자목마을 보호수 뒷길을 따라 쭉 논길을 지나면 숲이 두 개 나온다. 그 숲 속을 헤쳐서 나오면 성공이다. 아이들은 대탈출이라며 tv 예능을 지금 한다고 좋아했다. 무섭지도 않은지 계속 숲 속을 살피며 길을 찾아 빨리 가자고 소리쳤다. 살짝 겁을 느껴 교사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나 전혀 그런 모습은 보지 못 했다. 다시 한번 우리 반 아이들의 씩씩함을 알 수 있었다.

 

 

마치며

시간을 돌아보니 예상했던 날보다 예상을 하지 못하고 보내는 날들이 더 많았다. 날씨, 배고픔, 벌레, 화장실 등 모든 변수가 존재했다. 준비했던 교육계획들이 조금씩 벗어나면서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도 1학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에...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냈다. 앞으로 남은 8개월이 더욱 기대된다.
전체 4

  • 2019-05-14 14:52
    즐겁고 오고 싶은 학교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3,4월이 지났지만 벌써 아이들은 느끼고 있는 듯 싶습니다. 선생님의 꼼꼼한 기록으로 아이들이 한뼘씩 차근차근 커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남은 8개월이 저도 기대가 되네요^^!! 서연이는 계속~ "엄마 놀다올께"를 외치겠죠? 씩씩하게 세밤이나 자고 온다며 동생에게 자랑한 서연이~ 1학년 아이들의 씩씩함이 서연이에게도 전달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19-05-14 15:16
    학교다니면서 많은 변화가 보여서 가끔 놀라네요~
    동생과 놀이를 할때도 기다려주고, 스스로 양보도 하고, 한번더 부드럽게 말해주고, 달래주기도 하고.. 물론! 아직 싸우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ㅎㅎㅎ;
    그래도 점점 자유학교어린이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버라이어티한 아이들의 3,4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자니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2개월간 선생님의 부단한 노력이 듬뿍 묻어있는 글.. 정말 감사합니다!!
    재호가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길섶쌤!!
    남은 학년기간 자알 부탁드려요~*

  • 2019-05-14 17:06
    징소리를 잘 들을수 있는 학년이 될날은 아직 먼길~~~
    눈치것 교실에 들어오는걸 보면 용하네요~~~
    멋진 1년을 길섶샘과 같이 보내는건 저희 아이들의 행운이네요.

  • 2019-05-14 18:03
    준우가 학교에 적응을 너무 잘 해가고있는거같아요. 친구들이름도 제법 많이말하고 길섶 선생님이 너무좋다고 말해주고..늦게잠들려할때는 학교못가겠네~란말이 제일큰 압박으로 얼른침대에누워요. 첫날부터 학교를 사랑했던 준우에요. 다만 준우때문에 선생님이 너무힘들어지지 않았으면 ㅎㅎ 좋겠네요. 매일감사합니다